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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사장님이 타던 고급차···부의 상징 ‘그랜저’

등록 2018-11-29 09:37수정 2018-11-29 09:51

신동헌의 으라차차
그랜저. 사진 현대자동차 제공
그랜저. 사진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의 ‘그랜저’는 한국인에게 자동차 이상의 의미를 갖는 존재다. 이 차가 처음으로 등장하던 당시에는 ‘부’를 상징했고, 1990년대에는 ‘성공’을 의미했으며, 최근에는 국제적인 규모로 성장한 한국 경제의 시금석과도 같은 존재로 남았다. 수입차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국내 기업 임원의 전용차로 꾸준히 사랑받으면서 여전히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 중 하나로 꼽힌다.

1986년 등장한 첫 번째 그랜저를 기억하는가? 당시에 이 차가 갖는 존재감은 요즘 잘 나가는 수입차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이상이었다. 그랜저가 지나가면 누구나 고개를 돌려 쳐다봤을 정도였다. 이전까지 존재했던 그 어떤 고급차보다 당당한 자세와 안정적인 성능으로 그랜저는 그렇게 큰 인기를 끌었다.

1980년대 초, 현대는 일본의 자동차업체 미쓰비시의 엔진과 동력계통을 이용해 만든 독자모델 ‘포니’를 선보였다. 포니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승승장구하던 때 ‘1988 서울 올림픽’개최가 결정되면서 현대는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한국산 고급차’가 필요했다고 느꼈다. 그러나 당시의 현대는 미국 자동체 업체 포드의 ‘포드 그라나다’를 조립 생산한 것 외에는 대형 고급 승용차에 대한 기술과 경험이 부족했다. 때문에 그간 사업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오던 미쓰비시에 협력을 요청했다. 미쓰비시는 일본 굴지의 대기업이지만 자동차 부문에서는 도요타와 닛산, 혼다 등에 밀려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었고, 특히 일본 내의 고급차 시장에서는 전혀 힘을 못 쓰고 있었다. 한 예로 새로운 자동차 모델을 만들 만한 여력이 없어 미쓰비시의 고급차 ‘데보네어’는 1964년부터 1986년까지 무려 22년 간이나 생산되고 있었다. 그 탓에 그룹 계열사 사장단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차를 타고 다니는 상황이었다. 이런 난국에서 현대자동차 덕분에 미쓰비시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할 수 있었고, 그 결과물이 1986년 한국에서는 ‘그랜저’로, 일본에서는 ‘데보네어(2세대)’라는 이름으로 선보이게 됐다.

당시 미쓰비시는 미국의 자동체업체 크라이슬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그랜저는 크라이슬러의 고급차인 ’뉴요커’와 비슷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이때 맺어진 관계는 이후 한동안 지속돼 2008년 현대·미쓰비시·크라이슬러가 엔진 제조를 위한 동맹을 맺는 데까지 이어진다.

그랜저는 고급차로서는 드문 앞바퀴 굴림 방식을 택하면서 실내 공간이 무척 넓었고, V6 엔진의 우수한 성능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과 공동 개발한 차였지만, 국내에서는 대성공을 거둔 반면 일본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대는 현재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세타엔진의 결함 은폐와 관련된 의혹을 겪고 있다. 얄궂게도 미쓰비시, 크라이슬러와 함께 개발한 엔진이다. 현대와 미쓰비시의 관계가 청출어람의 표본이 될지, 유유상종의 증거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신동헌(자동차 칼럼니스트·<그 남자의 자동차>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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