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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방콕’ 놀이의 진수…종이접기·퀴즈 대령이오!

등록 2020-03-11 22:35수정 2020-03-12 02:10

초·중·고등학교 개학 연기
유치원 어린이집도
어차피 아이들과 함께해야 한다면
즐거운 실내 활동 궁리할 필요 있어
퀴즈·종이접기 등 다양한 활동 제안
아이들과 함께할 종이접기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아이들과 함께할 종이접기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망했다.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개학 연기와 함께, 유치원과 어린이집까지 개학이 늦춰졌을 때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을 등원시켜놓고 누렸던, 한나절 혹은 반나절의 평화마저 허락되지 않는 하루라니! 망했다. 이건 제대로 망한 것이다. 전국의 수많은 육아 아빠·엄마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물론, 이참에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걸 애써 ‘행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물론 행복이긴 하다. 행복하다. 우린 행복하다. 하지만 망했다. 그건 분명하다.

1년 정기권을 끊어놓고 다니던 아쿠아리움도 갈 수 없다. 동네 놀이터를 데려가도 걱정이 앞선다. 한번은 ‘괜찮겠지’ 하고 놀이터에 나갔더니 7살·5살인 아이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고 뭐고 대차게 놀았다. 모래를 집어 하늘로 던져대고, 누가 만졌는지도 모를 철봉을 붙잡고 늘어지고, 미끄럼틀에 온몸을 비볐다. 뒷산에 오를 때도, 좁은 오솔길을 오갈 때마저도 마스크를 착용한 등산객들의 시선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또 어떤가. 블록 놀이, 소꿉놀이도 잠시다. 어지르면 치우고, 어지르면 또 치워야 하는 무간도(?)가 여기 있다. 티브이나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잠시 한숨을 돌려보지만 그러자니 또 죄책감을 떨칠 수가 없다. <겨울왕국2> 보는 것도 한두 번이지, 애들은 자주 보는 어린이 영화나 만화의 대사를 척척 외우는 수준이 됐다.

하루 세끼 밥을 차려내야 하는데, 정작 아이를 돌보는 사람은 제대로 못 챙겨 먹는다. 아이들이 남긴 카레라이스를 한군데 모아서, 싱크대 앞에서 대충 욱여넣고 씹으며 쪼그라드는 우리 모두의 자존감에 애도를! 이리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망했다.

육아공동체에도 균열이 생긴다. 출근하는 쪽은 나름대로 고충이 또 있을 것이다. 마스크까지 쓴 채로 밖에서 고생하다 퇴근한 사람에게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야 할 텐데, 온종일 아이들과 복작대며 몸부림을 친 끝에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상대방은 또 육아를 전담하는 쪽의 눈치를 살살 살필 수밖에 없는데, 그 모습에 또 미안하고 속이 상하면서 서로에게 조금씩 상처를 주게 된다. 아아, 망했다.

자, 그래도 정신은 차려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 어차피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보다 창의적이면서 교육적이며, 보호자에게 잠시나마 정신적·육체적 휴식을 허락해주는 실내 활동은 없을까? ESC는 그래서 제안한다.

아이들과 함께 알록달록 숨은그림 찾다보면 한나절이 간다. 평소라면 방바닥 어딘가에 던져놓았을 퀴즈·퍼즐 책도 요긴하다. 정답을 맞힐 때마다 사탕 하나라도 챙겨주면 아이들은 몰입의 즐거움에 빠진다. 또 한나절이 후딱 지나간다. 아이들과 ‘즐겁게 지내기’에 좋은 또 한 가지 방법은 바로 ‘종이접기’다. 연령별로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아이가 10살 정도면 ‘색종이 공급’은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위한 매우 경제적이며 현명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이참에 영상도 내용도 훌륭한 애니메이션 시리즈 ‘정주행’ 돌파도 할 만하다.

이 ‘망할 행복’의 끝이 언제일지는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아이를 돌봐야 하고, 아이들은 뭔가를 하며 놀아야 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기 어렵지만, 당장 발등의 불은 끌 수 있다. 가까운 문구점에 달려가 색종이를 사자. 그리고 손이나 잘 씻어주면서 버텨 나가보는 것이다. 판데믹(전 지구적 유행)의 시련 속에서 끝없는 육아 전투를 이어가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엄마·아빠들의 무운과 건강을 빈다.

송호균 객원기자 gothroug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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