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업가들이 유일하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시간이라고 한다. 그래서 업무와 관련된 일정 관리 말고도 매일 입을 옷과 식사 메뉴 등 사소한 것까지 정해주는 비서가 따로 있다고 하던데, 매일매일 해야 하는 사소한 결정에 시간을 들여야 하는 건 성공한 사업가가 아닌 우리도 마찬가지다. ‘오늘 뭐 먹지’, ‘내일 뭐 입지’ 하는 고민이 매일 반복되는 것은 물론이고 관심 분야가 생겼을 때 공부를 좀 해보려고 해도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자발적 칩거에 들어간 요즘 같은 때 기분전환이 되는 영화 목록은 무엇인지 등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실패 없는 선택을 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들인다. 특히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할 때, 지루하고 방대한 자료를 정리할 때, 큰맘 먹고 대청소를 할 때 꼭 필요한 건 음악 플레이리스트다. 타인의 대중적인 취향보다 개인 취향 중심으로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는 추세이다 보니 음원 사이트에서도 차트가 아닌 인공지능(AI) 기반 추천 기술로 큐레이팅 하고는 있지만, 음악 취향이 확고한 사람들에게 엉뚱한 선곡을 추천하기 일쑤다. 그래서 <맬러리 뮤직> 채널을 추천한다. 개인 채널이 맞나 싶을 정도로 팝, 인디, 솔, 일렉트로닉 등 장르의 스펙트럼이 넓고 이를 조합하는 센스가 대단하다. 플레이리스트 제목만 봐도 ‘심야의 택시드라이버’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부드러운 텐션으로 고단함을 달래는 해외 얼터너티브’ 등 개떡같이 복잡한 내 기분을 찰떡같이 알아듣는 듯하다. 봄을 만끽하기 힘든 펜더믹(대유행)의 시절에 취향 저격 선곡들로 처진 기분을 달래보면 어떨지.
최고운(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