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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우리 집 식탁 ‘미슐랭’ 밥상 됐네!

등록 2020-02-14 11:13수정 2020-02-14 11:35


최근 외식을 꺼리는 이들 생겨
하지만 식도락은 뺄 수 없는 즐거움
<미쉐린 가이드>에 오른 식당들 반조리 식품 내놔
중식당 진진의 새우식빵 튀김 몐바오샤 인기
금돼지식당의 스팸 스테이크도 조리해볼 만
프라이팬에서 익힌 진진의 반조리 식품 ‘고수의 맛집 진진멘보샤’. 박미향 기자
프라이팬에서 익힌 진진의 반조리 식품 ‘고수의 맛집 진진멘보샤’. 박미향 기자

이현숙(가명·79)씨는 최근 가족 모임을 취소했다. 자녀들은 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근사한 식당에 점심 예약을 했지만, 그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평소 건강관리에 예민한 그는 연일 쏟아지는 ‘코로나19’ 뉴스를 접하고 많은 이가 모이는 장소엔 가고 싶지 않았다. “너무 호들갑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그의 생각이다.

최근 모임이나 행사를 취소하는 이들이 는다고 한다. 쇼핑몰 같은 공간도 한산하다는 소식이다. 유명한 식당도 예외가 아니다. 평소 단골 식당을 자주 찾던 이들도 방문 횟수를 줄이는 추세다. 하지만 어딘가 허전하다. 식도락을 뺀 일상은 지루하다. 방법이 한 가지 있다. 가정에서도 멋 부린 근사한 식사를 할 방법이 말이다. 최근 프랑스 식당 평가서 <미쉐린 가이드>의 가성비 맛집 버전인 ‘빕구르망’ 명단에 오른 식당들이 인기 메뉴를 간편가정식 반조리 식품으로 출시했다.

프라이팬에서 익힌 진진의 반조리 식품 ‘고수의 맛집 진진멘보샤’. 박미향 기자
프라이팬에서 익힌 진진의 반조리 식품 ‘고수의 맛집 진진멘보샤’. 박미향 기자

바삭바삭한 몐바오샤, 나도 해먹을래요

“이마트 피코크 판매대에서 몐바오샤(멘보샤) 한 박스(6개)당 9980원에 팔고 있는데, 어느 날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서 12000원, 14000원으로 파는 걸 발견했다. 어찌 된 노릇인지 모르겠다. 누군가 사서 가격 올려 파는 건지….” 중식당 진진의 요리사 겸 주인인 왕육성(66)씨의 얘기엔 물음표가 많다. 그는 몐바오샤를 재판매하는 이들을 발견한 것이다. 공급량보다 찾는 이가 많으면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다. 지난해 11월께 왕씨는 진진의 대표 메뉴 몐바오샤를 가정에서도 쉽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식품으로 출시했다.

몐바오샤는 우리 음식 문화사가 녹아든 음식이다. “의외로 손이 많이 간다. 자른 식빵 사이에 다진 새우를 넣고 튀기는 음식인데, 식빵과 새우는 익히는 온도가 다르다. 바삭바삭하게 제대로 익히려면 불 조절을 섬세하게 해야 한다.” 뚝딱 만드는 짜장면이나 짬뽕 등에 견줘 조리 시간도 길다.

1970~80년대 중식당 차림표엔 몐바오샤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한국은 경쟁적으로 ‘빨리빨리’를 외치며 달려가던 때였다. 자연스럽게 조리 시간이 긴 몐바오샤는 사라지기 시작했다. 중식은 배달 위주의 메뉴로 재편됐다. “그때는 찜 요리도 많았다. 그냥 찜 요리가 아니다. 생선살을 발라낸 다음 갖은 양념에 재웠다가 익힌 후 다시 생선 모양으로 빚었다. 옥수수 알도 살에 정성스럽게 박았다. 소스도 특급이었다. 조리에 3시간 이상 걸린다.”

하지만 2015년께 40년 경력의 중식 거장 왕씨가 코리아나호텔 내 중식당 ‘대상’을 접고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진진을 열면서 몐바오샤는 부활했다. “대상에서 인기가 많았다. 메뉴판엔 없었지만, 단골들이 해달라는 요청이 잦았다.” 그가 제자 황진선(34) 요리사와 연 진진은 개업 초창기부터 장안에 화제였다. 호텔 내 중식당도 아닌데, ‘별’을 받았기 때문이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에 이름이 올랐다. <미쉐린 가이드> 2020년 서울편 별점 레스토랑 명단엔 빠졌지만, 가성비 맛집 버전 ‘빕구르망’에 올라 여전히 찾는 이가 많다.

17살 때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중국집 배달원부터 시작해 호텔 중식당 대표까지 된 그. 지난해 8월께 이마트 식품 브랜드 피코크 측에서 협업 제안이 왔을 때 흔쾌히 수락한 배경엔 지난 시절의 경험이 있다. 그는 “힘들 때도 내가 만든 음식을 먹은 이가 즐거워하면 기뻤다. 그런 음식들엔 몐바오샤가 있었고, 굳이 업장까지 오지 않아도 그런 즐거움을 드리고 싶었다”며 “온라인 식당을 열고 싶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1인분 조리와 대량생산 시스템에서 100인분, 1000인분을 만드는 건 다른 문제였다. 피코크와 협업은 황씨가 도맡았다. “처음 피코크 식품을 생산하는 업체에서 몐바오샤를 만들어 왔는데, 정말 맛이 없었다. 그 몐바오샤에 그저 우리 이름을 달자고 했는데, 그럴 순 없었다. 지금 진진에서 파는 것과 맛이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황씨는 3개월간 연구에 돌입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1인분 양을 100배 늘리면 100인분이 완성되는 게 아닌가 생각하기 쉽다. 황씨는 “100인분은 1인분의 수분을 제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양을 늘리면 짜진다. 간을 따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진의 몐바오샤는 5.5×5.5㎝ 정사각형 모양으로 자른 식빵 두 장에 다진 새우를 넣어 만든다. 소금, 후추, 파 기름, 참기름, 소홍주 등으로 양념한 새우다. 왕씨는 설명한다. “해산물 비린내를 잡아야 하는데, 나는 레몬을 선호하지 않는다. 레몬 향이 때로 맛을 가린다. 새우 본연의 맛이 드러나야 한다.” 저온에서 5~6분 정도 익히다가 온도를 150~160도까지 서서히 올려 조리한다. 180도까지 올랐을 때 건져 내면 완성인데, 기름 특유의 점성을 잘 살펴야 한다고 한다. 잘못하면 기름 잔뜩 밴 식빵이 돼 느끼하다는 평만 듣게 된다.

제품 ‘고수의 맛집 진진멘보샤’. 박미향 기자
제품 ‘고수의 맛집 진진멘보샤’. 박미향 기자

치밀하고 용의주도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몐바오샤가 제대로 맛을 내면서 대량생산에 성공할 수 있을까? 황씨는 “피코크 대용량 담당 셰프, 생산 업체 등과 여러 번 협의, 실험, 시식 등을 거치면서 지금의 ‘고수의 맛집 진진멘보샤’가 완성됐다”고 말한다. 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식빵을 자르는 일은 기계로 안 되더라. 일일이 사람이 자르는 거다. 앞으로 계속 질이 유지되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황씨의 결심이 단단하다.

‘고수의 맛집 진진멘보샤’는 조리법이 두 가지다. 170도로 설정한 에어프라이에서 18~20분간 조리한 후 3분간 실온에 둔 후 먹으면 된다. 해동한 몐바오샤를 프라이팬에 올린 후 중불에 6~7분30초간 익히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금돼지식당의 스팸. 박미향 기자
금돼지식당의 스팸. 박미향 기자

간편한 햄스테이크 드셔 보셨나요?

지난해 장마철 서울 지하철 약수역 인근의 한 식당 앞엔 진풍경이 펼쳐졌다. 비가 쏟아지는데도 우산을 겹쳐 쓴 이들이 길게 줄을 선 것이다. 금돼지식당에 자리가 나기만을 기다리는 식도락가들이었다. 큼지막한 여행용 가방을 끌고 온 이도 있었다. 2016년 4월9일 문 연 돼지고기구이 전문점 금돼지식당은 마케팅에 공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단박에 맛집으로 등극했다. 20~30대가 좋아할 만한 빈티지풍의 인테리어와 ‘영원한 외식 메뉴’ 돼지고기가 인기 요인이었다. 하얀 타일을 입은 3층짜리 건물은 층마다 콘셉트가 달랐다. 1층은 평범한 고기구이집인데, 2층은 고기 바(bar)로 구성됐다. ‘혼밥’하는 이들도 부담 없이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구조다. 3층은 가족이나 직장 동료들이 회식하기 좋게 실내가 넓다. 그 여세를 몰아 2019년과 2020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 ‘빕구르망’ 목록에 올라 더 유명해졌다.

지난해 5월께 금돼지식당은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주인 박수경(35)씨는 “반조리 제품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마트 피코크 측에서 연락이 왔다. 한가위를 맞아 선물세트로 스팸을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다고 한다. 하얀 타일을 씌운 금돼지식당 스팸의 패키지는 박씨의 남편이자 동업자인 신재우(38)씨의 아이디어였다. “최대한 고기의 질감을 살리면서 덜 짜게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박씨는 말한다.

금돼지식당의 스팸. 박미향 기자
금돼지식당의 스팸. 박미향 기자

금돼지식당의 외관. 금돼지식당 페이스북 갈무리
금돼지식당의 외관. 금돼지식당 페이스북 갈무리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한 ‘금돼지식당햄 스테이크’는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인다. 칼집을 낸 햄을 180~200도로 예열한 에어프라이어에서 10분 정도 익히면 완성이다. 뒤집어 5분 정도 더 굽는 것도 잊으면 안 되는 조리 팁. 박씨가 추천하는 요리는 또 있다. ‘금돼지식당 큐브부대찌개’. 큐브 모양으로 자른 햄을 김치와 함께 30여분 끓이다가 불린 당면을 넣으면 된다고 한다. 2×2㎝ 정도 크기로 자른 햄을 여러 가지 채소에 싸먹어도 맛있다고 그는 말한다.

이밖에 <미쉐린 가이드2020> 서울편에 오른 두부 전문점 황금콩밭의 ‘짜글이’도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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