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가 인증한 최초 5성급 한국전통호텔 ‘경원재 앰배서더 호텔’ 전경. 2016년 11월24일 처음 5성급으로 결정됐다. 사진 경원재 앰배서더 호텔 제공
전국 1~5성급 호텔은 지난 29일 기준 총 880개다. 이 많은 별(성급)은 누가 줬을까. 제주도에 있는 호텔은 ‘제주특별자치도 관광협회’가, 그 밖의 지역 호텔은 한국관광공사가 ‘별’을 준다. 각 기관이 위촉한 ‘호텔 등급 평가요원’들이 평가를 나간다. 평가 결과, 기준 점수에 미달하거나 필수 항목을 충족하지 못하면 탈락이다.(아래 ‘호텔 수건은 왜 네 종류야?’ 기사 참고) 호텔 관계자들은 “별 개수(성급)는 객실료와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평가 기간이 되면 비상이 걸린다”고 말한다. 4, 5성급 호텔은 상시로 호텔 서비스를 자체 점검할 목적으로 ‘암행손님’(‘미스터리 쇼퍼’) 제도를 운용하기도 한다. ESC는 전직 호텔 등급 평가요원과 호텔 ‘미스터리 쇼퍼’에게 호텔 평가의 세계에 관해 들었다. 구체적인 제도는 관련 법령과 한국관광공사 설명을 참고했다. ‘방슐랭’(호텔 평가)의 세계는 ‘미슐랭’(프랑스 레스토랑 평가서 <미셸린 가이드>)도 울고 갈 만큼 섬세하고 오묘했다.
호텔 로비 샹들리에 투명도, 각도만 봐도 그 재질(유리, 크리스털, 플라스틱 등)을 바로 알아본다는 A씨. 그는 호텔 실무와 연구를 두루 경험한 한 대학의 교수다. 한국관광공사는 2017~2018년 그를 호텔 등급 평가요원 중 한 명으로 위촉했다. 임기 2년 동안 1~5성급 호텔을 50여 차례 방문해 평가했다. A씨는 “여비와 수당(1건당 30만원)을 받으면서 호텔 평가를 하러 다닌다고 말하면 ‘좋겠다’고들 하는데 호텔에 쉬러 가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5성급 호텔(관광호텔업 기준)은 현장평가 95개, 암행평가 90개 등 총 185개 세부 항목을 평가한다. 예를 들어, ‘객실 바닥, 카펫, 천장, 창문, 벽지, 커튼, 가구는 청결한가’가 185개 중 1개 항목이다. ‘균열, 이가 빠지거나 조각난 곳, 긁힌 자국, 오염, 변색’ 등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 다른 항목도 상세하다. ‘욕실 청결도’ 항목엔 ‘비누 받침대, 샤워기, 욕조 손잡이’ 등을, ‘객실·욕실 편의용품 구비’ 항목엔 ‘유리컵 2개, 슬리퍼 2개, 가운 2개, 옷걸이 7개, 타월 4종 이상’ 등을 명시했다. A씨는 “유독 샤워기 헤드 뒷면에 물때가 낀 경우가 많다”며 “1~3성급 호텔은 이불을 들치면 침대보에서 머리카락을 발견하는 비율이 70~80%”라고 말했다. “빨래하고 나서 남아있는 머리카락을 털지 않았기 때문”이다.
꽤 난해한 평가 항목도 있다. ‘프런트 직원의 행동은 자신감 있고 품위 있으며 고객에게 안정감을 주는가?’ 같은 항목이다. A씨는 “전체적인 느낌을 볼 수밖에 없다. 사람을 대할 때 주눅 든 태도와 당당하고 프로페셔널한 태도를 구분해서 본다”고 설명했다. 직원 용모와 복장(청결한 손톱, 깔끔한 두발, 지나치지 않은 액세서리, 명찰 패용, 잘 다려진 유니폼 등), 말투(친절한 인사와 공손한 어법 등), 편리한 서비스(예약 상담이나 야간 문의 시 전화벨이 3번 울리기 전 받는가, 식당 테이블에 수저, 포크 등을 세팅해 놨는가) 등도 평가 대상이다. ‘프런트 직원 외국어 구사 능력’은 “전화를 걸어 직접 영어로 문의하거나 로비에서 외국인들 문의 상황을 지켜보고 평가한다.” ‘객실 방음 상태’는 “현장평가 요원 한명이 방에서 텔레비전 볼륨을 높이면 나머지 한 명이 복도에 나가 소리 크기를 확인한다.” 현장평가는 호텔 성급에 따라 평가요원 2~3명이 동행한다.
가끔 ‘아주 꼼꼼한’ 평가요원이 호텔 직원을 당황하게 하기도 한다. A씨와 현장평가에 나선 한 평가요원은 ‘고급 차량이 발레파킹이 되어 있을 경우, 누군가가 자기 차라고 우기며 다짜고짜 차 열쇠를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여기 습도는 얼마인가’ 등 평가 항목에도 없는 내용을 꼬치꼬치 따져 묻기도 했다. A씨는 “호텔에 개선점을 알리려는 선한 의도였겠지만 직원들은 매우 난감해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가장 어려운 건 암행평가다. 평가요원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A씨는 “밤 12~1시 로비에 내려가 10~20분간 프런트를 지켜본다”고 했다. ‘프런트 직원이 야간에도 자리를 비우지 않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야간 하우스키핑(객실 관리·정비 서비스)’ 평가를 할 땐 괜한 걸 요청했다가 신분이 노출될까 봐 걱정스러웠다고 한다.
한번은 야간 하우스키핑을 평가하긴 해야 하는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는 프런트에 전화를 걸었다. “이불을 더 가져다주세요.” 전화기 너머에서 들린 말은 “이불장 열면 있다”라는 당연한 답이었는데, 음색에서 뭔가 잔뜩 의심에 찬 기운이 느껴졌다. 엘리베이터 바닥, 벽에 있는 얼룩이나 흠집은 사진으로 찍어 근거자료로 남겨야 한다. 보통 4, 5성 호텔은 엘리베이터에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있어 신경 쓰였다. 그는 결국 “셀카 찍는 것처럼 했다.” 당시엔 직원 명찰 패용 상태도 사진으로 찍어야 했다. “가까이에선 도저히 찍을 수 없어서 힘겹게 멀리 떨어져서 찍었다.”
호텔 평가도 진화하고 있다. 직원 명찰 사진 찍기 지침은 2019년 1월 폐지됐다. 한국관광공사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 사진 촬영 어려움 등을 고려해 없앴다”고 설명했다. 5성급 호텔은 지난해 10월10일부터 ‘사물인터넷(IOT) 등 스마트 서비스 제공’ 평가 항목을 추가했다. 터치스크린으로 객실 커튼을 조작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체크인할 수 있는 서비스 등을 평가한다. 같은 달, 외국인 평가요원 10여명도 선발했다. “국제표준에 걸맞게 평가하기 위해서”다.
한국관광공사가 인증한 최초 5성급 호텔인 ‘서울신라호텔’ 로비. 2015년 4월16일 처음 5성급으로 결정됐다. 사진 서울신라호텔 제공
평가받는 호텔은 어떻게 서비스 품질을 유지할까. 한 5성급 호텔 직원은 “5성급 호텔은 대부분 미스터리 쇼퍼를 운영하는 거로 안다”고 귀띔했다. 회사원 B씨는 2016~2017년 2년간 호텔 ‘미스터리 쇼퍼’로 활동했다. 같은 호텔 다른 지점들을 총 4~5차례 2박3일씩 머물며 서비스를 평가했다. 평가표는 묵직했다. 항목은 총 600개가량이었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면, 호텔 로비·객실·욕실, 직원 서비스 등 평가 내용은 호텔 등급 평가와 상당 부분 일치했다.
호텔 자체 평가여서일까. 평가 과정은 오히려 더 세세하고 과감한 구석이 있었다. B씨는 “채널 가이드와 실제 채널이 일치하는지 리모컨으로 채널 100여개를 모두 돌려보며 확인해야 했다”며 “수건도 모조리 펴서 얼룩, 머리카락 등 청결 상태를 평가했다”고 말했다. 가끔 ‘연출’도 필요했다.
방에 일부러 카드키를 두고 나와 복도에 있는 직원에게 ‘방문을 열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호텔이 준 평가 항목에 있는 내용이다. 대부분의 직원이 바로 열어줬다. 이러면 감점 요인이 됐다. 그는 “직원들이 규정대로 프런트에 가서 투숙객 신분을 확인하는지 아니면 확인 절차 없이 바로 열어주는지를 보는 평가”라고 설명했다.
한번은 일부러 방을 어질러 놓고 2~3000원 정도 돈을 탁자에 올려둔 뒤 하우스키핑을 요청하고 나간 적도 있다. 돈이 그대로 있는지, 돌아오는 시간인 30분 안에 정리정돈이 잘 됐는지를 확인하는 평가다. “이 부분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호텔은 적었다.”
“담요, 가습기를 갖다 달라고 하면 5~10분 안에 제공하는지”, “식당에서 수저나 포크를 일부러 떨어뜨리곤 직원이 바로 수저, 포크를 갖다 주는지” 등도 평가했다. 체크아웃 전 ‘불편사항 신고엽서’도 객실에서 꼭 쓰고 나와야 했다. “불편사항 접수와 반영 여부를 호텔 쪽이 점검할 목적이었던 것 같다”고 B씨는 말했다.
조식평가에 견주면 다른 건 약과였다. 호텔 쪽은 “유튜버나 블로거로 보일 테니 신분 노출은 걱정 안 해도 된다”며 “모든 메뉴를 사진으로 찍으라”고 지침을 줬다고 한다. 수십가지 뷔페식이면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는 것이다. B씨는 비치한 음식량이 용기의 2/3 이상을 유지하는지, 따뜻해야 할 음식이 식지 않았는지, 달걀 요리가 주문한 대로 완숙 또는 반숙 등으로 나오는지, ‘빵, 잼, 견과류, 흰죽 양념(간장, 참기름 등), 딤섬 양념(3종), 커피, 설탕(백설탕, 황설탕 등)이 규정대로 모두 놓였는지’ 등을 확인했다. 그 밖에 크루아상을 반으로 썰어도 빵의 결이 살아있는지, 샐러드용 양상추가 포크와 나이프로 썰기 편한 크기인지’ 등도 평가했다. 그는 “양상추가 잘게 잘라져 있으면 안 된다는 걸 이 일을 하면서 처음 알았다”며 “왔다 갔다 하며 스마트폰에 기록하다 보면 조식평가만 두 시간 이상 걸렸다”고 말했다. 처음엔 ‘가서 쉬다 와야지’ 생각했지만, 호텔 평가는 생각보다 피로감이 심했다. B씨는 어느 날 ‘순수한’ 출장을 가서야 깨달았다고 한다. “호텔은 이렇게 와야 제맛이지.”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호텔 수건은 왜 네 종류야?
호텔 등급평가 제도란 무엇인가
‘별’과 ‘무궁화’가 공존하는 시대는 갔다. 호텔 등급평가 얘기다. 1971년 1월 국내 호텔 등급평가 제도를 처음 도입할 때, 등급 표지는 무궁화였다. 2014년 9월 호텔 등급평가를 의무화하고, 2015년 1월에야 호텔 등급을 국제 표준인 ‘별’로 표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내국인, 외국인 여행객들이 호텔 등급만 보고도 서비스 품질을 쉽게 가늠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2016년 5월 무궁화 등급 표시 폐지를 결정했고, 지난해 4월까지 유효기간이 남은 ‘무궁화’ 등급 호텔이 ‘별’ 등급 호텔과 공존했다. 이젠 ‘별’만 남았다.
현재 국내 호텔 등급평가는 각각 문화체육관광부와 제주도 위탁을 받은 한국관광공사(제주도 밖에 있는 호텔)와 제주특별자치도 관광협회(제주도에 있는 호텔)가 나눠 맡는다. ‘제주 호텔’ 별도 평가는 ‘제주특별법’에 따른 것이다. 평가 대상은 관광호텔업, 한국전통호텔업, 소형호텔업 등이다. 관광호텔업은 보통 ‘호텔’이라 부르는 업종이다. 외관이 한옥인 한국전통호텔업, 객실이 30개 미만인 소형호텔업, 그 밖의 일반·생활 숙박업 등과 구분한다. 지난 29일 기준, 국내 1~5성급 호텔은 4, 5성급 호텔 172개를 포함한 총 880개다. 등급 유효기간은 3년이다. 6, 7성급은 호텔 자체 홍보 문구일 뿐 공인된 등급이 아니다.
호텔 방문 평가는 각 평가기관이 위촉한 ‘호텔 등급 평가요원’이 맡는다. 평가요원은 전문가 파트와 소비자 파트로 나뉘는데, 7 대 3 정도다. 누구나 신청할 순 있다. 모집 정보는 한국관광공사 누리집에 뜬다. 심사는 매우 까다롭다. 전문가 평가요원은 ‘호텔업 5년 이상 근무 경력자로서 현직 호텔업 종사자가 아닌 사람’ 등이 자격요건이다. 한국관광공사는 2018년 말 호텔 등급 평가요원 100여명을 선발해 위촉했다. 이들 임기(2년)는 올해 말까지다.
구체적인 호텔 등급평가 절차와 방법은 등급마다 다르다. 관광호텔업을 기준으로 보면, 1, 2성급 호텔은 서류평가를 통과하면 현장평가(400점), 불시평가(200점·불시에 현장평가)를 진행한다. 총점 600점을 100점 만점으로 환산해 평점 50점 미만은 등급을 주지 않는다. 50~59점은 1성급, 60점 이상은 2성급 호텔로 분류한다. 3성급 호텔도 서류평가에 이어 현장평가(500점), 불시평가(200점)를 한다. 100점 만점 환산 점수 70점 이상이면 3성급 호텔로 결정한다. 4성급 호텔은 서류평가, 현장평가(585점), 암행평가(265점·호텔 몰래 1박2일 현장평가)를 진행한다. 100점 만점 환산 점수 8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5성급 호텔도 서류평가, 현장평가(700점), 암행평가(300점)를 한다. 100점 만점 환산 점수 90점 이상이면 등급을 준다. 모든 등급은 각 필수항목을 충족하지 못하면 총점이 높더라도 탈락한다.
1~5성급은 흔히 알려진 것처럼 특정 시설 여부로만 구분할 수 없다. 3성급 호텔부터 추가되는 필수항목은 ‘호텔 운영 전산시스템 설치’, ‘직원 친절서비스 교육 등 필수교육 실시’ 등이다. 4성급 호텔은 ‘환전서비스 제공’, ‘안내데스크 직원 외국어 구사, 담당 업무 설명 가능’, ‘객실 내 호텔 안내물 제공’, ‘식음료 업장 2개 이상 설치’, ‘체력단련실, 수영장, 사우나, 스파 등 부대시설 1개 이상 제공’, ‘50명 이상 수용 연회시설 확보’, ‘회의시설 확보’, ‘비즈니스센터 설치’, ‘미니바 제품 유통기한 준수’, ‘룸서비스 12시간 이상 제공’이 필수다. 5성급 호텔은 ‘당직 지배인, 도어맨 및 벨맨 서비스, 컨시어지 서비스 모두 제공’, ‘식음료 업장 3개 이상 설치’, ‘룸서비스 18시간 이상 제공’이 추가된다. 등급마다 각 평가 ‘만점’ 기준도 다르다. ‘욕실 편의용품 구비’ 평가에서 1, 2성급 호텔은 타월 종류(얼굴 타월, 핸드타월, 목욕 타월, 발 타월 4종) 가운데 2종, 3성급은 3종, 4, 5성급은 4종을 구비하면 만점이다. 룸서비스는 3성급 호텔은 제공만 하면 만점, 4성급 호텔은 18시간 이상, 5성급 호텔은 24시간 제공하면 만점이다. 한국관광공사 숙박개선팀은 “1~5성급 호텔을 통틀어 필수항목을 못 지켰거나 기준 점수에 미달해 등급 결정이 보류되는 비율은 25% 안팎”이라고 밝혔다.
김선식 기자
4성급 호텔 ‘롯데 리조트 속초’. 박미향 기자
김선식 기자 ks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