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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캠핑카 ‘타입2’

등록 2018-08-23 10:20수정 2018-08-23 10:25

신동헌의 으라차차
폭스바겐의 ’타입2’. 폭스바겐 제공
폭스바겐의 ’타입2’. 폭스바겐 제공

휴가철이 되면 캠핑카에 대한 로망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도로를 따라 달리다 마음 내키는 곳에 머물면서 색다른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차 주변에 텐트를 치는 모터 캠핑이나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일반적인 여행과 달리 캠핑카는 이동의 여운을 머무는 도중에도 남길 수 있어 특히 장거리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캠핑카는 폭스바겐의 ‘타입2’다. 1950년 선보인 이 차는 정식 명칭인 타입2 외에도 ‘캠퍼’, ‘트랜스포터’, ‘콤비’, ‘마이크로버스’, ‘불리’ 등 다양한 별명으로 불린다. 최초의 미니밴 중 하나인데다 전세계에서 오랫동안 다양한 용도로 쓰였던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동차를 타고 떠나고, 또 머물 수도 있는 여행’이라는 것을 가능케한 첫 번째 차이기 때문이다.

1947년 프랑스 시트로엥이 H밴을 내놓으면서 네모난 박스 형태의 밴이 처음 등장했지만, 이 차의 대부분이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에서만 팔린 것과 달리 폭스바겐 타입2는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았다. 폭스바겐 비틀과 포르쉐356에 사용된 구동계를 그대로 물려받아 신뢰도가 높았고, 무엇보다 모양이 귀여워 친숙한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초창기부터 지붕을 높이거나 의자의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캠핑카 형태를 고려해 생산된 것도 인기의 비결이었다. 이 차가 자유로움을 실천하는 미국 서해안의 서퍼들과 히피들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1950년대의 서핑 붐과 1960년대 미 전역을 휩쓴 히피 문화와 함께 폭스바겐 타입2는 하나의 문화적 상징이 됐다.

미국 정부는 1964년 서독이 미국산 닭에 높은 세율을 부과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서독산 경트럭에 엄청난 세금을 부과했다. 이후 이 차는 미국에 수출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꺾이지 않았다.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이 차종의 중고차는 여전히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며, 상태 좋은 물건은 신형 미니밴보다 비싼 가격표를 붙이기도 한다. 엔진을 신형으로 바꾸고 에어컨을 장착하는 등 개조를 하면 가격은 더 올라가지만 많은 캠핑족들이 이 차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정도다. 어린 아이들 뿐 아니라 성인 수집가들을 위한 제품도 내놓는 것으로 유명한 레고에서도 타입2 캠핑카를 제품화했을 정도로 대중적 인기도 높다.

이 차의 혈통을 이어받은 신형모델은 우리나라의 그레이스나 봉고와 비슷한 평범한(?) 미니밴이지만, 효율성과 경제성보다는 낭만적인 디자인과 분위기를 원하는 팬들의 목소리에 호응하듯 폭스바겐은 가끔씩 모터쇼에 타입2의 리바이벌 버전을 선보이기도 한다. 머잖은 미래에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차 내부에서 휴식이나 여가 시간을 보내는 일이 보다 많아질 테다. 때문에 모든 차가 캠핑카와 비슷한 실내로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상용차이면서도 수많은 팬을 거느린 이 차는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거주공간이자 문화의 상징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좋은 예다.

신동헌(자동차 칼럼니스트·<그 남자의 자동차>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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