한때 프로그램 개발을 했던 경력 때문에 곧잘 만화와 기술의 접목에 대한 화두를 정리하는 일이 들어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술결정론자는 아니다. 아니,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애쓴다. 이런 다짐에도 막상 눈이 휘둥그레지는 기술을 보면 “우와 이건!”이라는 단말마 같은 소리를 입에 올리게 된다. 지난달 27일, 다음 ‘만화 속 세상’을 통해 공개된 <승리호> 웹툰이 그렇다. 다음웹툰 앱을 통해서 볼 수 있는 <승리호>의 프롤로그는 기존 웹툰의 노출 및 전개 방식인 세로 스크롤에서 벗어나지 않는 듯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새로운 형태다. 화면을 마음이 가는 대로 쓸어 올리거나 내리면 딱 그만큼씩만 시점이 변하면서 우주와 지구 사이의 공간을 눈앞에 적당한 음향과 함께 펼쳐놓는다. 채널은 이런 방식을 ‘얼라이브’(ALIVE)라고 명명했다.
<승리호> 프롤로그의 미덕은 과거 웹툰의 멀티미디어적 시도가 게임과 애니메이션 중간 어디쯤 있는 듯했던 데 비해 웹툰식 멀티미디어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는 점이다. 세로 스크롤이란 웹툰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영상 시대에 ‘웹툰’다울 수 있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보여준 느낌이다. ‘얼라이브’라는 이름이 붙은 이 기술은 기술 면에선 네이버에 밀리는 듯했던 다음이 오랜만에 선보인 묵직한 한 방이다.
서찬휘(만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