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근육 운동을 통해 건강을 관리한다는 모델 한혜진씨. 연인 전현무 방송인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모델 한혜진(35). 그는 최근 몇몇 예능 방송 프로그램에서 “사람들이 나를 ‘키 큰 개그우먼’인 줄로만 안다”며 농담조로 말하지만 국내외 패션업계에서 그는 ‘한’(HAN)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2000년대 중반 한혜진은 국내파 모델로서는 최초로 미국 뉴욕 등 세계 패션 무대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다양한 명품 브랜드 패션쇼를 종횡무진 달린 결과, 세계 무대에 진출한 첫해에 ‘모델스닷컴’이 뽑은 ‘세계 신인 모델 톱 10’에도 선정됐다. 최근엔 전현무 전 <한국방송>(KBS) 아나운서와 열애설을 인정해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김성일 스타일리스트는 직업상 모델인 그와 과거 종종 작업했다고 한다. 지난 17일 오랜만에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
정리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김성일(이하 김) 오래 전부터 지켜봤지만, 혜진씨는 ‘자기 관리의 여왕’ 같아요.
한혜진(이하 한) 제 기준에 만족스러운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그래도 365일 완벽한 건 아녜요. (웃음)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술자리도 가게 되니까요.
김 1999년 ‘박지원·김행자 디자이너의 패션쇼’ 대기실에서 처음 만났죠. 관계자가 “기가 막힌 모델이 있어”라고 해서 호기심에 가봤더니, 세상에! 정말 마네킹 같은 모델이 서 있는 거예요. 그 사람이 바로 혜진씨였죠. 그때 “한국에 있지 말고 어서 해외로 진출해보라”고 권했었는데 기억나요?
한 그럼요. 사실 데뷔 때부터 그런 조언을 들었는데 진지하게 생각하진 않았어요. 매일 열심히 살 뿐, 먼 미래를 준비하는 성향이 아니에요. 게다가 당시 국내 활동만으로도 무척 바빴고요.
김 결국 2000년대 중반, 미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잖아요. 당시 국내파 모델들의 외국 진출이 흔하지 않았을 때였는데, 적응하기 어렵진 않았나요?
한 7년째 모델 일을 안정적으로 하고 있던 때였어요. 낯선 곳에서 바닥부터 시작하는 게 쉽진 않더군요. 그래도 ‘해야 하는 건 하고 만다’는 성격이라 힘들어도 견뎠어요. 국내에서 8개월간 영어 배우고, 2006년 초 홀로 미국 뉴욕을 갔죠. 그때는 체력이 지금보다 좋아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새벽부터 나가서 하루 종일 오디션 30여건을 볼 정도로 강행군을 했거든요.
김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면요?
한 당시 뉴욕 패션계는 마른 몸매가 대세였어요. 거의 권력이었죠. 모델 캐스팅에 가면 저만 빼고 모델들이 스키니 진을 입고 있는 거예요. 스키니 진이 나오기 시작했던 때였죠. 전 입어 본 적이 없었어요. 발 한쪽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통이 좁은 바지였죠. 저만 통바지를 입고 갔기에 통통하게 보일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요새 모델들이 더 마른 거 같아요.
김 본인도 마른 몸을 선호하는 편인가요.
한 지금은 관점이 바뀌었어요. 지금은 (마른 몸이) 볼품없는 몸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그래서 항상 근육을 단련하려고 노력해요. 매일 아침 근육량을 확인해요. 아침마다 엉덩이 둘레를 재는데, 35인치 이상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납작한 엉덩이는 견딜 수 없거든요. (웃음) 항상 하체, 허벅지 운동을 제일 열심히 해요. 바뀐 몸에 대한 제 철학을 2015년, 데뷔 15년째인 그해에 출간한 책에 담았지요.
지난 17일, 김성일 스타일리스트와 패션과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 한혜진씨.(사진 왼쪽)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2006년 새파란 초짜 모델이었던 그는 미국에서 브라질 출신 모델 9명과 작은 아파트에서 살았다. 브라질 모델들은 캐스팅에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준비하는 한혜진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옅은 화장을 한다든지, 워킹 연습을 부지런히 한다든지 하는 모습에 놀란 것이다. 당시를 떠올리며 한혜진은 말했다. “‘이것보다 더 잘할 수는 없다’는 단계까지 갈 정도로 캐스팅에 대비했다.”
김 2009년, 이탈리아 브랜드 안나 몰리나리 캠페인 모델로 발탁돼 화제가 됐는데요.
한 한국에 있었을 때였는데요. 갑자기 전화가 왔어요. 광고 모델로 뽑혔으니 당장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 파리에 오라는 거예요. 이코노미석은 만석이라서 할 수 없이 일등석을 끊었지요. 정말 큰돈을 썼지만 덕분에 무사히 촬영을 마쳤어요. 비행기 푯값이 모델료보다 5배나 비쌌지만 말이에요. (웃음). 현지 스타일리스트가 눈여겨 보고 저를 추천한 거였죠. 거기서 세계적인 패션잡지 <보그> 파리판 모델의 기회도 잡았죠.
김 당시 촬영은 어땠어요?
한 박스에 발을 올리고 스타킹을 벗으면서 카메라를 보는 게 제 아이디어였는데 그렇게 찍었어요. 스타일리스트가 그것을 보고 그다음 주 <보그> 파리판 촬영에도 오라고 했죠. 기라성 같은 톱 모델들과 촬영했죠. 그런데 마치고 뉴욕에 가야 하는 일정이 있었는데 안 끝나는 거예요. 비행기 시간은 한 시간 반밖에 안 남았고. 스타일리스트한테 “나 지금 뉴욕 가야 하니 나부터 찍자”했어요. 그런데 세상에! 그 스타일리스트가 <보그> 편집장 카린 로이펠트였어요. 저를 추천한 스타일리스트가 그 사람이라고 생각한 거죠.
김 그래서 어떻게? 패션계 거물이고 성격 예민하기로 유명한데.
한 사과하고 난리 났죠. 에이전시에서 ‘한국에서 오랫동안 모델했다는 사람이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느냐’면서 혼났죠. 파리에서 다시는 저를 안 찾더라고요. (웃음)
김 순수 국내파로서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세계 패션 무대의 톱까지 오른 거잖아요. 대단해요.
한 시대를 잘 타고났던 것 같아요. 마침 세계적인 패션쇼마다 동양인 모델을 기용하기 시작했을 때였거든요. 한국, 중국, 일본 모델 간의 캐스팅 전쟁이 이어졌죠. 그래서 모델 혜박, 이현이씨 등과 무대에 오르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기분이었어요. 요즘은 모델이 에스엔에스(SNS)도 잘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재능도 다채로워야 해요. 모델로서의 재능만 있는 저는 요즘 데뷔했으면 잘 되기 어려웠을지도 몰라요.
바른 자세가 기본이라는 한혜진씨가 모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그는 겸손하다. 최근 <문화방송>(MBC)의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방송에서 요가를 선보였을 때 자세가 한 유명 게임에 등장하는 요괴 캐릭터 ‘달심’과 닮아 ‘달심이’라는 애칭까지 생겼다. 2016년 <문화방송>(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인기상을 타더니 지난해에는 방송예능 부문 여자 우수상까지 거머쥐었다.
김 예능 우수상을 받았을 때는 기분이 어땠어요?
한 얼떨떨했죠. 2016년 수상 소감으로 “이 상을 제가 왜 받는지 모르겠다”고 했었는데 돌이켜보면 참 실례되는 말이었던 것 같아요. 방송인 유재석씨나 전현무씨 등 대단한 분들 앞에서 그 상을 받는 게 언감생심이었거든요.
김 방송인 전현무씨 얘기가 나와서, 안 물어볼 수가 없네요. (웃음)
한 저는 아주 사소한 거까지 신경 쓰는 완벽주의 형인데요. 스스로 부족하다 여기니까 더 준비하고 노력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주변 사람들이 피곤해해요. 그런데 전현무씨한테 딱 한 가지 배운 게 있어요.
김 어떤 건가요?
한 전현무씨는 방송 프로그램 10여개에 참여하는데, 방송할 때 실수 안 하려고 준비를 철두철미하게 해요. 굉장히 냉철한 사람이에요. 예민한 성격인데 흥미로운 건 그 예민함이 딱 본인 선에서 끝난다는 거예요. 절대 주변인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아요. 언제나 예의 있게 행동하죠. 정말 배우고 싶은 점이에요.
김 결혼 생각은 있나요?
한 결혼은 너무 먼 얘기 같은데요. (웃음)
김 이제 슬슬 인터뷰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하고픈 말 있나요?
한 최근 외국 패션 무대에서 후배들이 잘해주고 있어요. 과거 모델로서 제가 성취했던 일들을 얘기하는 게 물색없게 보일 것 같아 염려도 되네요. 그래도 이런 인터뷰를 통해 우리 (모델) 업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좋게 만들고픈 사명감이 있어요. 저는 언제까지나 모델 한혜진이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거든요.
스타일리스트
한혜진 프로필
1999년 제2회 서울국제패션컬렉션(SIFAC) 데뷔. 당시 만 16살.
2004년 패션기자협회 선정 최우수 여자모델상 수상.
2006년 ‘세계 신인모델 톱 10’ 선정.
2007년 밀라노컬렉션, ‘구찌’ 패션쇼 등에서 최초의 한국인 모델.
2008년 뉴욕컬렉션, ‘안나수이’ 패션쇼 한국인 최초 피날레 모델.
2009년, 이탈리아 브랜드 안나 몰리나리 캠페인 모델.
2016년~ 현재 <문화방송>(MBC)의 <나혼자산다> 출연.
2016년 <문화방송>(MBC) 방송연예대상 인기상.
2017년 <문화방송>(MBC) 방송연예대상 버라이어티 여자 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