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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외도한 배우자는 이혼 소송을 할 수 없나요?

등록 2019-07-04 09:29수정 2019-07-04 19:52

짱변의 슬기로운 소송 생활
장영인 그림.
장영인 그림.

최근 송중기가 송혜교를 상대로 이혼 조정 신청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혼 성립에 대한 다양한 논쟁이 인터넷 세상을 달구고 있다. 그중 하나가 ‘유책배우자는 이혼을 요구할 수 없는가?’에 대한 것이다. 과연 외도한 사람은 배우자에게 이혼을 요구할 수 없는 것일까?

이런 추측대로라면 이혼 소송은 항상 소송을 당한 쪽(피고)이 유책배우자가 된다. 당연히 잘못 알려진 상식이다. 이혼 소송은 부부 중 누구든지 먼저 시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한쪽이 이혼 소송을 시작하면, 상대방 배우자도 이혼 소송을 제기해서 쌍방이 서로를 향해 이혼을 청구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외도를 한 사람이 배우자를 상대로 먼저 이혼을 요구했더라도 이렇게 쌍방이 서로를 향해 이혼을 청구하게 되면 큰 어려움 없이 이혼이 인정된다.

문제는 유책배우자만 이혼을 원하는 경우이다. 본래 부부 중 어느 한쪽만 이혼을 원하는 경우에는 법에서 정한 여섯 가지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이혼이 가능하다. ‘배우자의 외도’, ‘오랜 기간의 별거’ 등이 주된 이혼사유이다. 그러나 유책배우자만 이혼을 청구한 경우에는 위와 같은 이혼사유에 해당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이혼이 인정되지 않는다.

잘 알려진 사례로 홍상수 감독의 이혼 소송이 있다. 유책배우자로 알려진 홍상수 감독만 배우자를 향해 이혼 소송을 제기했는데, 최근 청구 기각 판결이 선고되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인정하지 않는 법원의 원칙이 적용된 결과로 보인다. 우리 법은 가정이 파탄 났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가정을 유지하지 않은 자의 책임을 더 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에 있었던 이혼 사건 중, 17년 이상 별거한 부부에게도 이혼 소송을 기각한 사례가 있었다. 원고가 피고 몰래 외도를 해오던 중, 피고에게 이를 들키자 그때부터는 외박을 일삼더니 급기야 집을 나가버렸고, 그로부터 소송을 제기할 때까지 17년 이상 별거한 사건이다. 보통 17년 이상이나 별거를 했다면 정상적인 가정생활은 이미 파탄 났다고 보아 이혼이 인정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가정생활을 파탄 낸 책임이 있는 자가 도리어 상대방 배우자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인 것이다.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법원의 판단 기준에 따르면 유책배우자만 이혼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①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는 경우, ② 유책배우자의 잘못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와 자녀에게 배려를 한 경우(진심 어린 사과, 금전적 보상 등이 있다), ③ 세월이 오래 지나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 고통이 약화되었고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한 정도가 된 경우 등에는 이혼을 인정할 수 있다.

위 기준에 따라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인정된 사례가 있다. 배우자의 외도 등을 이유로 협의이혼을 하기로 했었으나 실제로 이혼을 하지 않은 채 13년 이상 별거를 한 부부이다. 이 부부의 경우 유책배우자인 원고가 별거를 시작할 당시 상대방 배우자인 피고에게 수억원의 금전적 보상을 했고, 이후 자녀에게는 사업자금을 지원해주기도 했다. 이혼 소송을 할 시점에는 피고에게도 만남을 지속하고 있는 새로운 이성이 생긴 상황이었다. 피고는 이혼을 원하지 않았지만, 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장영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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