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컬러 진단표. 제작 도움 김도은 라이프컬러컨설턴트
지난 15일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에뛰드하우스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 ‘컬러 팩토리’. “갈색보다 분홍색과 하늘색이 더 어울려요. 쿨톤용 립스틱을 발라 보세요.” 컬러 팩토리의 컬러 아티스트 이현정(30)씨가 기자를 보고 던진 첫마디다. 이곳은 ‘퍼스널 컬러’(Personal Color) 진단까지 해주는 독특한 화장품 매장이다. 이씨는 “최근 20~40대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한다.
최근 컬러 팩토리처럼 자신의 피부색과 어울리는 색을 찾아주는 뷰티업체가 많아지고 있다. 드러그스토어 올리브영 강남본점도 그런 업체 중 하나다. 이곳도 자신의 색을 찾으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그래서 ESC가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은 이들의 사례를 통해 파스널 컬러 자가 진단표를 준비했다. 굳이 전문 숍을 찾지 않더라도 이 진단표를 통해 자신의 컬러를 찾을 수 있다.
직장인 김보람(36)씨는 평소 검은색 원피스를 즐겨 입는다고 한다. 어두운 색의 옷을 입으면 체형이 날씬해 보인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대신 밝은 톤의 핑크 베이지색 파운데이션으로 화장하고 연한 분홍색의 립스틱을 발랐다. 하지만 혈색이 창백하고, 도리어 몸이 커 보인다는 소리를 들어 고민이다.
지난 11일 김씨는 고민 해결을 위해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에 있는 퍼스널 컬러 진단소 ‘라이프컬러’를 찾았다. 이곳을 운영하는 김도은 대표는 “자신의 퍼스널 컬러와 맞지 않은 색의 옷을 입으면 옷만 튀어 보여 몸집이 더 커 보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 대표는 올해로 경력 12년 차인 색채 전문가로 ‘아모레퍼시픽’ 뷰티 클래스 등에서 퍼스널 컬러 강사로 활동한 이다.
퍼스널 컬러는 타고난 자신의 피부색을 생기 있게 보이게 하는 개인별 색상을 뜻한다. 스위스 출신 화가이자 독일 예술학교 바우하우스의 교수였던 요하네스 이텐이 20세기 초 사계절에 기반 한 4개의 컬러 팔레트를 만든 게 시초다. 일반적으로 퍼스널 컬러는 ‘웜톤’(Warm Tone)과 ‘쿨톤’(Cool Tone)으로 구분한다. 개인마다 다른 피부의 기본색이 무엇이냐에 따라 퍼스널 컬러가 정해지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크게 웜톤이냐, 쿨톤이냐를 정하는 것이다. 톤은 색의 밝기에 따른 선명도를 얘기하는 것이기에 정확한 표현이 아닐 수 있다. ‘노란빛 베이스 피부’, ‘푸른빛 베이스 피부’가 더 명확한 표현이지만 최근에 ‘톤’ 사용이 보편화됐다. 즉, 노란빛의 베이스 피부면 웜톤, 푸른빛의 베이스 피부면 쿨톤으로 이해하면 된다.
웜톤은 노란색이 잘 어울리는 ‘봄 타입’과 황토색이나 금색이 혼합된 갈색이 어울리는 ‘가을 타입’으로 나뉜다. 쿨톤은 파란색과 흰색이 혼합된 파스텔 톤의 색이 어울리는 ‘여름 타입’과 파란색과 검은색이 혼합된, 선명한 색이 어울리는 ‘겨울 타입’으로 나뉜다.
김도은 라이프컬러컨설턴트가 이은지씨의 퍼스널 컬러를 찾아주고 있다.
노란색이 도는 흰 피부에 짙은 갈색 머리카락, 밝은 갈색의 눈동자 테두리 색을 가진 김씨는 전형적인 ‘웜 봄’ 타입이다. 김 대표는 “검은색 옷보다는 밝은 살구색 블라우스에 비슷한 색감의 스카프를 착용할 것”을 권했다. 옷을 갈아 입은 뒤 웜톤용 밝은 아이보리색 파운데이션까지 바른 그는 이전과는 달라 보였다. 여기에 살짝 광택이 도는 복숭아색 립글로스를 바르자 김씨의 낯빛이 환해 보였다.
이날 김보람씨 이외에도 퍼스널 컬러 상담을 의뢰한 나윤영·이은지·황혜란씨 등이 모여 있었다. 이들의 피부색 타입은 다 달랐다. 붉은빛이 도는 흰 피부와 눈동자의 테두리가 회색빛이 도는 검은색인 나윤영(38)씨는 ‘쿨 여름’ 타입’으로 진단받았다. 나씨는 차분한 느낌의 와인 빛 도는 갈색 옷을 자주 입었다. “베이지 브라운색 파운데이션과 유행하는 살구색 립스틱도 발랐는데 초췌해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잘못된 선택이었다. ‘여름 쿨’ 타입은 밝은 핑크베이지색과 핑크색 립스틱, 연하늘색 셔츠가 어울린다.
노란빛이 도는 갈색 피부와 머리카락을 가진 이은지(36)씨는 ‘웜 가을’ 타입이다. “발랄하게 보이려고 청재킷을 입었는데 오히려 어두워 보이는 것 같다.” 김 대표는 “전형적인 가을 웜 타입은 드라마 <스카이(SKY) 캐슬>의 노승혜(윤세아)”라며 “캐주얼한 재킷보다는 와인색 원피스에 금색이나 갈색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진단했다. 이어 베이지브라운색 파운데이션과 브라운색 립스틱을 추천했다. 황혜란(36)씨는 붉은빛이 도는 피부와 푸른빛이 도는 검은색 눈동자 테두리를 가졌다. ‘쿨 겨울’ 타입으로 진단받았다. 그에게 맞는 색은 검은색이다. 황씨가 채도가 낮은 검은색 원피스로 갈아입자 이전 갈색 옷을 입었을 때보다 얼굴에 생기가 돌고 인상도 또렷해 보였다. 겨울 타입에 어울리는 핑크베이지색과 붉은색 립스틱을 바르자 더 환해 보였다.
퍼스널 컬러 진단소를 찾지 않고도 자신의 색을 찾는 방법은 있다. 흰색 옷을 입은 채 쨍한 햇볕 아래 선 다음,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비춰 보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때 눈 아래 광대 부위의 피부색을 자세히 살피면 자신의 컬러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노란색이 돌면 ‘웜톤’, 붉은색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쿨톤’일 확률이 높다. 자연광에서 정확한 진단이 다소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눈동자 테두리를 확인하면 된다. 한국인 대부분은 갈색이 섞인 검은색 눈동자를 가졌지만, 테두리 색만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한다. 테두리 색이 갈색이면 ‘웜톤’, 회색이나 검은색이면 ‘쿨톤’이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생기 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이들이 많다. 곧 봄이 온다. 그 출발을 ‘퍼스널 컬러’를 찾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실장
[ESC] 메이크업 아티스트 추천 화장품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추천 화장품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실장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추천 화장품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실장
퍼스널 컬러를 찾았다면 이제 내게 맞는 화장을 해보자. 메이크업 전문가들은 화장할 때 피부를 무조건 하얗게 하지 말고 본연의 피부색을 자연스럽게 살리는 게 좋다고 권한다. 다양한 색의 파운데이션을 내놓은 브랜드들이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다. 자신의 피부색에 맞는 파운데이션을 찾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색조 브랜드 루나의 코렉터는 12가지 색, 색조와 기초를 함께 내놓는 이니스프리의 파운데이션 라인 ‘마이 파운데이션’은 50가지 색에 달한다. 베이지색만도 트루베이지·미디엄베이지·미디엄베이지색 등 세분화돼 있고, 민트그린(연두)·클리어옐로(노란)·퓨어라벤더(보라)까지 있다.
이마저도 귀찮다면 ‘센텔리안24’의 ‘마데카 커버크림’ 등에 주목해보자. 쿨톤이나 웜톤 피부 모두에게 잘 어울리는 제품이기에 실용적이다.
피부 화장에 ‘색’이 중요하듯이 입술·눈 화장에도 ‘퍼스널 컬러’가 중요하다. 자신의 피부에 딱 맞는 립스틱을 바르면 얼굴이 더 생기 있어 보인다. 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이스트점 건희 실장은 색조 화장 ‘초보자’들을 위해 홀리카홀리카 등 중저가 브랜드를 추천한다.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다양한 색조 실험(?)을 하고 싶다면 중저가 브랜드들을 적당하다. 색조가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고 말한다. 홀리카홀리카의 립스틱 ‘하트크러쉬 립스틱’ 라인은 22가지 색으로 구성돼 있다. 한 개 당 7900원.
홀리카홀리카의 ‘하트크러쉬 립스틱’. 사진 업체 제공
이밖에도 최근 출시된 메이블린 뉴욕의 아이섀도 ‘레몬에이드 크레이즈 팔레트’는 ‘봄 웜톤’에 적합한 12가지 색이 한 데 모여 있어 메이크업 아티스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다고 한다. 에이치앤엠‘(H&M) 여성브랜드 ‘앤아더스토리즈’의 립스틱도 색이 선명해 인기가 높다고 한다.
김포그니 기자
원색 빨강, 초록, 노랑, 파랑 등 채도(색의 선명도)가 높은 색들과 이들 색을 혼합한 유채색을 뜻한다. 색은 개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며, 그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에스엔에스(SNS) 등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게 자연스러워진 시대다. 이를 반영하듯 지금 원색을 입은 패션·뷰티·인테리어 등이 다채로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