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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댕댕이 세탁소 생겼어요! 멍멍!

등록 2018-11-23 09:27수정 2018-11-23 19:26

커버스토리┃세탁소
이색 세탁소 봇물···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요인
세탁하는 동안 차 한 잔···세탁 카페 인기
반려견·반려묘 물품 빨래방도 생겨
지하철 역사 안 무인 세탁소, 직장인 애용
세탁하는 동안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카페형 세탁소. ‘론드리프로젝트’.
세탁하는 동안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카페형 세탁소. ‘론드리프로젝트’.
주거 형태, 노동 시간, 취미 생활 등이 다양해진 시대. 카페 겸 세탁소, 반려동물용품 세탁소, 지하철 세탁소 등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생겨난 새로운 세탁소들이 있다. 누가 찾고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까?

‘커피+세탁소’에 거실을 더하면?

세계의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를 소개하는 <2019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는 서로 다른 사업을 조합하는 ‘시너지 비즈니스’ 사례로 홍콩 셩완의 셀프 세탁소인 ‘커피 앤 런드리’(Coffee&Laundry)를 다룬다. 코인 빨래방이 카페와 결합해 ‘세탁기 돌아가는 시간 동안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된 것이다. 김용섭 트렌드 분석가가 쓴 <라이프 트렌드 2019>에도 취향을 공유하는 이들의 사교 공간으로 살롱과 카페처럼 변하는 빨래방이 포함됐다.

세탁하는 동안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카페형 세탁소. ‘워시타운’.
세탁하는 동안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카페형 세탁소. ‘워시타운’.
빨래 한 바구니 돌리는 동안 커피를 마시고, 동네 이웃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선뜻 그려지는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론드리프로젝트'와 2호점인 마포구 서교동 '워시타운'에 가면 알 수 있다. 이곳의 차림표엔 여느 카페와 같은 음료와 베이커리에 세탁과 건조가 더해진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와 은은한 세제 향기가 풍기는 정갈한 공간에서 음료를 홀짝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게 뭐 별스러운 기쁨이냐고? 세탁기가 있어도 빨래를 널 베란다나 다용도실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1인 가구, 혹은 원룸 생활자라면 안다. 살림살이로 어지러운 방 한복판에 빨래 건조대가 두 날개를 펼친 풍경이 얼마나 마음을 번잡하게 하는지를. 카페 인테리어를 참고해 깔끔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민 방도 빨래를 널기 시작하면, 세탁물이 마를 때까진 서낭당 같은 꼴이 된다. 누구는 건조기를 사라고 조언했다. 건조기 둘 자리를 마련하려면 세탁기를 빼야 한다고 답했다. 33㎡(약 10평) 남짓한 주거 공간에서 빨래를 돌리고 여유롭게 차 한 잔 마시는 거실을 꿈꾸기는 쉽지 않다.

론드리프로젝트 이현덕 대표는 건축을 전공하고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건물을 짓고, 지속가능성 없는 곳들에 예산이 집중되는 현실에 한계를 느낀 그는 지역에 필요한 콘텐츠와 생활 비즈니스에 눈을 돌렸다. 2015년 론드리프로젝트가 그렇게 문을 열었다. 이씨가 결합한 것은 세탁과 커피지만, 공간을 구심점으로 지역 사람들을 연결하는 일에 닿아있다. 2호점인 서교동 워시타운에도 여럿이 둘러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도 그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오는 손님들에게 말을 자주 건다. 커피나 빨래가 필요해서 오신 분들인데, 이야기해보면 취미나 일 등으로 통하는 게 많다. 손님 중에 서로 화제가 맞을 것 같은 분들을 대화에 자연스럽게 끌어들이기도 한다.” 1인 가구로 살아가다 보면 가끔은 ‘불가원 불가근(不可近 不可遠)’ 정도의 동네 친구를 바랄 때가 있다. 느슨한 공유 거실 역할을 하는 워시타운에서는 자그마한 영화제도 열렸다. 빨래를 돌리는 동안, 세탁소가 나오는 영화를 보는 ‘세탁소 영화제’다. (론드리프로젝트: 서울 용산구 신흥로 78, 02-6405-8488/워시타운: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10길 48 동궁빌딩1층, 070-7794-8488)

반려견·반려묘 세탁소 가보니

개나 고양이와 함께 살다 보면 새삼스러운 행동이 몸서리치게 귀여울 때가 있다. 전신에 털 코트(?)를 두르고도 또 털 이불에 파고드는 점이 그렇다. 건조대에 자리가 없어 침대 위에 수건을 펼쳐두면 고양이는 꼭 그 위로 올라간다. 실내 생활하는 대개의 고양이는 푹신한 침대에서 뒹굴다가도 수건 한 장 두께만큼 더 안락한 자리를 찾아간다. 이불이며 수건에 촘촘히 박힌 고양이의 털 제거는 인간의 몫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이들이 환영하는 세탁소 ‘크린펫’.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이들이 환영하는 세탁소 ‘크린펫’.
동물털이 붙은 극세사 소재 침구와 방석 등을 가정용 세탁기에 넣어 빨아보면 기대만큼 개운치가 않다. 먼지와 엉긴 털이 세탁물 이곳저곳에 덩어리로 붙어 있어서 실리콘 소재 빗으로 여러 번 훑어내야 동물털이 딸려 나온다.

포메라니안 강아지를 키우는 이은순씨도 빨래가 고민이었다. “포메라니안 종은 털이 굉장히 많이 빠진다. ‘마약 방석(푹신한 반려동물용 침구류)’을 한 번 빨면 세탁기 안에 털이 남아서 사람 옷에 묻어나온다. 큰 건조기로 먼지와 털을 털어내면 좋겠다 싶어서 셀프 빨래방에 가져갔는데 ‘여기서 세탁하시면 안 된다’는 방송이 나오더라. 시시티브이(CCTV)로 빨래방을 관리하던 업주였다.” 이씨의 고민은 올해 5월 창업으로 이어졌다. 반려동물 용품 빨래방 ‘크린펫’의 탄생 배경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이들이 환영하는 세탁소 ‘크린펫’.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이들이 환영하는 세탁소 ‘크린펫’.
설비는 일반 셀프 빨래방과 같지만 ‘애완용품 전용’과 ‘사람용품 전용’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동물털 때문에 건조기 내부 청소가 중요하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셀프 빨래방이지만 택배 고객이 보낸 용품은 세탁 대행 비용 없이 이씨가 직접 세탁한다. 세탁과 건조 기본이 6000원으로 일반 빨래방보다 저렴한 편이다. 세탁비보다 오가는 택배비용이 더 드는 게 아닌가 물었다. “방석, 담요, 카시트 등이 주로 택배로 온다. 두께에 따라 1회 건조가 부족할 때 추가 건조 비용을 받는다. 겸사겸사 돌아가는 택배 편에 반려동물 용품을 함께 주문하시는 분들이 있다.”

이씨는 셀프 빨래방 옆에 반려동물 미용실을 함께 운영한다. “동네 분들이 개 산책을 겸해서 빨랫감을 들고 오신다. 리트리버 강아지가 목욕하는 동안 견주는 빨래방에서 세탁을 한다.” 리트리버도, 리트리버가 좋아하는 이불도 말끔해져서 돌아가는 길을 상상하니 귀여워서 웃음이 터졌다. (충청남도 아산시 배방읍 설화고길 10-7, 041-534-1379)

출퇴근 길 활용···지하철 역사 내 빨래방

지하철 역사 안에서 어묵이나 떡볶이를 먹는 풍경도 이제는 어색하지 않다. 화장품 로드 숍에 편의점이 있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지난 12일 지하철 7호선 반포역 역사 내 ‘헬스&라이프 케어존’에는 피트니스센터, 스터디카페, 세탁소가 문을 열었다.

서울 지하철 7호선 반포역 역사 안의 세탁소 ‘어반런드렛’.
서울 지하철 7호선 반포역 역사 안의 세탁소 ‘어반런드렛’.
‘어반 런드렛’ 매장의 한쪽 벽엔 독일제 세탁기와 건조기 여섯 세트가 있고, 맞은편엔 보관함 32개가 놓여있다. ‘출근길 맡기고 퇴근길 찾고’라는 글자가 적힌 세운 간판이 눈을 끈다. 상주하는 직원 없이 손님이 손수 세탁기를 돌리는 셀프 빨래방을 무인 빨래방, 혹은 코인 빨래방으로 부른다. 이곳은 셀프도 아니고 코인도 아니다. 무인 단말기인 키오스크를 이용해 보관함에 빨랫감을 넣고, 세탁이 완료되면 보관함에서 찾아가는 방식이다. 키오스크로 영화관에서 표를 구매해 본적은 있지만, 빨래방은 처음이었다. 우선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문자 메시지로 인증 번호가 온다. 인증 번호를 입력하고 보관함을 선택한다. 요금은 세탁과 건조, 세탁을 마친 세탁물을 접어서 정리해주는 서비스까지 포함해 1만원이다. 빨래 완료를 알리는 문자를 받고 24시간 안에 찾아가면 된다. 비용을 지불하면 내 빨래를 대신해 주는 이의 얼굴을 볼 필요가 없다. 사적인 빨랫감이지만 익명성이 보장된다.

서울 지하철 7호선 반포역 역사 안의 세탁소 ‘어반런드렛’.
서울 지하철 7호선 반포역 역사 안의 세탁소 ‘어반런드렛’.
점포 내부는 가전제품 전시장만큼 환하고 상쾌한 세제 냄새가 풍기는데도 어쩐지 살짝 스릴이 있었다. 지하철 물품 보관함으로 비밀리에 접선하는 스파이 영화를 너무 많이 본 탓일까? 역 바깥으로 나오자 11월의 바람이 매섭다. 코트 깃을 세우며 중얼거렸다. “차가운 도시의 빨래방. 하지만 건조기만큼은 따뜻하겠지.” (지하철 7호선 반포역 1번, 6번 출입구 아래 지하 1층, 010-5181-8289)

글·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세탁소 돈을 받고 남의 빨래나 다림질 따위를 해 주는 곳.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는 정계 입문 당시 ‘대구 세탁소집 둘째 딸’을 내세워 성실한 노동자의 자식이라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가수 윤도현도 세탁소를 운영하던 부모의 곁에서 음악인의 꿈을 키우던 시절을 노래의 랩 가사로 옮긴 바 있다. 2018년 11월 기준, 세탁업으로 등록된 업체는 전국 2만8천여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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