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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탑골공원도 ‘젊음의 핫플레이스’였다

등록 2018-08-16 10:01수정 2018-08-16 10:41

[ESC] 커버스토리
담장은 허물고 ’디제잉 파티’…잔디밭은 ’미술관’
대한민국 공원은 다채로운 변신 중
도심 속 무료공간서 삶 즐기는 ’공원족’ 늘어
서울 금천구 금나래중앙공원. 지난 3월 이 공원 잔디밭에 ’숨고래’라는 이름의 대형 그늘막이 들어서 시선을 끌었다. 이재훈(스튜디오 시믈)
서울 금천구 금나래중앙공원. 지난 3월 이 공원 잔디밭에 ’숨고래’라는 이름의 대형 그늘막이 들어서 시선을 끌었다. 이재훈(스튜디오 시믈)

연록색의 잔디밭에는 판자형 울타리가 쳐 있다. 군데군데 나무 벤치도 눈에 띈다. 담장이 있는 이 곳에 들어가려면, 학교에 등교하는 것처럼 ‘문’을 통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공원의 모습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공원들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시 금천구 금나래중앙공원이 그렇다. 지난 3월 이 공원의 잔디밭에 선홍색 고래 모형이 들어섰다. ’숨고래’라는 이름의 설치미술품 겸 대형 그늘막이다. 4월6일 이곳에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디제잉 파티도 열렸다. 이날 20대 젊은이들부터 60대 중년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 같은 음악을 즐겼다.

공원의 설치미술품. 이재훈(스튜디오 시믈)
공원의 설치미술품. 이재훈(스튜디오 시믈)

그늘막의 디자인을 맡은 위진복(45) 유아이에이건축사사무소 소장은 “그동안 국내 공원의 대부분은 동물원과 구조가 흡사했다. 사람들은 주로 포장길로 다녀야만 했고, 나무와 꽃은 울타리에 둘러싸여 구경거리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위 소장은 잔디밭에 대형 그늘막을 설치해 사람들이 제대로 뛰놀 수 있게끔 했다.

공원의 설치미술품. 이재훈(스튜디오 시믈)
공원의 설치미술품. 이재훈(스튜디오 시믈)

1974년까지 도축장으로 사용되다 1987년 스위스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에 의해 공원으로 바뀐 ‘라 빌레트(La Villette)’ 공원이 비슷한 예다. 베르나르 추미는 도축장을 정원 형태의 공원으로 바꾸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대신 가로세로 약 10m 길이로 된 정육면체 구조의 붉은 조형물 23개를 배치했다. 사람들이 공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기대했던 그의 바람대로 현재 이 정육면체 구조물들은 공연장, 식당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공원에 복합문화공간이 생긴 셈이다.

지난 4월6일 ’숨고래’ 밑에서 디제잉 파티도 열렸다. 이날 20대 젊은이들부터 60대 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음악을 즐겼다. 금천구청 제공
지난 4월6일 ’숨고래’ 밑에서 디제잉 파티도 열렸다. 이날 20대 젊은이들부터 60대 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음악을 즐겼다. 금천구청 제공

공원에서 야외 행사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직장인 회의’, ‘독서모임’, ’낮잠’ 등 실내에서 주로 이뤄지던 일들이 공원으로 그 장소를 옮기고 있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걸까. ″공원 문턱을 낮추면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이고 문화는 저절로 꽃 핀다.″ 유현준(49)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공원은 도시에서 돈을 지불하지 않고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카페나 숙박업소 등에 머무르려면 돈을 내야 하고, 이마저도 소득 수준에 따라 질이 달라진다. 그러나 공원은 다르다. 누구나 공평하게 즐길 수 있는 공공의 장소다. 특히 최근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뒤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의지가 공원의 적극적 활용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때문에 유 교수는 일정 조건만 갖춘다면 공원에서 여가를 즐기려는 이들이 앞으로도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서 준비했다. 공원에서 즐길 수 있는 일들을 살펴 봤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ESC] 탑골공원, 1922년 경성의 ’핫 플레이스’

서울 종로 탑골공원. 박승진 제공
서울 종로 탑골공원. 박승진 제공

서울 종로 탑골공원. 박승진 제공
서울 종로 탑골공원. 박승진 제공

“세계 어느 곳이든 공원마다 다양한 탄생배경과 변천사가 있다”고 도시계획 전문가 유창수 씨는 말한다.

영국에서 가장 큰 장미정원 ’퀸 메리 가든’이 자리 잡고 있는 ’리젠드 파크’. 이곳은 옛 영국 왕실의 사냥터였다. 1811년 당시 통치자 조지 4세를 위한 왕실 전용 공원으로 조성됐다 1835년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왕실 전용였을 때는 공원 열쇠를 가진 소수만이 들어갈 수 있었다.

한국 공원의 경우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시대에 따른 변천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공원으로 서울 종로에 있는 ’탑골공원’을 꼽는다.

“K와 내가 夜市(야시)에서 과물(果物)을 사 가지고 공원으로 들어가는 아홉시 가까운 꽤 어두운 때이엇다. 문을 들어서면서, 벌서 몸은 푸른 그늘에 들고 가벼운 상긋한 량미(凉味)가 마음에 솔솔 숨기기 시작하는데, 팔각정을 향한 중앙의 고든 길로, 좌우에서 쭉쭉버든 벚나무 그늘 미트로 길에 가득한 나무닙 그림자를 밟으면서 것는 맛은 마치 서늘한 버들 밋의 못(池)물을 헤염치는 것 갓다.”

아동문학가 방정환은 1922년 8월1일자로 발행된 <개벽>지에 ’공원정탐, 하야(夏夜)의 각 공원’이라는 기획기사를 싣는다. 잔물이라는 필명으로 게재된 기사는 당시 한여름 탑동공원(현 탑골공원)의 밤풍경을 재치 있는 글 솜씨로 풀어내고 있다.

조경건축가 박승진 씨는 “지금은 ‘어르신들의 공원’ 쯤으로 여겨지는 탑골공원이 1920년대 모던걸과 모던보이들이 즐겨 찾는 ‘경성’에서 가장 잘 나가는 핫 플레이스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에 만들어진 최초의 근대 도시공원 1호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박씨는 “1890년대 말 한성부에서 폐사지 원각사터를 서구식 도시공원으로 만들었다”며 “이때 점유 가옥에 대한 토지보상 후 공원용지를 확보했다는 기록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한때 ’젊음’의 상징이었던 탑골공원은 서울 종로2가에서 젊은이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ESC] ’포켓’ 공원의 재발견

서울 중구 마을정원의 공원 조성 전 모습. 서울중구청 제공
서울 중구 마을정원의 공원 조성 전 모습. 서울중구청 제공

서울 중구 마을정원의 공원 조성 전 모습. 서울중구청 제공
서울 중구 마을정원의 공원 조성 전 모습. 서울중구청 제공

서울 중구 마을정원의 공원 조성 후 모습. 서울중구청 제공
서울 중구 마을정원의 공원 조성 후 모습. 서울중구청 제공

도심 속 자투리 공간이 단 3일 만에 공원으로 바뀌는 게 가능할까? 가능하다. 동네에서 자주 사용되지 않은 공터나 골목길을 활용해 빠르게 공원을 조성한다는 뜻에서 ‘포켓(주머니)’ 공원으로도 불리는 이 ‘작은’ 공원들은 지난 7년 간 서울 시내에서만 총 66곳이 생겼다. 올해에는 서울 관악구 서원마을의 마을 마당 등 7곳이 변신을 마쳤다.

서원마을 마을마당의 경우 위치상 지역 주민들의 유동인구가 많은 공터였지만 보도 블럭 위에 정자 한곳만 덩그러니 있어 보기에 좋지 않았고 이용하는 이들도 적었다. 그러다보니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이들도 왕왕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자 주변에 화초를 심고 현대미술 설치물을 세워 이색적인 한 평 공간으로 만들자 지역 주민들이 즐겨 이용하는 동네공원이 됐다”고 말했다.

골목길이 한평 공원으로 바뀌는 일도 늘고 있다. 지난 7월 조경, 벽화 등을 이용해 정원 형태의 한평 공원으로 바뀐 서울시 중구 청구동에 있는 회색빛 낡은 계단이 대표적이다. 곳곳에 금이 간벽은 흰 색 바탕에 현대 회화 방식으로 그려진 벽화로 바뀌었고, 계단 구석마다 조경용 초화 43종 1,594본이 심어졌다.

올해 이런 식으로 중구 필동, 황학동, 을지로동 등에 있던 골목길 일부가 한평 공원으로 바뀌었다. 서양호 중구구청장은 “공원은 지자체가 주민에게 드릴 수 있는 중요한 복지 중 하나다. 공원 부지를 새로 구하는 게 쉽지 않지만, 동네 어귀의 낡은 계단 등 유휴공간을 이용해 한평 공원을 만드는 데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공원 시민의 휴식을 목적으로 조성한 넓은 정원이나 장소를 뜻한다. 과거엔 공원을 주로 산책하는 공간으로 여겼다. 최근에는 직장회의, 독서, 요가 등 그 사용 영역이 확장됐다. 도시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에 사람들이 부담 없이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펼쳐 보이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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