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최근 10집 앨범을 낸 자우림이 김성일 스타일리스트을 만난 음악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 박장대소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윤아, 김진만, 이선규.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올해로 데뷔 21년, 출시한 앨범 수만 10장에 달하는 ‘인디밴드계의 전설’ 자우림(JAURIM). 1997년 데뷔 당시 여성 보컬인 김윤아를 내세운 파격적인 록그룹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서울 홍익대 앞 작은 라이브하우스에서 공연하던 인디밴드에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 ‘국민밴드’가 되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것도 자우림만의 저력이다. ‘자우림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하는 밴드이자 ‘음악으로 모든 것을 풀어낸다’는 찬사를 받는 자우림을 지난 19일에 김성일 스타일리스트가 만났다. 구성원 이선규(기타), 보컬 김윤아(보컬), 김진만(베이스 기타)이 다 모였다.
정리 백문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윤동길(스튜디어 어댑터 실장)
김성일(이하 김) 자우림을 만나기 전에 무척 설렜어요. 예전부터 정말 팬이었거든요. 1997년 영화 <꽃을 든 남자>에 삽입된 음악 ‘헤이 헤이 헤이’로 데뷔했죠?
김윤아(이하 윤) 그야말로 영화 같은 데뷔였어요. 서울 홍익대 앞의 라이브하우스에서 우리가 쓴 곡을 연주하던 시절이었거든요. 당시 그 동네에서 ‘가장 (손님이 없어) 인기 없던 날’인 목요일에 주로 공연을 했죠. 관객이 한 명, 아니면 전혀 없는 날도 많았어요. 그때 배웠죠. 관객의 수에 연연하지 않고 의연한 태도로 연주하는 법을요.
김진만(이하 진) 작업실 빌릴 돈도 부족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연습이었고 공연이었죠. 데모 테이프를 만들어서 음반사에 보내기도 했는데 계속 거절당했어요. 어둡고 우울한 느낌이라면서요.
김 그런데 어떻게 데뷔를 하게 되었어요?
윤 사람이 가장 많이 입장하는 토요일 공연을 우연히 우리가 맡게 되었어요. 원래 하기로 했던 팀이 사정이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자리에 <엠비시 프로덕션>의 영화 <꽃을 든 남자> 제작진이 있었어요. 영화 엔딩 곡을 맡아달라고 하더라고요. 그 노래가 ‘헤이 헤이 헤이’였어요.
김 자우림 음악을 들으며 세월을 보낸 팬 입장에서, 그 무엇보다 자우림의 가사가 참 좋아요. 여타 가수의 노래와는 달리 제목부터 내용까지 깊이가 있어요. 가사 쓰다 보면 글이 가지고 있는 깊이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나요?
이선규(이하 이) ‘노랫말’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시 같은 가사를 쓰는 것이 자우림의 목표이자 목적입니다.
윤 가사 쓰는 것이 작곡보다도 어렵다고 느껴질 때가 많아요. 가장 어려운 작업 중 하나죠. 소재를 찾는 과정부터 가사를 자우림만의 감성으로 내면화해 ‘숙성’시키는 시간도 필요하거든요. 아무리 아름다운 가사라도 노랫가락과 어울리지 않으면 소용없으니까요.
김 데뷔 이후 얘기를 조금 더 해볼까요. 그렇게 ‘기적처럼’ 데뷔한 이후 2집 앨범도 엄청난 성공을 했어요. 예상했나요?
선 운 좋게 하루아침에 데뷔한 그룹이 2집 앨범까지 성공할 줄 어떻게 알았겠어요. 운이 참 좋았어요.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지금도 사실 운이 좋아요. 20년 넘게 한 팀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기적이에요.
진 2집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보고 ‘5집까지는 가겠다’ 는 생각을 했어요. 큰 욕심은 없었어요. 사실 아직도 늘 불안합니다.(웃음)
김 자우림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한참 웃었어요. 2007년 데뷔 10주년을 맞아 1년간 활동을 중단하는 ‘방학’을 했다면서요? 보통의 가수들이라면 10주년 기념 앨범을 내거나, 공연을 할 것 같은데.
윤 10년이나 일했는데, 1년은 쉬어야죠. 그때 마침 소속 기획사와 계약도 끝났고요. 이때 아니면 언제 쉬나 싶기도 했어요.
이 음악도 안 만들고, 그냥 ‘놀았어요’. 가끔 생기는 아이디어를 녹음하거나 글을 쓰기도 했지만, 그건 그냥 취미 활동이고요.
김 이런 ‘방학’ 사태부터 지금까지의 자우림의 행보를 보면 참 ‘보헤미안’적이에요. 김윤아가 보헤미안적인 사람이라 그런가요? 스타일리스트의 입장에서 봐도 김윤아의 스타일은 늘 멋져요. (삶을 대하는) 태도도, 입는 옷도요.
이·진 김윤아는 보헤미안적인 사람이 맞아요. 자우림의 노래를 관통하는 주제가 ‘인생은 덧없다’인데, 이 주제를 김윤아가 참 잘 표현하기도 하고요.
김 김진만씨 빼고는 자우림 멤버는 모두 결혼을 했지요. 가족보다 멤버들의 얼굴을 보는 시간이 더 많을 것 같은데. 가족과의 관계는 괜찮은가요?
윤 요즘이 특히 그렇지요, 막 활동을 재개한 참이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가족들을 모두 ‘자우림 크루’로 묶어요. 제 남편은 자우림의 홍보를 도맡고 있을 정도니까요. 자우림을 통해 하나의 큰 가족이 완성된 것이지요.
김성일 스타일리스트를 보고 있는 자우림.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김 지난 22일 발매된 10집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데뷔 21주년이 되는 해에 냈군요. 이번 앨범을 한 단어로 어떻게 표현하고 싶나요?
윤 그저 ‘자우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앨범 타이틀 자체가 ‘자우림’이기도 하고요. ‘비 오는 자주색의 숲’이라는 뜻처럼 앨범의 색깔도 아주 짙은 자주색과 녹색으로 표현했어요. 강렬한 이미지를 주고 싶었거든요.
진 자우림의 21년 음악 생활을 집약한 모든 것을 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각 멤버의 가장 자우림적인 요소를 모았어요.
김 주제곡이 ‘영원히 영원히’죠? 어떤 곡인가요?
윤 굉장히 슬픈 노래에요. 깊이 있고 철학적인 요소가 많은 곡이라서 우울하다는 평도 많이 받고 있어요.
이 자우림의 노래에서는 이례적으로 현을 사용한 곡이에요. 자우림의 서정적인 면을 보여주는 데 제격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현을 사용한 곡이 이 노래가 처음은 아니지만, 본격적으로 사용한 것은 ‘영원히 영원히’에서죠.
김 이번 10집 이후에는 어떤 삶이 펼쳐질 것 같나요? 10년 뒤 자우림의 모습은 어떨 것 같아요?
진 정말 모르겠어요. 이전 앨범보다 ‘후진’ 앨범을 낼 것 같으면, 결코 다음 앨범을 내지 않고 싶거든요.
이 그래도 전 11집에 대한 기대가 있습니다. 10년 뒤의 자우림은 있을 수도, 없어질 수도 있지만, 좋은 앨범을 낼 수 있다는 확신만 있으면 자우림은 계속해서 앨범을 낼 겁니다.
스타일리스트
자우림 프로필
1997년/영화 <꽃을 든 남자> 주제곡 ‘헤이 헤이 헤이’로 데뷔. 이어 1집 <퍼플 하트> 발매.
1998년/2집 앨범 <연인> 발표.
2007년/데뷔 10주년 맞아 1년간 활동 중단.
2011년/<문화방송>(MBC)의 <나는 가수다> 출연.
2017년/멤버 구태훈(드럼) 활동 중단해 <자우림>은 3인조 밴드가 됨.
2018년/<제이티비시>(JTBC)의 <비긴 어게인2> 출연. 10집 앨범 <자우림>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