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패션 도시 ‘밀라노’와 할머니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논나’를 조합해 만든 <밀라논나> 채널의 주인은 장명숙씨다. 그는 1978년께 이탈리아로 유학 간 최초의 한국인이며, 한 유명한 백화점의 패션 담당 바이어로 활동했다. 1986년 아시안게임 등 국제적인 행사도 치른 의상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추억의 브랜드 ‘겟유즈드’는 물론이고 ‘살바토레 페라가모’와 ‘막스마라’ 등의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를 1990년대께 한국에 소개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최근까지 ‘에스콰이아’ 등 패션 브랜드의 디자인 고문으로 활동했다. 그는 은퇴하고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려고 했지만, 그의 재능을 아까워한 지인의 권유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반응은 열광적이다. 채널을 만든 지 6개월 만에 구독자가 45만명에 이르렀다. 명품 브랜드 전문가인 그가 저렴한 에스피에이(SPA·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 등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맡는 의류 전문점) 브랜드 옷으로 코디해주는 영상은 320만 뷰를 넘었다. 20대부터 70대까지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계절과 장소에 맞는 착장부터 특별한 날 선물하기 좋은 중년 패션 아이템까지 경력 40년 내공으로 스타일링을 제안한다. 날카로운 전문가의 시선과 우아하고 다정다감한 할머니의 말투가 주는 매력 때문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밀라논나>의 강점은 옷장을 열어 오랜 세월을 함께한 옷과 액세서리들을 소개하며 리폼부터 정리정돈 팁까지 상세하게 알려주고, 그런 가운데 패션의 역사까지 알려준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콘텐츠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쉽지 않던 1970년대부터 꾸준히 커리어를 쌓고 시니어로 은퇴까지 이뤄낸 인생 멘토로서, 일과 결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금의 여성들에게 들려주는 진솔한 고민 상담 영상이다.
최고운(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