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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세계 소형차들의 ‘아이콘’···‘르노5’

등록 2018-12-20 09:20수정 2018-12-20 09:29

신동헌의 으라차차
르노5. 사진 르노 제공
르노5. 사진 르노 제공
‘르노5’는 1972년부터 1996년까지 생산된 소형차다. 태어난 해부터 1986년까지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로 선정됐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프랑스 차’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약 550만대가 팔렸다.

3.5m를 조금 넘기는 짧은 차체와 1.5m 남짓한 폭을 가진 이 차는 국산 경차보다도 작지만, 유럽 전역은 물론 작은 차를 선호하지 않는 미국에서도 잘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1973년과 1978년, 두 차례의 석유파동 때문에 작은 차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팽배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인 네 명이 탈 수 있는 충분한 크기와 고갯길은 물론 고속도로에서도 잘 달릴 수 있는 동력 성능이 인기의 비결이었다.

르노는 농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르노4’와 가족용 자동차인 ‘르노6’ 사이의 간격을 메우고 싶어 했다. 독일에는 비틀이, 영국에는 미니가 있었지만 프랑스에는 가족을 위한 소형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르노의 경영진은 디자이너 미셸 부에가 여가 시간에 재미로 디자인한 ‘르노5’를 우연히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이틀 만에 이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든 실물 크기 찰흙 모형을 만들었고, 디자인한 지 3년도 안 돼 정식 차량으로 출시했다.

프랑스인들은 물론이고 유럽 전역의 소비자들이 이 작은 차에 열광했다. 당시의 주류였던 직선 위주의 디자인이면서도 외형에 절묘한 각도를 주는 방법으로 날렵하면서도 귀여운 분위기를 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최초의 소형 해치백(차량의 객실과 트렁크의 구분이 없으며 트렁크에 문을 단 승용차)이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가자 르노 경영진은 무척 고무됐다. 처음에 실었던 782㏄의 소형엔진의 배기량은 845㏄였다. 956㏄, 1108㏄를 거쳐 1397㏄까지 커졌다.

1980년에 등장한 ‘르노5 터보’는 1397㏄ 엔진에 터보를 장착해 당시로서는 상당한 수준인 160마력의 출력을 발휘했다. 심지어 엔진의 위치를 차의 앞이 아닌 운전석 뒤로 옮기고 뒷바퀴를 굴리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무게 중심을 차체 한가운데 놓음으로서 동력 성능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같은 개조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터 스포츠였던 세계랠리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이뤄진 것이었다. 개조 과정에서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이 차는 5000여대나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차체 뒷부분에 거대한 엔진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뒷부분을 다시 디자인했는데, 르노5의 디자이너였던 미셸 부에는 차가 발매되기 직전 암으로 사망했기 때문에 또 다른 디자이너 마르첼로 간디니가 디자인 수정 작업을 맡았다. 마르첼로 간디니는 당시 람보르기니와 마세라티, 최초의 베엠베(BMW) 5시리즈 등 최고급차의 디자인을 도맡았던 사람으로 르노가 얼마나 이 소형차를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르노가 공을 들인 덕분에 이 차는 1981년 세계랠리선수권대회에 등장하자마자 몬테카를로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1986년까지 수많은 팀에서 애용했다. 1984년 이후에는 무려 350마력까지 출력을 끌어 올렸는데, 이는 2018년 시즌에 사용한 현대차의 i30 경주차와 동일한 출력이다. 그 덕에 ‘주머니 속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로켓’이라는 별명을 얻은 르노5 터보는 지금까지도 수많은 소형차들이 닮고 싶어 하는 아이콘이다. 일반형 르노5는 1997년부터 르노 클리오로 이름을 바꾸고 현재까지 사랑받고 있다.

신동헌(자동차 칼럼니스트·<그 남자의 자동차>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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