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케이(K) 좀비 시대다. 웹툰 작가 ‘미역의 효능’(예명)의 다음 웹툰 연재작 <닭은 의외로 위대하다>는 단언하건대 한국 좀비물 가운데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함을 자랑한다.
작중 좀비들은 좀비하면 떠오르는 ‘살아 있는 시체’ 형상과는 다르다. 외양이 인간일 때와 같다. 그들은 지성과 언어능력이 그대로인데, 인육을 좋아하게 되었을 뿐이다. 누구라도 겉으로 전혀 인간과 구분할 수 없는 상대의 먹이가 될 수 있는 세계가 배경이다. 작가는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할머니와 우연히 그 할머니의 집에 들렀다가 엉겁결에 함께 살게 된 젊은 여성을 등장시킨다.
인육을 좋아하는 좀비와 사람을 전혀 구분할 수 없는 설정만으로도 긴장감이 넘칠 법도 한데, 작품은 오히려 작정하고 무대를 좁혀 두 여성이 맞닥뜨리는 상황과 연대에 독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작가가 망해가는 세상을 압도적인 스케일로 표현하지 않아도 단전에서부터 기어 올라오는 섬뜩함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약자들을 무너뜨리는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극의 설정인 ‘좀비와 인간을 구분할 수 없게 된 세상’과 다를 바 없다. 배경을 무심한 듯 영리하게 배치해 놓은 것도 장점이다.
작품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자기가 우월하다고 착각하는 대상, 특히 여성들 앞에서 끝없이 잔인해지는 한국 사회를 고스란히 은유한다. ‘케이(K) 좀비’의 특성을 이만큼 잘 보여준 작품이 또 있을까.
서찬휘(만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