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관통하는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 불멸의 고전이 되듯 웹소설도 독자들의 남다른 애정을 거름삼아 걸작이 되는 창작물이 있다. 2017년 7월께 연재를 시작한 <에보니>는 지금까지 누적 독자만 75만명이 넘는다. 작가 자야가 2018년 1월 완결한 <에보니>는 2020년 여전히 ‘현재형’인 셈이다. 연재 당시 ‘<테스>의 개정판’이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이유는 주인공 에보니 보냐크의 삶의 궤적이 영국 작가 토머스 하디의 장편소설 <테스>의 주인공과 유사해서다. 에보니 보냐크도, <테스>의 주인공 테스도 자신들의 삶을 파탄에 이르게 한 주범이 아버지와 약혼자다.
<에보니>가 사랑받는 이유는 전형적이지 않은 데에 있다. 회귀나 빙의 등 웹소설 특유의 장치나 막장 드라마 악인 같은 이, 극단적인 에피소드가 없다. 판타지 속 인물 같은 이도 주인공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후견인 단테 정도다. 자신을 진솔하게 지지하는 단테를 왕좌에 올리기 위해 킹메이커로 성장한 에보니의 면모에서 이 시대 여성상을 발견할 수 있다. 과거를 지우는 게 아니라 당당히 마주하는 그는 주변 여성들이 추앙하는 자립의 표상이 된다. 에보니로 인해 용기가 생긴 여성들의 변화도 주의 깊게 볼 만하다. 묵직한 감동이 하얀 한지에 먹물이 조용히 번지듯 퍼진다. 능동형으로 쓴 <에보니>는 어쩌면 2030세대의 고전으로 오래 기억될지 모를 일이다.
이수현(웹소설 엠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