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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곽동한 선수 “내년 도쿄올림픽, 금메달은 제 겁니다”

등록 2019-04-10 20:15수정 2019-04-10 20:45

[ESC] 김성일이 만난 완소 피플

2016년 리우올림픽 유도 동메달리스트
한국 남자 유도 90㎏급 ‘간판’ 선수
경기 없는 날엔 주로 책 읽어
“독서 통해 창의적인 사고 할 줄 알아야”
한국체육대학교 유도장에 선 곽동한 선수.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한국체육대학교 유도장에 선 곽동한 선수.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한국 유도는 16년 만에 ‘노 골드’(은1, 동1)에 그쳤다.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는 데 만족해야 했다. 선수단은 실의에 찼지만, 한국 유도에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90㎏급에서 동메달을 딴 국가대표였던 곽동한(27) 선수가 희망으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생애 처음 도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값진 메달을 목에 걸며 주목받은 그는 지난 2월 ‘2019 파리 그랜드 슬램‘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루며 한국 남자 유도 간판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내년에 열리는 도쿄올림픽에서 금빛 사냥에 나설 준비를 하는 그를 김성일 스타일리스트가 만났다.

“우와 멋있다.” 지난 1일 한국체육대학교 유도장. 오후 연습을 막 끝낸 곽동한 선수에게 김성일 스타일리스트가 악수를 청하며 말하자 곽 선수는 환하게 웃었다. 국내 유도 코치들이 ‘유도계 대표 미남’으로 꼽지만, 지난해 8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판승’으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 실력파 선수다. 지난달 2019 순천만 국가정원컵 전국유도대회 겸 국가대표 2차 선발전 남자 90㎏급 결승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이런 ‘기세’를 타고 곽 선수는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며 자신 있게 말한다.

인터뷰 내내 미소 짓고 있었던 곽동한 선수.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인터뷰 내내 미소 짓고 있었던 곽동한 선수.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김성일(이하 김) 제가 곽동한 선수 팬이거든요.(웃음) 저처럼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했죠. 유도장에서 만나니까 느낌이 새로워요. 방금까지 연습 중이었나요?

곽동한(이하 곽) 매일 새벽, 아침, 오후에 운동해요. 매일은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야간에도 합니다. 저녁 먹고 와서 다시 운동해야죠.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운동만 하려면 힘들지 않나요?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매일 훈련하면 내일은 더 강해져 있겠지’라는 생각이 드니까 즐겁죠. 유도에서만큼은 최고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하고픈 일에 ‘올인’할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하죠.

그래도 운동만 하다 보면 일탈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을 텐데.

‘이번 주 정말 고생했는데, 나가서 술 먹고 놀고 싶다’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죠. 하지만 국가대표 배지를 달았다면, 그 책임도 져야 하지 않을까요. ‘고통이 있어야 얻는 게 있다’는 말처럼, 절제는 운동선수가 가져야 할 기본자세죠.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유도 90kg급 결승. 곽동한 선수는 몽골 간톨가 알탄바가나 선수를 이겨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연합뉴스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유도 90kg급 결승. 곽동한 선수는 몽골 간톨가 알탄바가나 선수를 이겨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연합뉴스
주말에는 유도장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들었어요.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는 집밥만 먹어도 스트레스가 풀려요. 제 입장에서는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집에 있는 거니까 다행이죠.(웃음) 아, 그리고 운동선수도 머리가 좋아야 하거든요. 그래서 한가한 시간에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에요.

독서가 경기에서 이기는 비결 중 하나인가 보죠?

그런 셈이에요. 보통 ‘운동선수들은 머리가 나쁘다’는 편견이 있는데, 경기에서 이기려면 굉장히 창의적인 사고를 할 줄 알아야 해요. 책을 많이 읽어두면 머리도 잘 돌아가고, 사고도 트이는 기분이에요.

그러면 경기 전에 어떤 준비를 하나요?

상대가 자주 쓰는 기술을 사전에 분석하는 일도 필요해요. 시합 때 생각하면 늦거든요. 연습 때부터 다양한 경우의 수를 예상한 뒤 대응 전략을 몸에 익히면, 실제 경기에서 본능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요. 또 체력만 좋다고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마음 상태도 늘 건강해야 하죠.

2016년 8월10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유도 90kg급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건 곽동한 선수(왼쪽 세번째). 연합뉴스
2016년 8월10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유도 90kg급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건 곽동한 선수(왼쪽 세번째). 연합뉴스
평소에 마음은 어떻게 수련하나요?

‘이 세상에 유일한 악마는 내 마음속에 날뛰는 것들이고, 내가 전투를 벌여야 할 곳은 내 마음속이다.’ 마하트마 간디가 한 말인데요. 평소에 이 문장을 자주 생각해요. 마음이 안정돼야 운동도 잘 되거든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부정적이거나 주변 선수를 질투한다면, 그만큼 경기에서 성적이 안 나오는 것 같아요.

요즘은 어떤 책을 읽고 있나요?

‘아침을 바꿔야 한다’는 주제의 책을 읽고 있어요. <변화의 시작 5에이엠(AM)클럽>이란 책이에요. 그 덕에 오전 4시50분에 일어나서 1시간 동안 책상 앞에 앉아 스스로 돌아보는 말을 노트에 적게 됐어요. 그렇게 아침을 잘 관리해야 하루를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죠.

일종의 ‘아침 일기’군요. 오늘은 뭐를 적었나요?

요즘은 감사의 말을 많이 적어요. 오늘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다 행복하고 감사하다’라고 적었어요.

단 5분 동안 펼쳐지는 유도 경기는 언제 어느 시점에서 승부가 날지 모른다. 1분 1초도 눈을 뗄 수 없다. ‘엎어치기’ 기술로 경기 시작한 지 1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한판승’으로 승부가 나기도 한다. 그래서 보는 사람을 긴장하게 하는 유도 경기에서 당사자인 선수로서 긴장감을 이겨내는 비결은 뭘까. 곽동한 선수는 시합 들어가기 전마다 ‘내가 세계 챔피언이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불안감을 떨쳐 낸다고 한다.

곽동한 선수.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곽동한 선수.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그런 마인드는 언제부터 갖게 된 거예요?

경험에서 얻은 비결인 것 같아요. 부정적인 마음을 한 톨이라도 품고 경기에 나서면 질 때가 많았어요. 뭐든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참이더라고요.

그렇군요. 유도는 몇 살부터 시작했어요?

중학교 1학년 때 시작했어요. 대부분 초등학교 때부터 하는데 저는 조금 늦은 편이죠.

어쩌다 유도를 하게 됐어요? 원래 관심이 있었나요?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유도부 코치님이 갑자기 저를 찾아오시더니 ‘네가 제일 싸움을 잘하느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네’ 했죠.(웃음) 그러면서 ‘유도를 해볼 생각은 없느냐’고 하셔서, ‘알겠다’고 했어요. 마침 그때 친한 친구가 유도를 했었거든요. 유도복을 입은 모습이 멋있더라고요. ‘내가 입으면 더 멋있을 거야’ 그런 생각도 들었고요. 하하

되게 재치 있는 분 같아요(웃음). 시작은 장난스러웠는데 국가대표까지 된 원동력이 궁금해요.

집이 잘사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학교에 장학생으로 가야만 했어요. 기를 쓰고 노력했더니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전국 1등을 했어요. 처절하게 노력하면 뭐든지 되는 것 같아요.

실력이 늘게 된 배경에는 대학교 입학 문제가 있었군요.

사실 어머니의 영향이 컸어요. 운동할 때 선배들한테 맞는 일이 많았어요. 운동부 특유의 군대 문화가 힘들었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까 경기도 제대로 안 하고 연습도 게으르게 했죠. 그 무렵 어머니가 저를 부르시더니 ‘요즘 왜 이렇게 운동을 안 하니’ 걱정하시면서 갑자기 눈물을 보이시는 거예요.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때부터 완전히 운동에 ‘올인’하게 됐죠.

곽동한 선수가 몸을 풀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곽동한 선수가 몸을 풀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효자네요. 부모님은 곽 선수가 유도 시작하고 나서 언제 가장 기뻐하셨나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땄을 때 가장 좋아하셨어요.

역시 금메달을 좋아하시네요. 그 뒤로 모든 경기에서 1등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건 안 생겼나요?

국가대표가 된 직후부터 ‘1등 아니면 안 된다’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던 것 같은데, 그 때문인지 긴장하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져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차분히 경기에 임하고 있어요. 하지만 올림픽에서의 1등은 여전히 욕심이 나네요.

지난 리우올림픽 때 우승 후보로 기대를 모았는데, 결과적으로 동메달을 땄잖아요. 상당히 아쉬웠겠어요.

솔직히 그때는 ‘처음 참가한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감격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도쿄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뛰어넘는 결과를 내고 싶어요.

곽 선수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는 게 매력인 것 같아요.

지더라도 또 이기면 되니까요. 자신감만 있다면 어떤 난관도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

스타일리스트

곽동한 프로필

2010·2012년 제91회·93회 전국체육대회 유도 남자 고등부 90㎏급 금메달

2013년 아시아유도선수권대회 남자 90㎏급 은메달, 제27회 카잔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유도 남자 90㎏급 금메달

2014년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제주그랑프리국제유도대회·도쿄그랜드슬램대회 남자 90㎏급 금메달

2015년 아시아유도선수권대회·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세계유도선수권대회 남자 90㎏급 금메달

2016년 파리 그랜드 슬램 국제유도대회·제31회 리우올림픽 유도 남자 90㎏급 동메달

2018년 후허하오터 그랑프리 대회·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유도 남자 90㎏급 금메

정리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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