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나 설이 다가오면 가족 모두가 함께 탈 수 있는 패밀리 밴이나 스포츠 실용차(SUV)가 인기를 끌곤 한다. 그러나 가족들이 함께 모여 정을 나누고 조상에게 풍년을 기원했던 한가위의 의미를 되새겨보면, 한가위에 가장 주목받아야 할 차는 현대자동차의 ‘포터’다. 전국 농가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일손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포터는 지난해 연간 판매 10만대를 넘기면서 현대자동차의 ‘그랜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차로 기록됐다. 납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이 차는 매달 판매 순위 1, 2위를 기록하는 베스트셀러 겸 스테디셀러면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재미있는(?) 차다. 일반인들이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취향이나 재력을 나타내는 품위 유지의 수단으로 생각하는데 반해 포터는 대부분 현실적인 이유로 선택하는 차이기 때문이다.
1977년 처음 생산된 포터는 운전석 아래에 엔진이 위치해서 보닛이 없는 ‘캡 오버’ 디자인이 특징이다. 운전석 앞에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시야가 넓고, 운전하기 편한 것이 장점이다. 과거 자동차의 전체 길이를 제한하던 시절에 짐을 싣는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려던 데서 보닛을 없애고 엔진을 운전석 아래쪽으로 옮기는 아이디어에서 생겨났다고 하는데, 1899년에 미국에서 이런 형태의 트럭이 처음으로 생산된 기록이 남아있다.
1950년대에는 정면 충돌 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충돌물이 곧바로 운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되기도 했으나 유럽과 미국의 트럭 회사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충돌물이 운전자에게 피해를 끼칠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엔진이 차체 앞쪽 보닛 내부에 위치하는 트럭의 경우 정면 충돌 시 엔진이 운전석으로 밀려들어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고 시 피해에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형 트럭이 이런 형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운전자가 시야 확보를 하기 쉽고 골목을 드나들 때 바퀴의 위치를 파악하기도 수월해 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2014년 유럽의 배출가스 기준이 ‘유로6’으로 강화된 것을 두고, 이에 대응하는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장착해야 했지만, 그럴 경우 차량 가격이 높아져 이 차를 주로 이용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했다. 결국 승용차보다는 ‘유로6’ 적용이 다소 늦춰졌지만, 2016년 9월 이후부터는 ‘유로6’ 규정을 적용하면서 검은 연기를 뿜으며 달리는 과거의 이미지는 많이 사라졌다.
현대자동차 포터는 일본 미쓰비시의 델리카 트럭을 그대로 들여다 팔면서 시작됐지만, 우리나라에 맞는 개량과 디자인 개선을 거치면서 판매량은 오리지널보다 훨씬 늘었고 결국 2011년에 일본에서 단종 된 오리지널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미국에서는 픽업 트럭이 가장 많이 팔리는 차일 뿐 아니라 ‘가장 미국다운 차’로 꼽히며 일반인의 사랑까지 독차지 한다. 우리나라의 발전을 이끌어온 포터도 우리나라 노동자의 삶의 질이 올라가는 데 발 맞춰 계속 발전해 주길 바란다.
신동헌 (자동차 칼럼니스트·<그 남자의 자동차>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