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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올해 놓치지 말아야 할 사소한 장면들

등록 2018-12-28 09:19수정 2018-12-28 09:32

SNS 타고 조용히 인기 끈 영화·드라마·웹툰
<소공녀>·<빨간 머리 앤> 등 열렬 팬층 두터워
셀럽파이브의 춤, 올해 최고 춤 영상
<어쿠스틱 라이프>·<그녀의 심청>도 볼만
영화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이솜). 사진 광화문 시네마 제공
영화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이솜). 사진 광화문 시네마 제공
한국을 넘어 미국과 유럽까지 뒤흔든 방탄소년단의 노래 ‘페이크 러브’의 화려한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고혹적인 배우 김태리의 강인한 모습이 빛을 뿜어내는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에 빠졌다가, 영화 <안시성>의 웅장한 전투 장면을 접하면 2018년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화려한 ‘장면’들로 가득한 한 해였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2018년 이 장면’은 지나가는 개도 알만큼 유명한 영화나 드라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에스엔에스(SNS) 등을 통해 소소하게 퍼진, 사소하지만 울림이 큰 장면도 많다. ESC가 2018년이 다 가기 전에 꼭 챙겨봐야 할 ‘‘2018 사소한 이 장면’을 꼽아봤다.

올해의 사소한 뒷모습

소공녀 미소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것을 포기할까.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땐 포기할 수 없는 것을 선택하기도 한다. 올봄에 개봉한 영화 <소공녀>의 미소(이솜)가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유일한 안식처인 담배 한 개비와 한 잔의 위스키다. 미소는 일당 4만5000원을 받는 가사도우미다. 지독하게 가난해도 일당을 쪼개 바에 들르고, 담배와 위스키를 즐긴다. 월세가 오르고 담뱃값도 오르자 미소는 방을 빼고 함께 밴드를 했던 옛 친구들을 찾아간다. 한 손엔 여행용 캐리어, 다른 손엔 계란 한 판을 들고서. 미소는 친구들의 집에서 묵는 동안 그 집에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며 나름의 대가를 지불한다.

영화가 시작할 무렵, 미소는 쌀을 담은 검은 비닐의 귀퉁이가 터진 줄도 모르고 한강 다리를 걸어서 건넌다. 저 쌀을 다 흘리면 어쩌나 조마조마해서 가슴이 옥죄는 한편, 길게 뿌려진 쌀알로 걸어온 자취를 남기는 뒷모습은 판타지 동화 같기도 하다. 영화의 정서를 압축한 듯한 이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미소는 말한다. “집이 없긴 하지만 취향과 생각까지 없는 건 아니거든.” 남에게 비굴하지도, 스스로 가엽게 여기지도 않는 여자에 관해 생각한다. 한강 다리를 건널 때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빨간 머리 앤>의 앤과 마릴라(사진 왼쪽). 사진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빨간 머리 앤>의 앤과 마릴라(사진 왼쪽). 사진 넷플릭스 제공
올해의 사소한 조연

마릴라

주인공 앤 옆엔 마릴라 커스버트가 있다. 외모, 따돌림, 양성평등 등의 고민에 빠져있는 앤에게 마릴라는 늘 현명한 답을 제시한다. <시비시>(CBC)와 공동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빨간 머리 앤>은 ‘시즌1’의 인기를 등에 업고 올해 7월 ‘시즌2’가 출시됐다. 캐나다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이 바탕인 <빨간 머리 앤>은 14살 소녀 앤의 성장 과정을 그렸지만, 완고하고 고지식한 노인 마릴라의 인생 철학에 관한 얘기기도 하다. 때로 주인공 앤보다 마릴라의 말 한마디가 팬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가는 이유다. 에스엔에스(SNS)를 타고 소소하게 퍼진 <빨간 머리 앤>의 대사는 인스턴트식 세상살이가 판치는 현실에서 작은 울림이 됐다. “온 세상이 너를 싫어하고 너를 사악하게 여긴다고 해도 네 양심에 거리낄 게 없고 죄가 없다면 네 곁에는 반드시 친구가 있을 거야.”

셀럽파이브의 춤. 유튜브 갈무리
셀럽파이브의 춤. 유튜브 갈무리
올해의 춤

셀럽파이브의 춤

못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보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마력의 셀럽파이브 춤. 셀럽파이브는 인기 개그우먼 김신영·송은이·안영미·신봉선·김영희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이다. 이들이 반짝이는 의상을 입고 연탄재 같은 까만 머리카락을 날리면서 온 힘을 다해 추는 춤은 찰리 채플린의 코믹 연기보다 웃기다. 2017년 돌풍을 일으킨 일본 토미오카 고등학교 댄스부 영상에 충격(?)을 받은 김신영이 동료들을 불러 모아 기획했다고 한다.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에 진출하는 등 인기를 끌자 이 춤을 따라 하는 네티즌의 영상이 동영상 채널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여운혁 사장은 이들의 인기 비결을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장난치는 듯한 친근함”에서 찾았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것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감동을 줬다”고 말한다. 그는 “장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예술이 된다”며 셀럽파이브는 ‘장난’을 예술로 승화시킨 그룹이라고 평했다.

난다 작가의 <어쿠스틱 라이프>. 다음 웹툰 갈무리
난다 작가의 <어쿠스틱 라이프>. 다음 웹툰 갈무리

웹툰 <그녀의 심청>. 저스툰 누리집 갈무리
웹툰 <그녀의 심청>. 저스툰 누리집 갈무리
■ 사소한 웹툰

<어쿠스틱 라이프>와 <그녀의 심청>

매주 금요일과 화요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다음 웹툰에서 연재 중인 난다 작가의 <어쿠스틱 라이프>와 저스툰에서 연재 중인 세리(seri)-비완 작가의 <그녀의 심청>을 보려는 사람들이다. 이 두 작품은 ‘2018 오늘의 우리 만화’로 선정됐다. 재치와 위트 넘치는 스토리와 감성을 흔드는 그림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8년째 연재 중인 <어쿠스틱 라이프>는 웹툰과 함께 성장한 작가의 일상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서찬휘 만화칼럼니스트는 “여성의 눈으로 보는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를 다룬 수작”이라고 평한다. <그녀의 심청>은 페미니즘 관점에서 ‘심청’을 재해석한 명작이라고 추천했다. 기발한 설정과 예기치 못한 지점에서 터져 나오는 개그 코드가 웃음을 끌어내는 작품이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유선주 객원기자

송년 묵은 한 해를 보냄. 지난 한 해를 정리하거나, 다가올 한 해를 계획하는 때다. 국내에서는 ‘설’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삼는 전통이 있지만, 최근에는 지인들끼리 송년 파티를 열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서로에게 안부를 건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다양한 매체나 단체들도 이맘때 각계의 주요 사건이나 인물을 정리해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 일상의 재미를 추구하는 ESC는 한 해를 보내며 ‘올해의 사소한 ○○○’을 꼽았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유선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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