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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나른한 오후, 사카모토 류이치, 그리고 나

등록 2018-08-30 10:15

사카모토 류이치. <한겨레> 자료 사진
사카모토 류이치. <한겨레> 자료 사진

누군가를 빛나는 보석에 비유해 묘사한다면 단연코 일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66)가 최고일 듯합니다. 지난주 수요일, 휴가 마지막 날 오후를 무엇으로 채울까 고민하다가 <한겨레> 서정민 음악담당기자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피크닉 가 보세요. ‘사카모토 류이치:라이프 라이프’ 전시하는데 참, 볼만해요.” 피크닉은 전시기획사 글린트가 올해 3월 서울 회현동에 있던 낡은 제약회사 건물을 인수해 만든 문화공간입니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마지막 황제> 영화음악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탄 이로 우리에겐 <남한산성> 영화음악 만든 이로 유명하죠.

그날 오후 피크닉 앞은 ‘목신의 오후’가 강림한 듯 나른하고, 도시의 소음이 완전히 사라진 듯 적막했습니다. 그 고요함을 깨트린 건 20대 연인들이었는데, 이미 이곳이 ‘핫 플레이스’로 소문이 나서인지 그들은 취향을 채집하듯 셔터를 누르며 공간에 몰입하고 있더군요.

1시간 정도면 다 볼 줄 알았던 전시는 3시간을 넘겼지만 오랜만에 오롯이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4층 전시실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데요, 기술과 결합한 음악은 인간의 감성보다 이성에 호소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공중에 매달린 수조에선 소리에 변화에 따라 마치 물안개 같은 연기가 나오고, 신기한 영상들은 별처럼 지나갔어요. 전 바닥에 누워 그것을 봤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죠. 인생이든, 직업이든, 한 가지 정체성만으로는 더는 생명을 지속할 수 없는 현실이 닥쳤다는 것을요.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전시의 마지막은 옥상. 파란 하늘이 질투하는 연인들의 입맞춤이 작품 같더군요.

이번 주 ESC 주제는 이스포츠((E-Sports)입니다. 사카모토 류이치 전시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더군요. 전략을 짜고 상대를 살피는 건 인간의 몫이지만 컴퓨터 기술이 없었다면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 이스포츠, 게임이니까요. 보너스로 요즘 직장인들의 점심을 강타한 ‘라이브 퀴즈쇼’ 준비했답니다.

박미향 팀장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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