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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그냥 놀러갔다 눌러앉은 ‘바캉스 랜드’

등록 2018-08-17 14:14수정 2018-08-17 21:04

이우성의 낙서 같아
김윤하의 ‘비치용 비치’.  이우성 제공
김윤하의 ‘비치용 비치’. 이우성 제공
서울 논현동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이하 플랫폼엘)는 멋진 공간이다. 주목받는 젊은 건축가 이정훈이 디자인했는데, 그런 명성에 기대지 않더라도 충분히 탐구해볼 만하다. 내 경우엔 건물 내부가 쉽게 간파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는다. 지금 이곳에선 ‘공간 연구 기획전 시리즈’ 전시가 열리고 있다. 그냥 작품을 전시한 게 아니라, 공간을 탐구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반으로 한 작품을 전시한다.

엘리베이터에 공간과 작품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 전시 공간인 셈이다. 지하 전시실은 기계실이었던 곳을 ‘머신룸’이라는 이름의 전시 공간으로 바꾼 것이다. 전시 동선을 따라 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건물의 공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공간과 동선을 ‘읽는’ 경험은 낯설고 신기하다. 익숙하게 어딘가 머물고 지나가지만 그곳이 어떻게 형성되고 존재하는지 파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전시는 틀 자체가 멋지다. 건물 외부가 특이한 형태의 곡선이 이어지게 디자인됐다는 점을 떠올리면 공간을 탐구하는 이 전시의 매력은 더 높아진다.

전시엔 박길종, 김윤하, 베리띵즈+신선혜, 이지연, 이광호, 김미수, 박여주 작가가 참여했다. 중정에 놓인 박길종과 김윤하의 작품이 가장 눈길을 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일단 이 작품은 티켓을 끊지 않아도 볼 수 있다. 중정을 걷거나 보는 것만으로 돈을 받진 않기 때문이다. 박길종과 김윤하는 일상적인 사물, 너무 일상적이어서 오히려 미술 작품의 재료로 보이지 않는, 그런 면에서 독특한 재료로 작품을 만든다. 나는 박길종과 김윤하가 작업을 시작한 시기부터 줄곧 보아왔는데 처음엔 그들이 제작하는 것들을 미술의 영역 안에 끌어다 놓기가 애매하다고 느꼈다. 그때 그들이 지금과 다른 걸 만들진 않았다. 하지만 불과 4~5년 사이, 그들이 제작한 것들은 이제 미술 공간에 전시된다.

2층에 전시된 베리띵즈+신선혜의 작품도 신선했다. 신선혜는 유명한 패션 사진가다. 나는 패션 매거진에서 오래 일했고 당연히 신선혜의 사진을 오래 봐왔다. 정물과 사람을 대하는 관점, 특히 색의 톤에 대해 관해서라면 그는 자신만의 것을 갖고 있다. 그것을 미술 전시 공간에서 다시 보니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졌다. 나는 그 이질감이 소중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이 미세한 결을 읽어내면 좋겠다.

전시 제목은 ‘베케이션 랜드(VACATION LAND)’다. 평일 낮에 갔는데 관객 중엔 놀러온 가족들도 있었다. 공간을 탐험하는 것만으로 훌륭한 여행이 될 것 같다. 이곳에선 재미있게 쉴 수 있다. 보물 찾으러 돌아다니는 기분도 들고. ‘바캉스’는 9월16일까지 계속된다.

이우성 시인·미남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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