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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나만의 빨대를 찾아라!

등록 2019-09-04 20:51수정 2019-09-04 20:59

커버스토리┃쓰레기

일회용 빨대 사용 줄이려는 이들 늘어
종이·쌀·유리·스테인리스 등 다양한 빨대 출시
열흘간 7종류, 12개 업체 빨대 사용해봐
씹어도 맛있는 빨대 신기
스테인리스·쌀 빨대 ‘나만의 빨대’로 선택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하는 다양한 빨대들. 업체 대부분이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했다. 유선주 객원기자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하는 다양한 빨대들. 업체 대부분이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했다. 유선주 객원기자
“이 빨대가 네 빨대인고?” 바닷가에 홀연히 나타난 노인이 낡은 빨대를 들고 물었다. “신령이에요?” 고개를 끄덕인 노인은 스마트폰을 꺼내 동영상을 재생했다. 2015년 코스타리카 연안에서 구조한 바다거북의 코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뽑아내는 영상이다. “그 빨대가 제가 사용한 빨대라는 건가요?” 노인은 다시 바다로 들어가 해양폐기물이 된 빨대 한 무더기를 안고 나타났다. “이 빨대들이 네 빨대가 아니라고 증명할 수 있는고?” 나는 저항했다. “기왕 나오셨으니 금도끼나 은도끼라도 주고 가세요.” 한숨을 쉰 노인은 넓은 옷소매를 뒤적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내 너에게 줄 게 있느니.” 노인이 건넨 물건은 여러 종류의 대체 빨대였다. “자, 이 중에 너만의 빨대를 찾아보아라.” 어느 날 꾼 꿈이지만, 나만의 빨대를 찾고 싶었다.

지난해 8월부터 식음료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제공이 제한됐다. 하지만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는 규제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 지난달 7일, 서울환경운동연합은 빨대 안 쓰기 운동 ‘빨대 이제는 뺄 때’를 펼쳤다. 입이 닿는 부분에 구멍을 낸 컵 뚜껑인 ‘드링킹 리드’도 등장했다.

이 뚜껑이 일회용 빨대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얼음이나 과일을 갈아 만든 되직한 음료는 이것으로 마시기에는 불편하다. 올여름 크게 유행한 ‘흑당 버블 티’의 건더기를 빨아올리려면 역시 구멍 넓은 빨대가 필요하다. 이참에 시중에 나온 다양한 빨대를 직접 써보기로 했다.

씹어도 불쾌하지 않아 종이 빨대

커피의 향과 맛을 압도하는 종이 빨대의 맛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비에 젖은 골판지가 이런 맛일까? 좋지 않은 기억도 있다. 지난해 이맘때다. 다소 어려운 사람과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마른입을 축이려고 음료를 한 모금 빨고 잔을 탁자에 내려놓았는데, 종이 빨대가 입술에 들러붙어 대롱대롱 매달리는 바람에 망신을 당했다. 종이 빨대, 얼마나 나아졌을까? 국내에서 국산 펄프로 만든 빨대로 명성이 높은 빨대 한 팩을 샀다. ‘민영제지’의 ‘마이빨대’다. 빨대를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어봤다. 불쾌한 냄새는 느끼지 못했다. 찬 음료에 한 시간가량 담가 두어도 형태가 무너지지 않고 기능을 유지했다. 이 정도면 흔쾌히 쓸 수 있다. 다만, 사선으로 돌돌 말린 종이의 틈에서 공기가 새는지 완벽한 진공 상태가 되지는 않는 듯했다. 빨아올린 힘만큼 음료가 쭉 올라오는 느낌이 조금 덜했다. 입술에 들러붙는 문제도 완벽하게 해결하진 못했다. 하지만 과거 중국 수입 빨대에 견줘 질이 좋다.

실리콘 빨대. 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실리콘 빨대. 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개성 강한 디자인 실리콘 빨대

실리콘 재질의 빨대는 밀폐형과 개방형 두 종류로 나뉜다. 시판 제품 대부분이 유해물질 불검출 시험 성적서를 제품 상세 설명서에 덧붙였다. 우선 밀폐형은 ‘핫버튼’의 ‘친환경 실리콘 빨대’와 ‘세븐아트’의 ‘세이브 더 어스’ 두 제품을 비교했다. 스타벅스의 상징인 진초록이나 분홍, 회색 등의 컬러 빨대가 마음에 든다면, 핫버튼을 선택하시라. 빨대 내부를 볼 수 있는 투명 재질을 원한다면 세븐아트를 고르면 된다. 핫버튼이 조금 더 말랑하고, 세븐아트는 상대적으로 덜 휘는 개방형 실리콘 빨대로 세로로 길게 갈라진 형태다. ‘에이비 라이프’의 개방형 실리콘 빨대는 빨대 몸통 한쪽이 파였는데, 반대쪽을 꼭꼭 눌러 잠그는 방식이다. ‘썬라이즈’의 ‘오투롤 실리콘 빨대’는 빨대 몸통의 한쪽을 말아서 반대편에 덮어씌우는 구조다. 오투롤은 원하는 두께로 말아 쓸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아무리 말아 봐도 구조상 버블 티 정도는 마시기 무리였다. 두 제품 모두 빨대를 까뒤집어 세척할 수 있어서 세척솔이 따로 필요 없다. 실리콘 빨대는 일회용 빨대의 괜찮은 대안이다. 먼지가 달라붙는 단점을 눈감을 수 있다면 말이다.

왼쪽부터 유리, 스테인리스, 대나무 빨대, 세척솔. 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왼쪽부터 유리, 스테인리스, 대나무 빨대, 세척솔. 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청결은 최고 유리 빨대

유리는 냄새나 색소흡착이 없는 위생적인 소재지만, 깨지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레스플라스틱 컴퍼니’는 유리 빨대 ‘리유즈 스트로’의 상품소개에 ‘잘 깨질 것 같다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유리컵을 쓰듯이 사용한다면 유리 빨대가 가장 예쁘고 안전하고 청결하다’고 적었다. 리유즈 스트로는 내열 강화유리인 ‘보로실리케이트 3.3’을 사용한 제품이다. 밀폐용기나 계량컵 등으로 유명한 브랜드 ‘파이렉스’와 같은 소재다. 어느 정도에서 깨질까? 150㎝ 높이에서 유리 빨대를 떨어뜨리는 자유낙하 테스트를 해보았다. 장판이 깔린 방과 에폭시 바닥재, 나무 데크, 마지막으로 화장실 타일 순서로 시험했다. ‘땅!’ 하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튕겨 오를 뿐 깨지지 않던 유리 빨대는 화장실 타일에서는 깨졌다. 유리컵도 타일은 못 버틴다.

깨지거나 부서질 걱정 NO 스테인리스 빨대

스테인리스 빨대는 입에 닿는 면이 날카롭지 않고 둥글게 마감된 것으로 골랐다. ‘마이 라스트 스트로우’의 스테인리스 빨대는 티타늄 도금으로 블랙과 레인보우 두 종류가 눈길을 끈다. 찬 음료를 빨아올리면 빨대 표면에 하얗게 김이 서리고, 입안보다 입술이 먼저 냉기를 맞는다. 스테인리스 텀블러를 사용하는 이들은 같은 소재인 스테인리스 빨대 사용에 거부감이 없을 듯하다. 깨질 걱정도 없다. 스테인리스와 실리콘을 결합한 제품도 있다. 몸통은 스테인리스, 입에 닿는 부분은 실리콘 팁을 씌우는 방식이다.

종이 빨대와 쌀 빨대(오른쪽). 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종이 빨대와 쌀 빨대(오른쪽). 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맛있어요쌀 빨대

독특한 소재로 만든 빨대도 시험해봤다. ‘연지곤지’의 ‘쌀 빨대’는 쌀가루와 타피오카 전분을 50%씩 섞어 만든 빨대다. 비닐을 뜯으니 요구르트 같은 새콤한 향이 감돌았다. 빨대의 단면이 매끈하진 않지만,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1시간쯤 사용하다가 수분을 흡수해 말랑해진 빨대를 한입 먹어봤다. 식감은 1980년대 간식 ‘쫀디기’와 흡사하다. 쫀디기가 그랬듯, 쌀 빨대도 특별한 맛은 없다. 그런데도 빨대의 질감이 너무 무르기 전, 먹기 좋게 쫀득한 타이밍을 찾아 자꾸만 입에 넣었다. 23㎝이던 빨대가 대략 7㎝로 줄어들었다. 포장지에 적힌 열량을 확인했다. 100개 든 한 팩의 칼로리는 1770㎉였다. 개당 17㎉다.

옥수수 사탕수수 커피도 재료 피엘에이 빨대

피엘에이(Poly Lactic Acid·폴리 락틱 애시드) 빨대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가장 유사하다. 기존 빨대의 반짝거리는 광택만 없을 뿐, 사용감도 동일하다. ‘아이엠 그리너’의 ‘생분해 빨대’와 ‘뉴 프레임 코웍스’의 ‘길티 프리 플라스틱 빨대’는 옥수수 소재를, ‘미엔느’의 ‘슈가케인·커피 그라운드 빨대’는 사탕수수 섬유와 커피 부산물을 이용해 만든다. 분자가 중합하여 생기는 화합물을 ‘폴리머’라고 한다. ‘폴리 락틱 애시드’는 젖산으로 만든 고분자 화합물이다. 옥수수나 사탕수수 섬유 등에서 분리한 녹말과 당질류를 발효시켜 젖산을 얻고, 이를 중합해 수지로 만든 것이다. 이렇게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은 180일 이내에 미생물에 의해 100% 분해된다고 한다. 환경호르몬 걱정이 없어서 유아용 식기 등에도 쓰인다. ‘길티 프리 플라스틱 빨대’의 상품 설명에는 ‘최초 개봉 시 옥수수 소재 특유의 캐러멜 팝콘 향’을 확인하라고 돼 있다. 고소한 단내가 나기는 했다.

사용자 평 굿! 대나무 빨대

그밖에 대나무 빨대도 테스트해 봤다. 사용자들의 평은 좋은 편이었으나, 개인적으로 나무 냄새가 거슬렸다. 빨대 내부가 완벽하게 마르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 만약 축축한 채로 계속 사용해야 한다면 사용자에 따라서는 불쾌감을 느끼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총 7종류의 소재, 12개 업체의 빨대를 지난달 22일부터 열흘간 비교 사용해 봤다. 입에 닿는 감촉이 날렵하고, 어떤 냄새도 나지 않고, 뒤집어 세척할 수 있으며,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고, 먼지가 붙지 않으며, 파손 위험이 없고, 버블 티도 호로록 마실 수 있으며 환경에 어떤 부담도 되지 않는 완벽한 대체 빨대. 그런 빨대는 아직 세상에 없다.

내가 고른 빨대는 스테인리스 빨대(다회용)와 사용할 때 재미가 있는 쌀 빨대(일회용)다. 집에 털을 잔뜩 뿌리고, 책상 위 물건을 앞발로 툭툭 쳐 떨어뜨리는 고양이가 있어서 개방형 실리콘 빨대와 유리 빨대는 제외했다. 여러분은 어떤 빨대가 마음에 드시는지요?

글·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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