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웹툰에서 연재 중인 <순정 히포크라테스>는 <죽어도 좋아> <우리집 새새끼>를 그린 ‘골드키위새’ 작가의 신작으로, 제목에서 묻어나듯 의대생들이 연애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작가의 전작을 읽어 본 이들이라면 이 연애담이 그저 달달한 로맨스만은 아닐 것이라고 기대할 것이다.
작품의 주인공 남성은 ‘장준혁’. 2007년 방영해 대흥행한 티브이(TV) 드라마 <하얀거탑>의 주인공과 이름이 같다. 주인공은 그 덕(?)에 의사가 되라는 성화에 시달리다 ‘당신들 뜻대로는 안 되겠노라’며 진로를 공대 쪽으로 튼다. 하지만 5년차 대학원생 과정을 밟게 돼서야 본인이 기계를 싫어한다는 걸 깨닫고는 자퇴한다. 결국 의대에 신입생으로 입학하게 된다. 안 그래도 이름 때문에 눈에 띄는 마당이라서 그는 한참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진상 선배 짓과 캠퍼스 커플 짓은 피하자고 다짐을 거듭했건만, 눈앞에 비슷한 연배인 여성을 만나게 되자 굳은 결심은 눈 녹듯 사라지는데….
작품은 초장부터 주인공의 이름과 앞 전공, 그리고 나이를 활용한 이과 대학원생 개그를 끝도 없이 작렬하게 터트리는 한편 의대생의 일상도 현실감 넘치게 잘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한창 웃고 있노라면 어느 사이엔가 인간관계나 성별, 세대 간 교육관 차이, 학벌 등 다양한 지점에서 지금 젊은 세대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층위의 화두들에 맞닥뜨리게 된다. 사소한 듯 지나가는 대사 하나하나를 쌓아 묵직한 고민을 던지면서도 개그를 이용해 완급 조절하는 솜씨가 대단하다.
서찬휘(만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