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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유호정 “엄마 생각 많이 나는 영화로 돌아왔죠”

등록 2019-01-17 09:41수정 2019-01-17 20:02

Fun한 사람┃김성일이 만난 완소 피플

청춘스타로 데뷔···28년째 활발한 연기 활동
은인으로 김수현 작가·배우 윤여정 꼽아
“아이들과 가장 친한 친구여서 행복해요”
배우 유호정이 지난 14일 신작 <그대 이름은 장미> 개봉을 앞두고 김성일 스타일리스트를 만났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배우 유호정이 지난 14일 신작 <그대 이름은 장미> 개봉을 앞두고 김성일 스타일리스트를 만났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배우 유호정(49)이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로 돌아왔다. 2011년 영화 <써니>에 출연한 뒤 8년 만의 스크린 외출이다. 15년 전 어머니를 여읜 그에게 이 영화는 남 다른 의미였다고 한다. “영화를 찍는 내내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났다. 그리고 그분을 완벽히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지난 14일 김성일 스타일리스트가 유호정 배우를 만나 그의 배우 인생과 가족 그리고 신작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정리 김포그니 기자pognee@hani.co.kr,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실장

김성일(이하 김) 그동안 몇몇 드라마에서 유호정씨 의상을 제가 담당하면서 동료로, 20년 지기 친구로 지내다가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네요. 유호정이라는 배우를 처음 제대로 알게 된 게 1992년 무렵이었어요. 그 때 호정씨는 배우 오연수, 김혜수씨 등과 함께 떠오르는 청춘스타였죠.

유호정(이하 유) 과찬이세요.(웃음) 당시 김혜수씨는 한참 위 선배였죠. 오연수씨도 그렇고요. 한번은 데뷔 직후 어떤 광고를 촬영하게 됐는데, 그때 오연수씨가 메인 모델이었고 제가 보조였어요. 그래서 저한테는 오연수씨야말로 스타였죠.

1991년 <문화방송>(MBC) 드라마 <고개숙인 남자>로 데뷔한 지 1년 만에 당시 ‘청춘스타 공장’이라 불렸던 <문화방송>(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에 캐스팅됐잖아요. 1987년 연극으로 데뷔했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그건 잘못된 정보예요. 1989년 학교(서울예술대) 앞에서 길거리 캐스팅 된 게 연예계와 인연을 맺은 계기였죠. 처음엔 무서워서 피했는데, 그 캐스팅 매니저가 학교에 와서 저를 조교에게 만나게 해달라고 한 거예요. 30만원을 준다고 하니 당시로는 큰 돈이었고, 등록금 벌 수 있겠구나 싶어서 했죠.

<우리들의 천국>에는 배우 장동건·염정아·감우성씨 등이 출연했잖아요. 대부분 훗날 스타가 됐죠. 호정씨도 물론이고요.

솔직히 제가 스타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요. 흔히 연예인이면 무대 위에서 사회도 잘 보고, 대중 앞에 서는 게 자연스러울 거라 생각하는데, 전 아직도 무대 올라가면 심장이 멎을 것 같아요. 물론 예전보다는 나아졌긴 했지만요.

제가 기억하는 유호정씨는 되게 털털한 스타였어요.

어떤 면에서 그렇게 느끼셨어요?(웃음)

1990년대 중반 당시 제가 일했던 한 패션 브랜드 회사에서 스타를 초청한 행사를 했어요. 그때 호정씨도 왔는데요. 캐주얼한 옷을 입은 호정씨가 배우 이재룡씨의 손을 잡고 나타난 거예요.

아, 생각나요. 그 때 이재룡씨와 연애할 때였어요.

깜짝 놀랐죠. 연예인의 공개 연애가 지금보다 더 흔치 않았던 시절이었잖아요. 그런데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열린 행사에 유명한 배우 두 명이 손을 잡고 나타났으니까요. ‘저렇게 다녀도 되나. 대단하다’싶었죠.

공개 연애를 해야겠다는, 어떤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고요. 그냥 편한 게 좋아서 그렇게 같이 다녔던 것 같아요.

인터뷰하고 있는 유호정.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인터뷰하고 있는 유호정.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배우 유호정은 1991년 <한국방송>(KBS) 드라마 <옛날의 금잔디>에서 배우 이재룡과 함께 출연한 것을 계기로 1995년 결혼해 2002년 아들 태연(16)군과 2005년 딸 예빈(13)양을 낳았다.

올해 결혼한 지 몇 년째죠?

24년 됐어요. 저도 이렇게 오래 살 줄 몰랐어요.(웃음)

유호정씨 집에 가끔 놀러가 보면, 이재룡씨가 엄청 가정적이어서 놀랄 때가 많아요. 호정씨 말이라면 언제나 ‘예스’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두 분이 다툴 때도 있나요?

항상 남편이 ‘너 하고픈 대로 해’라고 해서 부딪힐 일이 거의 없었어요. 또 결혼한 지 7년 만에 첫 아이가 생겼잖아요. 애 앞에서 싸우는 건 절대 안 된다고 둘이 합의했어요. 사실 남편도 저한테 불만이 왜 없겠어요. 그런데 티를 안내고 남들 앞에서는 오히려 저를 더 대접해줘요. 제가 배우고 싶은 점이에요.

이재룡씨가 선배 배우로서 연기 지도도 해주나요?

유 제가 배우로서 자신감이 없을 때 ‘한 작품만 더 해보는 게 어때’라며 격려해주는 고마운 사람이에요. 덕분에 임신했을 때만 빼고 작품 활동을 쉬지 않고 해온 것 같아요.

<초원의 빛>(KBS), <천사의 키스>(KBS) 등에서 따스하고 바보스러울 정로도 착한 캐릭터를 소화해 인기를 얻은 유호정이지만, 연기의 외연을 넓히고 싶은 배우로서 욕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1999년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청춘의 덫>에서 악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한다. 약혼자의 전 여자친구(심은하)와 대결구도에 있는 재벌집 딸 ‘영주’ 역을 덜컥 맡은 것이다. 당시 그가 낙점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대중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유호정이 뜻밖의 독한 역을 맡은 게 생소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드라마가 공개되자 명연기를 펼쳤다는 호평이었다.

<청춘의 덫>에서 유호정씨의 연기 내공이 오롯이 드러났다고 봐요.

김수현 작가님의 작품이어서 그런 변신이 가능했어요. 그분의 대본은 언제나 완벽하거든요. 감사하죠.

배우 인생을 돌아 봤을 때 고마운 사람이 더 있다면요?

윤여정 선배님이요. 1994년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작별>을 같이 찍으면서 윤 선배님께 연기하는 법을 제대로 배웠어요. 매주 후배에게 연기를 지도해준다는 게 보통 열정 갖고는 힘든 일이거든요. 심지어 그때 윤 선배님은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계실 때였어요. 저도 육아를 해보니 그때 선배님의 고충을 알겠더라고요. 여러모로 존경하는 분이에요.

<로즈마리> 찍으면서 같이 출연했던 배우 김승우씨와 친해졌죠? 나중에 배우 김남주씨에게 소개해줬다면서요?

소개팅을 주선한 것은 아닌데, 공교롭게 ‘사랑의 오작교’가 된 셈이죠.(웃음) 남주씨와는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서 연락을 자주 하는 사이가 됐어요. 같이 육아를 하면서 고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옆에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유호정씨는 유독 주변에 친구가 많더라고요. 비결이 뭐예요?

운이 좋았어요. 요즘 들어 더 깨달아요. ‘내가 참 인복이 있구나’라고요. 10년 전 배우 최지우씨가 우리나이로 제가 50살이 되면 파티를 해주겠다고 했는데, 까맣게 잊고 지냈지요. 그런데 얼마 전 지우씨가 절 위해 깜짝 생일 파티를 열어줬어요. 손 편지를 준비하고, 꽃 장식도 정성을 들였더라고요. 정말 감동해서 울컥 했어요.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의 한 장면. 사진 리틀빅픽쳐스 제공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의 한 장면. 사진 리틀빅픽쳐스 제공
드라마만 거의 30여편 출연했는데, 드라마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나요?

드라마든 영화든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열심히 읽어요. 편식하는 편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영화 섭외도 많이 들어오는데 거절을 자주 한다고 들었어요.

영화는 언제나 하고 싶어요. 그런데 들어온 시나리오가 너무 자극적인 게 많았어요. 유괴나 성폭행당한 딸을 둔 엄마 같은 역이요. 읽는 동안 제가 너무 힘들었어요. 읽는 것만도 힘든데 연기를 어떻게 하나 싶었지요. 더구나 촬영하는 몇 개월은 그 역에 푹 빠져 살아야 하는데요. 엄두를 못 냈죠. 그러던 차에 <그대 이름은 장미>가 들어온 겁니다. 모성애를 제대로 다뤘다 싶어서 승낙했어요.

어떤 내용의 영화인가요?

한 여성의 일대기이자 한 엄마의 이야기예요. 이 영화를 찍으면서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많이 났어요. ‘우리 엄마도 예전에 그랬겠구나’라고 이해하게 됐죠. 딸과 손 잡고 가서 보면 좋은 영화예요.

영화 <써니>의 한 장면. 사진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영화 <써니>의 한 장면. 사진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전작 <써니>도 한 여성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였잖아요.

<써니>는 여성들의 우정을 다뤘다면 <그대 이름은 장미>는 모성애를 잘 표현한 작품이에요. 저도 엄마로서 한번 즈음은 모성애를 담은 따뜻한 작품에 참여해 보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온 거죠.

아이들한테 어떤 엄마인가요?

이번 영화 찍으면서 딸에게 물어 봤어요. ‘엄마는 나한테 제일 친한 친구’라고 하더군요. ‘친구 같은 엄마?’라고 되물었더니 ‘아니, 제일 친한 그냥 친구! 난 엄마랑 노는 게 제일 재밌어’라는 거 있죠.(웃음) 기뻤어요.

<이비에스>(EBS)의 ‘책 읽는 라디오 낭독 시리즈’에도 출연하고, 2000년엔 <유호정의 행복한 집 이야기>도 출간했다고 들었어요.

낭독은 누가 부탁해서 한 거고요, 책은 결과적으로는 잘 안 됐지만 좋은 경험을 했죠.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의 한 장면. 사진 리틀빅픽쳐스 제공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의 한 장면. 사진 리틀빅픽쳐스 제공
<그대 이름은 장미> 시사회에서도 살짝 울었다면서요. 요즘 눈물이 많아진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지인들이 많이 왔어요. 그것이 감사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죠. 마침 영화의 줄거리도 옛 추억을 되짚는 내용이었던 터라 감동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자녀와 가장 친한 친구라서 행복하다는 배우 유호정. 그가 이번 신작에서 어떤 ‘엄마’를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김성일 스타일리스트

유호정 프로필

1991년 <문화방송>(MBC) 드라마 ‘고개숙인 남자‘ 출연해 배우로 정식 데뷔.

1993년∼1994년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결혼’, ‘작별’ 출연. ’제29회 백상예술대상’ 티브이(TV)부문 여자신인연기상.

1995년 <한국방송>(KBS) 드라마 ‘바람은 불어도’ 출연.

1996년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자전거를 타는 여자’, <문화방송>(MBC) 드라마 ‘사과꽃 향기’ 출연.

1997년 <한국방송>(KBS) 드라마 ‘폭풍 속으로’,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이웃집 여자’ 출연.

1998년 <한국방송>(KBS) 드라마 ‘거짓말’, ‘천사의 키스’ 출연.

1999년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청춘의 덫’, <한국방송>(KBS) 드라마 ‘해 뜨고 달 뜨고’ 출연.

2000년 <한국방송>(KBS) 드라마 ‘태양인 이제마’ 출연.

2002년 영화 <취화선> 출연.

2003년 <문화방송>(MBC) 드라마 ‘앞집 여자’, <한국방송>(KBS) 드라마 ‘로즈마리’ 출연. ‘KBS 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 수상.

2006년 <한국방송>(KBS) 드라마 ‘인생이여 고마워요’, <문화방송>(MBC) 드라마 ‘발칙한 여자들’ 출연.

2007∼2009년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사랑은 아무나 하나’, <문화방송>(MBC) 드라마 ‘깍두기’ 출연.

2010년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이웃집 웬수’ 출연. ‘SBS 연기대상’ 연속극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 수상.

2011년 영화 ‘써니’ 출연

2013년 <한국방송>(KBS) 드라마 ‘사랑해서 남주나’ 출연.

2014년 영화 ‘민우씨 오는 날’ 출연.

2015년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출연.

2019년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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