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ESC] ‘닥터 프리즈너’ 이준혁 ″주연이든 조연이든 중요치 않아요″

등록 2019-05-09 09:15수정 2019-05-09 20:12

김성일이 만난 완소 피플

무대 조명을 미치도록 사랑한 배우 이준혁
대학서 마임과 연기 가르친 긴 무명생활 끝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빛나는’ 조연 인기
″어차피 배우란 누군가에게 선택받는 존재″
배우 이준혁이 지난 3일 서울 신사동 애술린 라운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배우 이준혁이 지난 3일 서울 신사동 애술린 라운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지금 안방에서 가장 핫한 드라마 중 하나인 <한국방송>(KBS)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그 인기의 중심에 주연보다 더 눈에 띄는 조연, 배우 이준혁(47)이 있다. 야심과 욕망으로 똘똘 뭉친 교도소 의무관 고영철로 분한 그는 지금 극장가와 드라마 판에서 가장 러브콜을 많이 받는 조연 배우 중 하나로 꼽힌다. 늘 코믹한 역할만 해왔다는 그의 연기 변신이 오히려 신선하다는 평도 이어지고 있다. 배우 이준혁을 지난 3일, 서울 신사동 애술린 라운지에서 김성일 스타일리스트가 만났다. 정리 백문영 칼럼니스트

김성일(이하 김) 티브이(TV)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날씬하시네요. 배우에게 역시 체중 조절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인가요?

이준혁(이하 이) 술도 끊었어요. 살을 더 빼야 해요. 2015년 영화 <극비수사>를 찍을 땐 16㎏가량 감량하기도 했어요. 꽤 기분이 괜찮더군요. 스스로 뭔가 해냈다는 자부심도 들고요. 그 정도까지는 못 할지 모르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주인공보다는 무게감 있는 조연을 집중해서 보는 편이거든요. 옆집 사는 이웃 같은 친근한 역할부터 감초 역할까지. 그들이 스토리를 더 깊이 있게 만들어 준달까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어우러져야 드라마도 영화도 실제 사회와 비슷하게 구현되거든요. 말씀하신 대로 스토리에 다채로운 색을 입히는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김성일 스타일리스트와 인터뷰 중인 이준혁.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김성일 스타일리스트와 인터뷰 중인 이준혁.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게 1996년, 스물네 살부터라고 들었어요.

연기는 연극부터 했어요. 군을 제대한 1996년 극단 백수광부에서 연극을 시작했어요. 영화는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1998년에 김태용, 민규동 감독이 공동 제작한 <창백한 푸른 점>으로 데뷔했고요.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2008년 강형철 감독의 <과속 스캔들>에 출연하면서부터예요.

<과속스캔들>은 국내 관객 800만명을 넘은 차태현·박보영 주연의 흥행작이다. 이준혁이 <과속 스캔들>에 캐스팅된 때가 우리 나이 서른일곱. 단역 ‘사진사’ 역이었지만 특유의 코믹 연기로 영화계와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오랜 무명생활 끝에 얻은 소중한 기회였다.

처음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나요?

사실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어요. 그 꿈은 아직 유효해요. 정식으로 영화감독을 하려고 공부한 건 아니지만, 영화사에서 일하면서 그 꿈을 꾸게 됐어요. 영화감독을 가까이서 지켜보다 보니 꿈이 점점 커지더라고요. 그런데 함께 일하던 영화 제작부장이 ‘자기만의 시각을 키워야 한다’면서 ‘연극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하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한 첫 연극 작품이 장정일 원작 <햄버거에 대한 명상>이었어요.

연극 무대는 어땠나요?

무대 위 조명이 사람을 미치게 해요. 미칠 정도로 좋아요. 무대와 관객과 나 외에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요.

인터뷰 도중 웃고 있는 배우 이준혁.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인터뷰 도중 웃고 있는 배우 이준혁.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연극과 영화, 드라마 연기는 매력이 다르죠? 다 경험해 봤으니 그 차이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것 같아요.

세 무대 모두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데도 느낌은 미묘하게 달라요. 연극은 현실적이잖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과 같은 공간에서 호흡해요. 그 매력이 있어요. 같이 숨 쉬는 만큼 관객들의 피드백도 빠르게 오죠. 그때그때 보이는 관객들 눈빛과 반응이 피드백이니까요. 그런데 영화나 드라마는 반응이 나중에 와요. 조금 호흡이 늦죠. 연극은 휘발성이 있어서 날아가 버리지만, 영화나 드라마는 내 프로필이 되죠. 계속 꼬리표로 남는 셈이니 조금 두려울 때도 있어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끝까지 남으니까요. 처음 스크린에서 제 얼굴을 봤을 때 황홀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어요. 다른 사람 같아서 부끄럽기도 했고요.

프랑스에서 마임 공부도 했다고 들었어요. 무척 특이한 이력 같아요. 연기와 마임은 표현하는 내용과 방법이 많이 다르지 않나요?

많이들 그렇게 생각하지만 사실 연기와 마임은 정말 밀접해요. 크고 과장된 연기만 마임이 아니거든요. 마임은 땅과 최대한 가깝게 붙어서 우리 몸을 최대한 시적으로 표현하는 행위예요. 행위 예술 같지만 한편으론 일상적인 표현이죠. 우리 삶 속 행동들의 필수 요소만 뽑아서 표현하는 움직임인 셈이죠.

인터뷰 도중 생각에 잠긴 이준혁.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인터뷰 도중 생각에 잠긴 이준혁.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이준혁은 20대부터 마임 연기자 남긍호(56)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마임을 흠모했다. 남 교수를 따라다니며 마임을 가르쳐달라고 했다. 여러 차례 거절당했다. 어쩔 수 없이 남 교수의 마임 영상을 보고 혼자 연습했다. 어느 날 남 교수 앞에서 마임을 보여주자, 그를 기특하게 여긴 남 교수에게 마임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남 교수에게 프랑스 마임 공연 동행을 제안받았다. 그렇게 2006년부터 1년가량 프랑스 공연 무대에 함께 서면서 마임을 배웠다.

연극부터 마임까지 준비를 탄탄히 하셨네요. 하나씩 뿌린 씨가 이제 꽃을 피우나요? 무명생활은 어땠나요?

아무래도 무명생활이 길다 보니 대학에서 강의를 했어요. 제 주 종목인 마임과 연기를 가르쳤죠. 연극 무대도 꾸준히 섰고요.

연극을 하면서 영화에 대한 열망은 들지 않던가요?

배우라면 누구나 영화에 대한 갈증과 로망은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더 큰물에 가고 싶은 욕망이겠죠. 그런데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그때 저를 캐스팅해 준 사람이 <과속 스캔들> 강형철 감독이었어요. 용인대학교에서 연극과 학생들을 가르칠 때 강 감독은 영화과 학생이었거든요. 그때 우연히 연이 닿아 강 감독이 연출하는 단편 영화에 제가 많이 출연했죠. 그 계기로 강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인 <과속 스캔들>에 출연하게 됐고요. 작은 역이지만 참 고마웠어요.

이준혁이 옅은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이준혁이 옅은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과속 스캔들> 이후 러브콜이 쏟아지기 시작했죠?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육룡이 나르샤>(2015), <구르미 그린 달빛>(2016), <봉이 김선달>(2016) 등 주로 역사물을 많이 찍었어요. 오죽했으면 ‘이준혁이 수염만 붙이면 작품이 성공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들었을까 싶어요(웃음).

주연은 카메라가 계속 비춰 주지만 조연은 자기 역량으로 자기 분량을 스스로 따내야 하는 면이 있죠?

연기는 주연, 조연과 같은 위치가 아니라 전달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배우의 역할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주연이든 조연이든 중요하지 않아요.

늘 2인자 역할만 하는 것이 속상하진 않나요?

배우라는 존재는 어쨌든 누군가에게 선택받는 존재니까요. 내가 하고 싶거나 하고 싶지 않다고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사실 많지 않아요. 제 첫 번째이자 마지막 주연작인 <애니멀 타운>에서 무척 신나게 연기했어요. 언젠가는 주인공을 하고 싶은 마음도 물론 있지요. 배우로서의 욕망이랄까요?

이준혁이 출연 중인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스틸 컷. 사진 <한국방송>(KBS) 제공
이준혁이 출연 중인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스틸 컷. 사진 <한국방송>(KBS) 제공
유해진, 송강호 같은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톱배우들도 모두 코믹한 감초 역할로 연기 인생을 시작했잖아요. 이준혁도 그렇게 될 것이라 믿어요.

전 요즘 제 연기 색깔을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그동안 희화화된 역할을 주로 맡았잖아요. 다른 배역에 대한 갈증이 있어요. 그래서 2017년에는 <장산범>이라는 공포 영화를 선택하기도 했죠.

영화감독이 꿈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기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나요?

지금은 배우로서 입지를 더 다지고 싶어요. 지금이 좋아요. 배우로서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고 느끼기도 하고요. 우선은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스타일리스트

이준혁 프로필

1996년 극단 ‘백수광부’ 창단 멤버
1998년 <창백한 푸른 점> 영화 데뷔
2008년 <과속 스캔들> 단역
2011년 <애니멀 타운> 주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 단역
2013년 <톱스타> 조연
2014년 <찌라시> 조연
2015년 <극비수사> 조연,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출연

2016년 <봉이 김선달> 조연, <한국방송>(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출연
2017년 <장산범> 조연
2019년 <내 안의 그놈> 조연
2019년 3월~ <한국방송>(KBS)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출연 중

정리 백문영 칼럼니스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미친놈’ 소리 들으며 3대가 키우는 정원, 세계적 명소로 1.

‘미친놈’ 소리 들으며 3대가 키우는 정원, 세계적 명소로

정복자의 휴양지에서 여행자의 산길로…근데 호랑이가? [ESC] 2.

정복자의 휴양지에서 여행자의 산길로…근데 호랑이가? [ESC]

부드럽고도 쫄깃한 식감…살코기와 달라 별미인 양곰탕 [ESC] 3.

부드럽고도 쫄깃한 식감…살코기와 달라 별미인 양곰탕 [ESC]

빈티지 오디오 ‘전설의 조합’…나를 위해 질렀다 [ESC] 4.

빈티지 오디오 ‘전설의 조합’…나를 위해 질렀다 [ESC]

강추, 오스스메데스! 5.

강추, 오스스메데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