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화장품업계는 폭염에 대처하는 아이디어 상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알약 형태의 화장품, 부피를 줄인 파우치형 화장품 세트, 일명 ’대왕 쿠션’ 이라는 파운데이션, 휴대용 진동클렌저, 시원한 원단의 초경량 신발 등.(사진 아래 왼쪽에서부터 시계 반대 방향 순) 사진 윤동길(스튜디어 어댑터 실장)
일반적으로 8월은 겨울 신상품을 선판매하는 데 열을 올리는 시기지만 "올해는 다르다"고 국내 패션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실제로 송풍기가 달린 배낭, 무게와 크기를 줄인 휴대성 화장품 등 폭염에 대처하는 아이디어 제품을 앞다퉈 계속 내놓고 있는 중이다. 폭염을 피하면서 스타일은 챙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지난달 23일 기상청은 ‘오는 10월까지 평년보다 더운 날씨가 이어진다’고 전망했다. 예상보다 길어지는 더위로 인한 불쾌지수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쾌적하게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날씨에 적합한 아이디어 상품을 챙길 것을 추천한다. 예전처럼 양산을 쓰고 선크림을 바르며 얇거나 노출이 있는 옷을 입는 것만으로는 더위를 견뎌낼 재간이 없다. 아이디어 상품이라고 해서 기능성만을 강조한 것은 아니다. 기능성은 살리면서도 20∼30세대를 겨냥한 독특한 디자인까지 갖춘 게 최근 출시되는 폭염 관련 패션, 화장품 상품의 특징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여성브랜드 ‘지컷(g-cut)’의 마케팅 담당자는 “최근 문화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밀레니엄 세대가 판매 대상”이라며 “등산 배낭, 등산복만 하더라도 과거에는 기능성만 강조했다면 최근에는 밀레니엄 세대가 혹할 만한 아이디어를 적용하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등이 닿는 곳에 송풍기를 설치한 ’쿨 팩’(COOL PACK). 코오롱스포츠 제공
여름철 야외 활동이 힘든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땀’이다. 특히 등산 등 야외 활동 시 착용하는 배낭 때문에 곤란을 겪는 이가 많다. 배낭과 밀착된 등에 계속 땀이 차, 옷이 젖는 등 불편해지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된 제품이 바로 ‘쿨팩’(COOL PACK)이다. 등과 맞닿는 부위에 송풍기를 설치한 기능성 배낭으로 야외 활동 내내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가방에 부착된 유에스비(USB)선에 휴대용 보조배터리를 연결한 뒤 어깨끈에 있는 전원버튼을 누르면 송풍기가 돌아간다. 일반 선풍기처럼 바람세기도 조절할 수 있다. 시종일관 바람이 나오는 구조라서 땀이 차기 어려울 정도다. 살짝 추워지면 송풍기를 끄면 된다. 코오롱에프엔시 엠피알팀 문인영 과장은 “여름철 고객의 가장 많은 불만은 가방을 착용했을 때 등에 차는 땀”이라며 “척추에 맞춰 등판을 설계한 배낭은 송풍기의 바람이 등에 효율적으로 전달되도록 만들었다”고 말한다.
폭염에 짐까지 무겁다면 피곤함은 배가 된다. 알약 형태로 만들어진 샴푸, 린스 등 화장품 세트, 열쇠고리 형태로 나온 소형 진동 클렌저 등 무게는 대폭 줄이고 휴대성을 살린 아이디어 화장품도 인기다. 일상에서는 약국에서나 볼 법한 캡슐 형태의 형태에 로션, 린스, 선크림 등을 담은 휴대용 화장품이다. ‘6.5㎝ x 17㎝’ 정도 크기 1팩에 캡슐이 10개 들어 있는 구성이다. 마치 알약이 여러 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언제 어디서든지 톡 까서 입에 털어 넣는 캡슐형 알약처럼,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뜯어 쓸 수 있다. 이 캡슐 형태의 화장품을 만든 영국 캐릭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피터젠슨의 관계자는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일수록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을 주변에 자랑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런 경향을 분석해 만든 것이 이 알약 형태의 화장품이다”라고 말한다.
작은 파우치에 담긴 여행용 화장품 세트도 여전히 시장에서 강세다. 불필요한 공간이 없어 휴대성과 실용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제품이다. 더운 날씨를 고려해 비닐이 아닌 방수 원단으로 제작한 파우치도 찾는 이가 많다고 한다.
올해 초에는 진동클렌저도 크기도 작아졌다. 세안 용품을 얼굴에 바른 뒤 장착된 진동 브러시로 얼굴의 때를 씻어내는 진동클렌저는 미세먼지 등의 여파로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다만 제품의 크기가 높이 10㎝여서 집에서 주로 사용하는 제품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다 올해 초 휴대하기 용이한 5㎝ 크기의 진동클렌저가 등장했다. 스웨덴 진동클렌저 업체 ‘포레오’는 “여름철에는 화장이 땀으로 얼룩져 언제 어디서든지 자주 세안을 하고 싶어 하는 고객이 많아졌다. 휴대용 진동클렌저가 주목받는 이유다”라고 말한다.
소형화 추세와 달리 쿠션 파운데이션은 오히려 크기가 커져 눈길을 끈다. 과거 인기 있는 쿠션 파운데이션의 지름이 5∼6㎝ 정도였다면 최근 10∼11㎝로 두 배 이상 커졌다. 개그우먼 이영자씨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퍼프가 커서 세 번만 두드리면 화장이 끝난다”고 호평한 뒤 ‘대왕 쿠션’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퍼프가 커졌기 때문에 강한 햇볕 아래서 얼굴은 물론 목, 어깨 등 신체의 넓은 부위를 효율적으로 커버할 수 있다는 게 인기 비결이다.
여름휴가철 물놀이에 유용한 방수 시계, ’다이버 워치’ ’펠라고스’. 튜더 제공
‘다이버 워치’도 여름철 물놀이 관광객들에게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내에 상륙한 한 해외 유명 시계 브랜드 튜더의 다이버 워치는 9월 출시인데도 대기자가 100여명 이상 몰렸다고 한다.
타이타늄이 박혀 시원한 티셔츠인 ‘아이스 핏’. 라푸마 제공
기온이 오를수록 기능성 ‘쿨링’ 상품도 불티나게 팔린다. 목 뒷부분에 타이타늄 소재의 ‘아이스 닷’(Ice Dot)이 내장된 옷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입는 순간 살갗에 차가운 타이타늄으로 만들어진 작은 점이 닿아 시원함을 곧바로 느끼는 식이다. 여기에 땀 냄새 유발 물질을 억제하는 기능을 가진 ‘크레오라 프레쉬’(creora fresh) 원단으로 만들어졌다면 금상첨화다.
이밖에도 여름철에 가장 사랑받는 원단은 리넨이다. 통기성이 좋아 땀에 젖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리넨을 내세운 무난한 디자인의 옷이 많았다면 올해는 노랑, 주황, 빨강 등 선명한 채도의 과감한 색상과 독특한 디자인 제품이 늘었다. ‘지컷’의 경우 화사한 색감의 리넨 소재 긴 치마가 출시 일주일 만에 재생산에 들어갔다. 화사한 색감과 무늬의 리넨 블라우스도 출시 3주만에 완판이 됐다고 한다.
‘화려한’ 옷과 ‘시원한’ 가방으로 멋과 기능성을 다 잡았다면 마지막으로 신발을 챙겨보자. 이것 역시 옷이나 화장품처럼 무게를 줄이고 통기성을 확보하는 게 기본이다. 초경량 소재를 사용해 신발 무게가 130g이 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