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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와인도 맛보고 구경도 하고 일석이조

등록 2019-08-07 20:10수정 2019-08-09 02:28

커버스토리한국 와인
최근 질이 좋아진 한국 와인. 와인 농장 ‘도란원’의 와인들. 박미향 기자
최근 질이 좋아진 한국 와인. 와인 농장 ‘도란원’의 와인들. 박미향 기자
“이 포도송이 보세요. 모양이 저것과 다르죠. 익는 속도가 달라요.” 지난달 25일 충청북도 영동군에 있는 와인 농장 ‘도란원’. 안남락(59) 대표가 농장 투어를 신청한 10여명에게 열띠게 설명한다. 991㎡(300평) 포도밭에는 싱그러운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달렸다. 까만 가림막을 포도나무 위에 친 밭에는 뜨거운 햇살도 여과지에 거른 것처럼 옅다.

’도란원’ 주인 안남락씨. 박미향 기자
’도란원’ 주인 안남락씨. 박미향 기자

그는 포도송이가 자랑스럽다. “양조용 포도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을 1990년대 말에 심었다. 봄부터 가을까지 키우면 겨울엔 말랐다. 뿌리는 살아남아 다시 봄에 키웠다. 그 짓을 4년 넘게 했다.” 지친 그는 대표적인 와인 생산국 프랑스에 가서 뜻밖에 해답을 찾았다고 한다. “2000년대 초 우리 땅에서 잘 자라는 생과용 포도 품종 캠벨 얼리로 만든 포도주를 가져갔죠.” 와인 생산국 어디도 캠벨 얼리 품종으로 만드는 와인은 없다. “그들이 그러더군요. 자신들을 애써 따라 할 필요 없이, 우리 땅에서 생산하는 포도로 그냥 만들라고요. 부케(발효와 숙성 과정에서 생기는 향)에 집착할 필요 없다면서 캠벨 얼리 와인의 과일 향을 칭찬하더군요.” 2010년부터 그는 캠벨 얼리, 머루 등 우리가 더운 여름날 흔히 먹던, 익숙한 맛의 포도로 실험했다. 그 결과로 탄생한 ‘샤토 미소 로제 스위트’, ‘미소 아이스 와인’ 등 11종을 생산해 팔기 시작했다. 이 중 ‘샤토 미소 로제 스위트’는 지난해 평창 겨울올림픽 공식 지정 술이 됐고, 각종 국내외 술 품평회에서 수상했다. 올해

도란원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양조장 육성 사업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찾아가는 양조장'에도 선정됐다.

한국 와인의 재료가 되는 포도. 박미향 기자
한국 와인의 재료가 되는 포도. 박미향 기자

그는 얘기를 마치자 옷소매를 끌어 도란원 안에 있는 와인 발효실과 지하 저장고에 데리고 갔다. 지하 숙성실엔 오크통 10개가 있었다. “국산 참나무로 만든 오크통과 프랑스 수입 오크통으로 실험해봤다. 유럽 오크통이 좋긴 하더라.” 그가 웃었다. 초창기 그는 대나무 통에 와인을 숙성했다. 대나무 조각을 통에 넣기도 했다. 마치 서양에서 오크칩을 넣어 숙성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프랑스 등에서는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고급 오크통 조각을 평범한 통에 넣어 향만 스며들게 하기도 한다.

아담한 숙성실을 나와 발효실에 도착하니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탱크 여러 대에서 술 익는 소리가 들렸다. “이것 향 맡아보세요.” 그가 뚜껑을 확 연 탱크엔 찌꺼기가 수면 위에 가득한데, 독특한 향이 아찔했다. 새콤한 과일과 구수한 된장찌개 향이 뒤섞인 향이었다. “10월에 출시 예정인 자두 품종 추희로 만든 자두 와인이에요.” 발효 시작한 지 5일 된 자두 와인이다. 1200ℓ 자두 와인은 실내온도 15도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호기심과 도전으로 시작한 그의 한국 와인 양조는 지금도 실험 중이다.

이어 그의 아내 문미화(55)씨가 들기름과 간장 등으로 버무린 샐러드 등을 내왔다. 본래 와인은 우리네 반주 개념과 유사하다. 음식과 충분히 동화되지 않으면 그저 술일 뿐 문화는 아닌 것이다. “마리아주(와인과 음식의 궁합)가 잘 맞는지 경험해보세요.”

이날 투어에 참석한 서양식 레스토랑 류니끄의 주인 겸 요리사인 류태환씨는 “은은하면서도 과일 향 가득한 와인이 자연스러운 맛을 발산하고 음식과 잘 어울린다”며 “외국 와인 맛도 많이 봤는데, 한국 와인이 이 정도로 훌륭할지 예상 못 했다”고 말했다.

그랑꼬또. 사진 그린영농조합법인 제공
그랑꼬또. 사진 그린영농조합법인 제공

‘여포 와인 농장’ 주인 여인성씨(사진 왼쪽)와 그의 아내. 박미향 기자
‘여포 와인 농장’ 주인 여인성씨(사진 왼쪽)와 그의 아내. 박미향 기자

도란원에 와인 투어 신청은 누구나 가능하다. 방문 투어는 1인당 5000원. 시음과 안 대표의 설명까지 포함한 투어는 1인당 1만원이다.

도란원처럼 재밌는 와인 사연이 있는 농장은 현재 국내에서 한두 곳이 아니다. 족욕 시설까지 갖춘 그랑꼬또는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에 있는데, 외국 와이너리 투어와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는 평을 듣는 세련된 공간이다. 현재 전국 대략 150여개 농가가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 와인투어 할 만한 곳을 모아봤다.

영동(충북)/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양조장 자료 도움 최정욱 소믈리에

[ESC] 10가지 한국 와인 갖췄어요!

한국 와인 양조장 투어는 체험 행사 등이 있어 재미가 있다. 생산지에서 맛보는 와인도 특별하다. 하지만 도시인이 짬 내 탐방을 하긴 어렵다. 서울엔 한국 와인을 맛볼 수 있는 펍이나 술집을 찾아 나섰다.

제육원소 올해 1월7일 문 연 작은 한식당. 김동영(36) 요리사와 백문영(31) 자유기고가, 프리랜서 디자이너 최희석(30)씨가 뭉쳐 열었다. 이들의 공통분모는 애주가란 점. 이런 이유로 초장기부터 전통주가 차림표에 올랐다. 그중 한국 와인은 이들이 자주 추천하는 술. 백씨는 “다른 식당에 견줘 차별성 갖추자는 생각에 비치했다”며 “제육볶음 등 한식과 그 맛이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엄선한 한국 와인 10여종을 판다. 지난 1일부터 ‘제육+로제 와인 3종’(3만원) 세트도 내놨다. 식당은 29㎡(9평) 크기로 작지만, 힙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세련된 공간이다. (중구 장충단길 7길 12-1/010-5449-7873)

담은 평범한 상가 지하. 웃음꽃을 따라가면 술집 ‘담은’이 나타난다. 이곳은 파전, 육전 등을 안주로 전통주 73종을 파는 술집이다. 최근 주인 정재훈(36)씨는 한국 와인 4가지를 추가했다. 고도리복숭아와인, 비파와인, 샤토 미소 로제, 곰세마리 어린 꿀술 등이다. 정씨는 “전통주 시음회 갔다가 한국 와인을 알게 됐다”며 “복숭아, 비파 등으로 만든 술이 재밌다”라고 말한다. 영업한 지 7년째 접어든 담은은 단골이 많다. 그들이 주로 찾는 안주는 ‘돈담은 육전’. 돼지등심살을 얇게 저며 양념에 하루 정도 재웠다가 달걀 입혀 익히는 전이다. (서초구 반포3동 반포쇼핑타운4동 지하/02-536-7500)

주지육림 주택가 조용한 거리에 있는 힙한 술집. 좌석이 22개 정도인 작은 공간. 한국 와인은 두 가지 판다. 주인 김소희(33)씨는 본래 한남동 고급 레스토랑 코로비아 등에서 일했던 소믈리에다. 보쌈 등 다양한 한식과 전통주가 있다.(강남구 언주로 148길, 14 라동 1층 113호/02-515-0510)

제이더블유(JW) 메리어트 서울 뷔페 ‘플레이버즈’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더 플라자 지하 1층에 있는 바 ‘르 캬바레 시떼’에서도 10종 이상의 한국 와인 맛볼 수 있다.

이밖에 한식문화관(중구 청계천로 40, CKL 기업지원센터 4층), 전통주갤러리(강남구 테헤란로5길 51-20) 등에서도 한국 와인을 만날 수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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