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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샛별 배유진 “자신을 더 사랑하는 게 현명한 것”

등록 2018-10-12 14:50수정 2018-10-12 14:54

김성일이 만난 완소 피플

모델계의 떠오르는 10대 스타 배유진
지난해 14여개 유명 패션쇼 무대 서
다문화가정 편견 땜에 맘고생도
"샤넬, 구찌 무대도 서고 싶어요"
샛별 배유진 양이 포즈를 잡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샛별 배유진 양이 포즈를 잡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배유진(16)양은 모델 한현민(17)군과 함께 최근 국내 패션계에서 ‘대세’로 떠오른 신인 모델이다. 한국인 어머니와 나이지리아계 미국인으로 알려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데뷔 1년 차 인데도 단박에 주목받는 모델로 등극했다. 그가 모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2019 에스에스(S/S) 헤라 서울패션위크’를 2주 앞둔 지난 3일 김성일 스타일리스트가 만나 들어봤다.

배유진양은 지난해 10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국내 최대 패션쇼 ‘2018 에스에스(S/S) 서울패션위크’에서 14여개 패션 브랜드 무대를 종횡무진 달리며 주목을 받았다. 전도유망한 10대 모델 배양은 최근 한 케이블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고등학생 특유의 발랄한 일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아직은 학생이니 옷은 평범하게 입는 게 좋다”는 어머니의 강요(?)와 “모델인 만큼 다양한 옷을 입고 싶다”는 그의 주장은 시청자의 눈을 사로 잡으면서 인기를 끌었다. 샛별로 주목받는 그이지만, 한때 다문화가정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 때문에 마음고생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꿈을 이루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정리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김성일(이하 김) 지난해 모델로 데뷔했죠? 중학교 3학년이었는데요.

배유진(이하 배) 모델이 되고 싶어서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명한 모델의 사진을 찾아보고 공부했어요. 모델과가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할까도 생각했죠. 따라한 모델의 포즈를 찍어 제 에스엔에스(SNS) 계정에 올리기도 했죠. 어느 날 그걸 본 유명 패션잡지 <얼루어> 에디터로부터 연락이 와 화보를 찍었어요. 그때 저를 좋게 보신 김정환 헤어디자이너님이 모델매니지먼트 회사 신화사 신귀란 대표에게 저를 추천하셨어요.

20년 지기 신 대표가 유진양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친구 대박이지!”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신 대표는 모델 보는 눈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은 유진양을 두고 하는 말이네요.

(웃음) 그건 아닙니다. 운이 좋았죠.

잡지 화보 촬영, 패션쇼 무대, 방송 출연 등. 해보니 어때요?

힘들지 않고 재밌어요. 하면 할수록 더 큰 것을 하고 싶은 욕심이 나요. 친구들과의 관계도 조금 달라졌지요. (다문화 가정이라고) 놀리는 이들이 줄었지요. 제가 원래 붙임성이 좋아서 친한 친구들은 많았는데, 그래도 저를 싫어하는 친구들은 있었어요. 그런 친구 중에 갑자기 연락 오는 이도 있어요. (미소)

놀림당하면 마음이 매우 아팠겠네요.

많이 울었어요. 초등학교 때는 상처도 컸고요. 울고 있는 제게 엄마가 달려온 적도 많았죠. 하지만 이제는 그냥 넘겨요.

마음이 좀 단단해진 것 같아요. 피부색이 달라 한국인과 어울릴 수 있을까, 직업은 가질 수 있을까 고민도 했나요?

네 그랬죠. 외국에 많이 나가는 직업이 낫겠다 싶어 비행기 승무원을 할까 했는데 영어를 못 해서. (웃음) 외국인이 영어로 길을 물어보면 되게 당황스러워요. 전 평범한 한국인인데 말이죠.

한국은 어떤 부분에서는 무척 보수적이잖아요. 한민족, 단일민족을 강조한 나라니까. 미국, 일본, 유럽과는 다르죠. 이런 환경에서 유진양은 잘 자라고 있는 것 같군요. 요즘 ‘중2병’이 무섭다고 하잖아요. 유진양은 효녀일 거 같은데요.

화장 진하게 하고 다니면서 살짝 반항도 했죠. 중학교 3학년 때 크게 혼나고부터는 안 그래요. 엄마가 무서워서요. (웃음) 요즘 엄마는 당당하게 사는 제가 좋아 보이시나 봐요.

아버지의 나라, 나이지리아 가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아버지가 보고 싶다거나. (배양은 싱글맘 가정이다.)

솔직히 조금 궁금하긴 한데요, 지금은 별로 가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지금 하는 일을 잘 해내고 싶습니다.

샛별 배유진 양이 포즈를 잡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샛별 배유진 양이 포즈를 잡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배유진양.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배유진양.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배유진양은 2011년 광복절에 모델 한현민군이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을 티브이(TV)에서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한현민군이 소속된 다문화 합창단 ‘레인보우 코리아 합창단’에 들어가게 됐다고 한다. 그는 그곳에서 다문화가정의 또래들을 만나 비슷한 고민을 나누며 사고의 폭을 넓혔다. 모델이 된 후 합창단 활동은 더 이상 하진 않지만 이때의 경험이 배유진양에게는 소중한 자산이 됐다.

밝고 건강한 모습이라서 보기 좋아요. 마음의 상처도 있었는데. ‘레인보우 코리아 합창단’ 친구들을 가끔 만나서 고민 상담도 해요?

상처받지 말라고 얘기해 줬죠. ‘상처 주는 친구들이 나쁜 사람이야’라고 말하진 않아요. 화내봤자 우리만 손해라고 생각해요. 그냥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하고 자신을 더 사랑하는 게 현명한 것 같아요.

다시 모델 얘기 해볼까요? 잡지 화보 촬영, 패션쇼 등 뭐가 제일 재밌었어요?

패션쇼요. 짧은 시간, 무대에 서는 게 짜릿해요. 공들여 화장하고 오랫동안 찍는 패션잡지 화보 작업도 나름 뿌듯해요.

유명해지면 악플 등 고생하게 되는 일도 생기는데, 그런 경험 있나요?

배유진양.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배유진양.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화보 촬영을 했는데, 메이크업 선생님이 제 피부색보다 더 진하게 해주셨어요. 외국의 팬들이 난리가 났어요. 자신의 피부색보다 더 검게 화장하는 게 ‘인종 비하’라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솔직히 저는 한국인이니까 잘 몰랐죠.

모델 워킹이나 포즈는 어떻게 준비해요? 식단관리는요?

처음 하이힐 신었을 때 엄청나게 떨렸어요. 넘어질까 봐요. 발은 안 아픈데 키가 커서 적응이 안 됐어요.(배양의 키는 176cm) 유튜브, 잡지, 인스타그램 모델 계정을 보고, 선배들 포즈도 따라 해봐요. 일어나자마자 거울을 보고 표정 연습해요. 뭐든 잘 먹어요. 엄마가 주시는 대로 먹지요. 피자는 정말 좋아하는데, 햄버거, 치킨은 안 좋아해요.

제일 자신 있는 표정은요?

웃는 모습이요. 기분이 한결 밝아지는 것 같아 좋아요.

‘이 디자이너 패션쇼가 정말 좋았다’는 게 있을까요? 관심 있는 해외 무대는요?

카이, 푸시버튼 패션쇼요. 샤넬, 구찌나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무대에 서고 싶어요.

영어 공부가 열심히 해야겠네요.(웃음) 지식도 쌓아야죠. 지식이 없으면 뭘 해도 잘 안된답니다.

네, (지식을 쌓지 않으면) 항상 똑같은 자리에 있겠죠.

10대라서 여느 청소년처럼 좋아하는 배우 있죠?

윌 스미스, 윌 스미스 아들이요. 국내는 약간 ‘공룡상’을 좋아해요. 김우빈, 류준열이요. 친구들은 예쁘장하게 생긴 이를 좋아하는데 전 아니에요. 마동석 선생님 같은 덩치 있는 친구도 좋아요.(웃음)

좋아하는 이상형을 줄줄이 읊은 배유진양은 여느 고등학생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은 인터뷰 내내 돋보였다. “모델을 하면서도 다른 내(배유진)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으면서 살 거지요”라는 김성일 스타일리스트 조언에도 그는 밝은 미소로 답했다. “네!” 스타일리스트

모델 배유진양(사진 왼쪽)과 김성일 스타일리스트.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모델 배유진양(사진 왼쪽)과 김성일 스타일리스트.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배유진 프로필

2017년 패션 잡지 ‘얼루어’ 화보로 데뷔. 당시 15살.

‘2018 에스에스(S/S) 서울패션위크’ 푸시버튼, 카이 등 14개 패션 브랜드 모델로 활약.

2018년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베네통’ 화보 촬영.

‘2018 연합뉴스 다문화포럼’, '다문화 청소년 진로교육·취업 실태와 지원 방안' 패널 토론 참석.

<티브이엔>(tvN)의 <둥지탈출>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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