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4층 옥상 카페 겸 바 ’플레이 팜’. 사진 윤동길 (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지난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한국을 찾은 엘비나(31). 서울 북촌로에 있는 ‘한복남’ 건물의 옥상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경복궁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이곳에 발을 딛자마자 그는 “여기다”라며 활짝 웃었다. 한복남은 한복 대여와 전시 등 한복 문화 대중화를 목표로 하는 세련된 스타트업이다. 올해 초엔 이 건물 옥상에서 한복 결혼식도 열렸다고 한다. 평소 한국에 관심이 많은 엘비나는 한국 관련 에스엔에스(SNS)를 자주 보다 이 건물 옥상을 발견했다. “한국에서 야외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궁궐이 보이는 장소라서 이곳이 끌린다”고 말하면서 수첩을 꺼내 여행 기간 다닐 옥상 목록을 보여줬다.
2017년 6월 롯데백화점 대구점 11층 옥상에선 30대 커플의 결혼식이 열렸다. 웨딩센터를 운영하는 백화점은 한 커플이 백화점 내 결혼식장이 아닌 옥상 공원에서 식을 올리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진행했다고 한다.
지난 7일 케이비(KB)국민은행은 지난해 홍익대 인근에 지은 복합문화공간 ‘케이비(KB)락스타 청춘마루’에서 옥상 ‘청춘 파티’를 열었다. 고객 100여명을 초청해 디제이 파티를 개최한 것이다. 케이비국민은행 관계자는 “옥상이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 있는 공간으로 떠오르기 시작해 기획했다”고 한다.
홈플러스도 몇 개 지점 옥상에 스포츠마케팅 전문기업 에이치엠(HM)스포츠와 손잡고 풋살 경기장을 만들었다. 운동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려는 기획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기업들이 발 빠르게 젊은 층의 니즈를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옥상’을 검색하면 ‘옥상 웨딩’, ‘옥상 족구’, ‘옥상 회식’, ‘옥상 파티’ 같은 연관 검색어가 주르륵 뜬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옥상이 새로운 문화 집결지로 떠오르자 서울 도심엔 다양한 용도의 옥상들이 생겨났다.
경복궁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서울 북촌의 ’한복남’ 옥상.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왜 젊은이들은 옥상에 열광하게 됐을까.
세계 건축사에서 평평한 옥상이 등장한 때는 100년도 되지 않았다. 현대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1952년 프랑스 마르세유에 아파트 ‘위니테 다비타시옹’을 설계해 건축하면서 생겼다. 이후 현대 건축이 발전하면서 옥상은 레스토랑, 바, 수영장 등 다양한 용도의 공간으로 변신했다.
반면 국내에서 옥상은 주로 물탱크나 잡다한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로 쓰였다. 그러다 최근 외국에서 옥상 문화를 경험한 사람들이 늘면서 그 위상도 서서히 달라졌다. 도심에 고층 빌딩이 늘면서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치의 중요성이 부각된 점도 한몫했다.
홍익대 건축학과 이현호 교수는 “위에서 건물을 내려다보면 옥상이 그 건물의 얼굴”이라며 “이 때문에 도시의 스카이라인만큼 옥상 조경도 신경 써야 한다는 게 최근 국내 건축가들의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개방된 공간으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복잡한 도심에서 물리적으로 독립된 장소”라는 옥상만의 특징이 “자기만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소통”하고 싶은 20∼30세대의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옥상 열풍은 앞으로도 계속될까. 국내 옥상 바(bar)의 대중화를 이끌어온 어반딜라이트 박형진 대표는 “최근 20~30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부동산을 소유하는 게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한정된 시간이라도 좀 더 의미 있는 공간에서 확실한 즐거움을 보장받고자 하는 욕구가 그만큼 강해졌다”고 말한다. 이런 세대적 감수성이 국내 옥상 문화가 발전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체 옥상의 매력은 무엇일까. 현재 젊은이들이 사랑하는 옥상으로 올라가 봤다.
글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옥상 현대식 양옥 건물에서 마당처럼 편평하게 만든 지붕 위를 뜻한다. 그동안 옥상은 물탱크나 잡다한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로 쓰여 졌다가 최근 그 위상이 달라졌다. ’옥상 웨딩’ ’옥상 족구’ ’옥상 파티’ 등 연관 검색어도 수두룩하게 생길 정도다. 특히 20~30세대의 문화 집결지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에서 다양한 옥상 문화를 경험한 이들이 늘면서 국내에서도 몇 년 전부터 옥상을 문화적으로 소비하려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