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견본과 눈 달린 솜뭉치가 도착했다. 구둘래 기자
“1000원이면 돼요.” 정말이었다. 정확히는 1달러였다. 휴대전화 케이스도 1달러, 12색 볼펜도 1달러, 털실도 1달러, 에어팟 케이스는 2달러, 반짝이는 하늘이 박힌 배지는 0.7달러, 6개 수채화 붓 세트는 2달러.
지난가을 젊은 디자이너 동료가 전도한 뒤로 나는 ‘알리신’을 모시는 교도가 되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물 ‘알리바바’의 해외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는 중국 쇼핑몰인데도 한국에서도 ‘무료 배송’이 많다.
알리 배달 속도로 중국의 코로나19 회복 속도를 알고, 잠자리에서 알리가 추천하는대로 “아니 이게 1000원, 이게 1000원” 하면서 잠이 들면 1000원짜리 바나나를 따 먹는 꿈을 꾸었다. 주문 물건은 주문한 걸 까먹은 뒤인 2주일에서 한 달 걸려 도착했다. 결국 모든 상품은 ‘제값’을 했다. 싼 게 비지떡!
어느 날 귀여운 동물 인형 키트를 주문했다. 3000원(2.97달러)짜리 두 개를 주문했는데 결재 화면엔 ‘9.5달러’가 떴다. 다음은 종업원과의 비대면 대화, 혹은 벽과의 대화. “무료 배송인데 왜 가격이 더 나와?” “하나는 아냐” “(화면 캡처) 아닌데” “알리 정책이 있어. 일찍 도착하니 좋잖아. 고마워.” 2주 후 솜뭉치가 도착했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솜뭉치 라벨에는 영상 큐아르(QR) 코드가 붙어 있었다. 한 편당 30분인 세 편의 영상이었다.
솜뭉치를 인형 꼴을 갖춘 ‘펠트’로 만드는 연금술은 날카로운 침으로 두드리는 것이었다. 1000번을 두드리니 겨우 머리 형태가 만들어졌다. 그제야 살펴보니 선배 이용자들이 남긴 리뷰의 인형은 하나같이 못생겼다. 2주일 기다려 받았는데, 30분 만에 포기했다. 놀라운 쇼핑의 세계, 알리로 오세요~
글·사진 구둘래 <한겨레21> 기자 any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