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명이 대명사가 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지프(Jeep)일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끈 비결 중 하나는 미국에서 대량생산된 군수물자였다. 그중 작고 가벼운 차체에 사륜구동 방식을 채택한 ‘윌리스 지프’는 험로에서도 거침없이 달릴 수 있는 성능과 다양한 용도로의 확장성까지 갖춰 전 세계의 전장에서 맹활약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로 기록된 ‘시발택시’도 미군이 불하한 ‘윌리스 지프’를 활용해 만들었다. 부유층들은 이 차를 구입하려고 ‘시발’ 계를 만들 정도로 차는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에게 받은 ‘윌리스 지프’에 감명받은 영국은 이를 바탕으로 랜드로버를 만들어 럭셔리 에스유브이(SUV·스포츠실용차)의 대표주자가 됐다.
최근 에스유브이가 ‘비포장도로 주행’용보다는 ‘도심 주행’용으로 변해가고 있지만, 지프는 여전히 과거의 정신을 잇고 있다. 경쟁 상대가 없을 정도로 오프로드(도로가 아닌 곳) 주파 성능과 초창기 디자인을 고집스럽게 이어오고 있다. 겉모습만 보면 대체 뭐가 바뀌었는지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지프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편의 장비를 늘리고 현대적인 안전 장비를 추가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지프 글래디에이터는 앞쪽 디자인과 오프로드 성능을 유지하면서 차체를 늘여 뒤쪽에 적재함을 마련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픽업트럭’ 형태를 취한 것이다. 짐칸에는 다양한 물건을 적재하거나, 비포장도로용 모터사이클 두 대를 한꺼번에 실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차량 지붕에 텐트를 달아 모터홈(차와 캠핑 공간이 한 몸인 캠핑카)으로 활용할 수 있고 스노클을 이용하면 강도 건널 수 있다. 더러워진 아웃도어 용품을 적재할 수 있는 서랍도 선보였다. 전쟁 중에 태어난 20세기의 아이콘이 ‘워라밸’을 추구하는 밀레니엄 세대를 위한 레저용 자동차로 거듭난 셈이다.
터프한 이미지의 자동차지만, 실내에는 부드러운 가죽을 사용했다. 전 세대 지프보다 운전이 쉽고 시야도 높아서 운전 미숙자들에게도 권할 만하다. 실내에 장착된 스피커는 떼어 블루투스 스피커로 활용할 수 있고, 지붕과 네 개의 문뿐 아니라 앞 유리창까지, 나사 몇 개만 풀면 제거할 수 있어 오픈카로도 변신한다. 자연과 호흡하고픈 이들에게 완벽한 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그 남자의 자동차>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