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웹툰 연재작인 <화폐개혁>은 <흰둥이> 시리즈 등으로 꾸준히 사회구조나 현실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 온 윤필 작가의 신작이다. 후배 임정호 작가와 협업한 이번 작품에서 윤필 작가는 꼬인 인생을 사는 30대 초반 남성이 느닷없이 돈벼락에 맞닥뜨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재밌는 건 행운이 아니라는 점. 알고 보니 어머니는 자산가의 첩이었고, 주인공은 알지도 못했던 아비가 죽은 바람에 졸지에 1조원이 넘는 재산의 상속자가 됐다, 다만 곧 정부가 시행할 화폐개혁(화폐 단위를 절하해 지나치게 긴 장부상의 금액 표시를 조정하는 일)에서 그 재산을 잘 지켜낼 때만 모두 상속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다. 거액 상속 이야기에 잠시 혹했던 주인공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그 말을 믿어준다는 조건으로 찾아온 변호사에게 3억원을 요구한다. 하지만 막상 돈을 보니 별생각이 다 피어난다. 과연 이 돈은 큰가? 그리고 내 돈이 맞기는 할까?
작품의 미덕은 출생의 비밀, 거액 유산 상속, 그걸 둘러싼 게임 등으로 떠올릴 법한 뻔한 클리셰를 초장부터 배반하며 독자들을 묵직한 얘기로 끌고 들어간다는 점이다. 작가는 제목에도 쓴 화폐개혁부터 ‘돈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사람들이 수시로 느끼고 있을 돈에 대한 심리를 건드린다. 누구나 ‘복권이 당첨되면 뭘 할까?’ 정도는 자문해 본다. 동시에 이 질문을 통해 상상과 실제의 간극을 재 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 작품이 절묘한 현실감을 보여주는 이유다.
서찬휘(만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