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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군용차에서 드림카로 변신···‘지프’

등록 2018-09-07 10:13수정 2018-09-07 10:24

신동헌의 으라차차
지프 올 뉴 랭글러. FCA코리아 제공
지프 올 뉴 랭글러. FCA코리아 제공

우리는 차체가 높고 비포장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스포츠 실용차(SUV)를 보면 지금도 ‘지프차’라고 부르곤 한다. 그건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바로 ‘지프’(JEEP)가 네 바퀴를 굴리면서 험로를 주파할 수 있으며 짐까지 실을 수 있는 형태를 갖춘 최초의 자동차였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 본격적으로 참가하기 전, 미군은 네 바퀴를 모두 굴릴 수 있는 작전용 차량에 대한 입찰 공고를 135개의 자동차 회사에 보냈다. 그러나 49일 만에 실제로 달릴 수 있는 샘플을 제출해야 하는 불가능한 임무였기 때문에 답신을 보내 온 곳은 두 군데 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생산된 이 차량은 미국이 본격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가하면서 64만대가 생산됐다. 미군뿐 아니라 모든 연합군에게 공여됐으며, 뛰어난 험로 주파능력과 기동성으로 전세를 연합군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연합군의 승리로 전쟁이 끝났고, 평화를 되찾은 유럽과 아시아·미국 전역에서는 승리의 주역인 미국을 찬양하는 분위기가 넘쳐났다. 미국인처럼 입고 먹고 마시는 문화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미군들이 타던 군용차량 ‘지프’는 아메리칸 드림의 대명사가 됐다. 1945년 민수용 지프가 발매되자 전 세계에서 사겠다는 주문이 밀려들었다. 출시되자마자 5년 만에 당시로서는 꽤 많은 숫자인 21만대가 팔려나갔다. 전쟁 중에 각국에 남겨져 있다가 민수용으로 개조되어 팔리기 시작한 것까지 계산하면 실로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지프를 모방한 최초의 자동차인 시발 택시가 만들어졌고, 영국에서는 미군이 남기고 간 차를 이용해 네 바퀴 굴림 차를 만들면서 랜드로버가 시작됐다. 심지어 패전국인 일본에서도 이 차를 본따 만든 미쓰비시 지프가 생산됐는데, 이 차는 나중에 우리나라에서도 현대정공의 갤로퍼라는 이름으로 생산됐다. 이처럼 지프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존재이면서도 가장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차 중의 하나다.

자동차 시장이 변화하면서 지프를 본 따 만든 차들은 하나같이 세상의 흐름을 따라갔다. 군용차량이자 농부들의 짐차이기도 했던 랜드로버는 이제 부촌에서 여성들이 아이들을 등교시킬 때 사용하는 고급차가 됐다. 다른 대부분의 네 바퀴 굴림 차들도 ‘오프로드(포장된 도로 이외의 장소를 차량으로 통행하는 경우)’ 비중을 줄이고 승차감을 높이면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지프는 여전히 초심을 잃지 않고 있다.

최근 등장한 지프 랭글러는 얼핏 보면 뭐가 바뀌었는지 모를 정도로 옛 모습과 닮은 외관에 군용차량보다 더 뛰어난 험로 주파 성능을 갖추고 있다. 시장 변화에 따라 나긋나긋해지기보다는 초심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신동헌(자동차 칼럼니스트·<그 남자의 자동차>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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