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으로 나무를 썰어 장작을 만든다. 그전에 죽어서 쓰러진 통나무를 구해오는 게 먼저다. 부싯돌로 가뿐하게 불을 피운 뒤, 넓적한 돌덩이를 얹어 달구고 그 위에 고기를 굽는다. 맛있게 먹다가 갑자기 맥주 생각이 난다면서 허리띠를 풀러 버클을 이용해 병뚜껑을 딴다. 콸콸 마신다. 든든히 배를 채운 뒤에는 몸풀기로 칼, 도끼, 젓가락을 차례로 던져 나무에 꽂는다. <은하캠핑> 채널의 주인 박은하씨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주변 지형지물을 최대한 활용,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부시 크래프트’(Bush Craft) 캠핑을 10년 넘게 해왔다. 캠핑이 대표적인 아웃도어 레저 활동으로 확대되면서 점점 더 좋은 장비로 편의성을 추구하는 추세와는 정반대. 그가 소개하는 와일드 캠핑의 엘엔티(LNT·Leave Not Trace·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뜻) 원칙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잘 만들어서 파는 텐트도 칠 줄 모르는 대다수의 현대인이 나무껍질로 쉘터(대피소)를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박은하씨는 특전사 출신이라는 이력 덕에 군에서 배운 생존기술을 캠핑에 결합할 수 있었고 특전사 중에서도 가장 강하다는 707 특수임무대대에서 복무했다고 한다. 전역 후 아이 셋을 키우며 평범한 주부로 살았는데, 취미로 캠핑을 즐기면서 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다가 유튜버로 변신해서 묻어두기엔 너무 아까운 재능을 맘껏 펼치고 있다. 유도, 태권도, 특공무술 등을 섭렵한 실력자인 만큼 와일드 캠핑 노하우 이외에도 호신술이나 사격, 숟가락을 던져서 캔 맥주 자르기 등의 멋진 장면을 보여준다.
최고운(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