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섞박지였다. 설렁탕이나 순댓국집에서 먹는 그 김치말이다. 무를 큼지막하고 넓적하게 썰어 담근 것이 작은 항아리에 가득 담겨 있는데, 그 안에 다른 채소는 하나도 없는 게 특징이다.
말랭이도 아닌 것이 희한하게 쫄깃하고 아삭아삭 시원한데, 그 맛을 왜 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걸까! 김치라면 으레 들어갔을 양파나 대파 한 조각도 보이질 않으니, 식당 김치의 양념장에는 일반인들은 절대 모를 비밀이 담겨 있을 것만 같다.
이런 막연한 생각에서 검색해 본 거다. 냉정하게 말해서 정보의 질은 답보할 수 없지만, 일단 없는 건 없는 유튜브를 믿고 ‘섞박지 만들기’를 찾아보았다.
그렇게 발견한 것이 <아하부장> 채널이다. 잘 되는 식당일수록 ‘집밥’ 같다는 칭찬을 받는 시대. 하지만 아하부장은 집에서 외식의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영업 비밀을 알려주겠단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남성이 특별할 것 없는 재료만 가지고 쉽고 빠르게 요리를 하는데, 댓글을 보면 20년차 주부부터 감자탕집 사장님까지 간증이 이어진다.
정말 식당에서 먹는 그 맛이 난다고. 국밥집 섞박지, 중국집 짬뽕, 월매출 2억 대박집 닭개장은 물론이고 유명브랜드 간장 치킨까지 다루는 메뉴도 엄청나게 많다. 그래서 별명이 ‘어둠의 백종원’, 아예 ‘흑종원’이라고 불린다.
그가 밝힌 집밥이 외식 밥처럼 변하는 1티스푼의 비밀은 이미 잘 알려진 조미료들의 황금비율이다. 특별할 것 없는 비기지만, 숱한 경험으로만 얻을 수 있기에 고수의 기운이 느껴진다. 왜 내 요리는 밖에서 먹는 맛이 안 날까 고민이라면 이 채널을 추천한다.
최고운(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