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ESC] ‘잔잔’했던 20년 배우 인생, 돌아보면 참 감사해!

등록 2018-05-30 20:15수정 2018-05-31 10:36

[ESC] 김성일이 만난 완소 피플│박진희

<여고괴담>으로 얼굴 알린 배우 박진희
선한 이미지로 20년째 롱런
사회복지학 석사도 딴 그
최근 <리턴> 출연 해 연기 변신 시도
노년까지 쭉 연기하는 게 목표
배우 박진희를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이 만났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배우 박진희를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이 만났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배우 박진희(40). 오는 6월 둘째 자녀의 출산을 앞둔 그를 지난 22일 강남구 도산공원 인근의 한 카페에서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이 만났다. 이날은 부부의 날이기도 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게 힘들지 않으냐”는 고전적인 김씨의 질문에 그는 “첫째 아이 기를 때보다 심적 부담이 덜하다”며 웃었다. 올해로 배우 인생 20년차인 그는 최근 외국에서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배우 김해숙을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나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선생님처럼 오랫동안 활동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하나둘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정리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김(이하 김성일) 원래 어렸을 때 합창단 등 연예계 활동을 했다면서요?

박(이하 박진희) <문화방송>(MBC) 합창단 했다고 어디에 나와 있더라고요. 잘못된 정보에요. 노래는 좋아하는 편이지요.

그럼 어떻게 데뷔를 했어요?

여배우들은 학교에서 ‘얼짱’이잖아요. 전 평범했어요. 대학가고 취직한 뒤 결혼해서 애 낳고 살겠거니 했죠.

현모양처가 꿈이었네요.

그런데 대학에 떨어진 거예요. 재수할 학원비를 엄마한테 달라고 하기 죄송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12시간 일해도 시급 1500원인 거예요. 오빠의 친구가 (연예인) 매니저였는데 한번은 “오디션 한 번 봐볼래?”하고 묻더라고요. “돈 많이 줘요?”라고 하자 “그것보단 많이 벌지”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보러 갔어요(웃음). <한국방송>(KBS) 청소년 드라마 <스타트>였는데 연기를 공부한 다른 애들과 달리 전 그때 대본이란 걸 처음 봤어요. 감독님이 ‘얘한테 뭔가 있다!’ 느끼시고 뽑으셨죠.(웃음)

‘다른 친구들은 틀에 짜인 걸 하는데 얘는 아니구나!’했군요.

드라마 쫑파티 때 감독님이 인생 최고의 ‘미스 캐스팅’이라고 하는 거예요. 신인이었으니 부족한 게 많았던 거죠.

정말 재밌다!(웃음)

상처받을 만한데 전 아무렇지 않았어요. 배우의 꿈도 없었고 드라마를 찍으면서도 나중에 우리 아이한테 “엄마 예전에 드라마에도 나왔어”라고 말해줄 인생의 이벤트라고만 생각했죠. 다음 출연한 영화 <여고괴담>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걸리버’ 시에프(CF)도 찍게 됐어요. 영화에서 맡은 역할이 약간 센 여고생 이미지였거든요. ‘걸리버’ 광고 콘셉트와 잘 맞은 거죠. 그 광고도 대박이 났어요. 사람들이 알아보기 시작했죠. 그때 정신을 차렸어요. ‘배우로서 잘 해봐야겠다’고 결심했죠.

‘걸리버’는 1988∼1990년대까지 옛 현대전자가 출시했던 휴대전화 브랜드 이름이다. 박진희는 1998년 이 제품의 광고모델로 활동하면서 차세대 연예계를 이끌 주자로 떠올랐다. 그와 동갑내기 배우로는 하지원, 김하늘이 있다. 모두 당대를 호령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의도와 다르게 잘 풀렸네요. 하지만 운도 노력의 결과라고 하잖아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지고. 어렸을 때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어요. 돈 벌어서 가족에게 집 사줬을 때 엄마가 많이 우셨어요.

배우의 ‘비읍’ 자도 모르다가 배우가 됐지만 누구도 ‘연기 못하는 배우’라고 안하잖아요.

이미지가 무난해서 아닐까요?(웃음)

도시적인 분위기에 맞는 이, 지고지순한 배역하면 딱 떠오르는 배우, 뭐 그런 거 있잖아요. 제가 보기엔 박진희는 이 둘 다 아닌, 하얀 도화지 같은 배우인 거 같아요. 선한 며느리 역도 어울리고, 드라마 <리턴> 같은 작품의 미스터리한 인물도 잘 소화하잖아요.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피디가 그러는 거예요. 캐스팅할 때 “이 배역은 꼭 박진희가 해야 돼!’ 이런 말은 없는데 항상 이름은 거론 된다”고.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의상 담당했을 때 이재한 감독이 여주인공 후보로 당신을 꼽았어요. 모든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착한 이미지가 많나 봐요. 선술집에서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겪은 독한 역할을 해보고 싶은데, 육두문자 쓰면서 욕하는. 그런 역할은 잘 안 들어오네요.

배우 유호정과 비슷하네요. 작가 김수현이 드라마 <청춘의 덫>에서 강렬한 역할을 유호정에게 맡겼잖아요. 착해만 보였던 유호정은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구축하게 됐죠. 역할에 대한 부러움도 많은데, 배우로서 힘든 게 뭐였어요?

배우 박진희는 오는 6월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배우 박진희는 오는 6월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별로 없었어요. 처음부터 주연이었고. 엄청난 톱스타는 아니어서 길거리에서 알아보고 모여드는 편도 아니었어요.

유명세가 중요한 게 아니라 대중이 이 배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신인일 때 도드라지는 행동을 했다면 이슈 메이커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거 없이 차근차근 작품을 하면서 여기까지 왔잖아요. 그래서 잔잔한 배우라는 이미지가 생긴 것 같아요.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도 받았잖아요.

제가 ‘개천의 용’이잖아요. 이제는 소위 명문대를 졸업해도 용이 되기 힘든 사회가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사회복지재단 같은 걸 만들고 싶었는데, 막상 공부를 해보니 느낀 게 많아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라고요

박진희씨가 토크쇼 같은 데 나가면 항상 나오는 얘기가 “정말 자연미인”이라더군요.

첫째 임신했을 때 소속사 대표님한테 “이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다. 여배우들도 임신하면 뚱뚱해진다, 그게 자연의 이치라는 걸 알리고 싶다”고 했더니 사무실 옮겨서 하라더라고요.(웃음)

2014년 5월, 5살 연하의 판사와 결혼한 박진희는 같은해 11월 첫째 딸 연서를 출산했다. 4년만에 둘째를 임신해 6월 출산을 앞두고 태교에 집중하고 있다.

육아는 힘든 만큼 행복한 거 같아요. 오롯이 세살까지는 부부가 아이를 키우기로 해서 신랑이 1년 육아휴직을 했어요. 첫째 딸을 키우면서 노력한 것 중에 하나가 ‘어떻게 하면 얘한테 뭘 안 사줄까’입니다. 만 세돌 반인데 걔한테 장난감을 두 번 사줬어요. 가방 한번 들어준 적이 없지요. 기저귀, 옷 한 벌 든 가방이요. ‘그런 건 본인이 짊어져야 할 인생의 무게야. 스스로 들어야 해’식인 거죠.

아이들 주민등록증이 나오는 때가 되면 박진희의 인생은 어떨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이 내가 원한다고 계속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박찬욱 감독님의 작품에 출연하고 돌아오는 김해숙 선생님을 보고 훗날 그분 같은 배우로 남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40∼50대 내공 있는 여배우들이 주연인 작품이 많아졌어요.

드라마 <미스티>, <품위있는 그녀> 등이요. 김남주, 김희선, 김선아 언니처럼 능력 있는 배우들이 힘써 준 덕분이라 생각해요. 그들이 이렇게 문을 열어 주니까, 우리가 그들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을 얹을 수 있는 거죠.

본인도 꾸준히 20년 배우 인생을 성실히 살았잖아요. 육아도 자기 가치관이 있고. 그나저나 오늘 인터뷰 어땠어요?

지난 인생이 정리되는 느낌이었어요. 돌이켜보면 참 감사해요. 모든 게.

박진희 프로필

1996년 <한국방송>(KBS) 드라마 <스타트>로 데뷔.

1998년 영화 <여고괴담> 출연.

1999년 영화 <간첩 리철진>, <연풍연가> 등 출연.

2000~2002년 <한국방송>(KBS) 드라마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비단향꽃무>, <문화방송>(MBC)드라마 <그대를 알고부터> 출연.

2005년 영화 <연애술사>, <러브토크> 출연.

2007년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쩐의 전쟁> 출연. ‘SBS 연기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상.

2007~2008년 영화 <궁녀>, <달콤한 거짓말> 출연.

2010년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자이언트> 출연. ‘SBS 연기대상' 여자 우수연기상 수상.

2010~2018년 영화 <친정 엄마>, <포화 속으로>, <제이티비시>(JTBC) 드라마 <발효가족>, <문화방송>(MBC) 드라마 <구암허준>,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리턴> 등 출연.

정리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부드럽고도 쫄깃한 식감…살코기와 달라 별미인 양곰탕 [ESC] 1.

부드럽고도 쫄깃한 식감…살코기와 달라 별미인 양곰탕 [ESC]

[ESC] 간수 집에서 만드는 법 2.

[ESC] 간수 집에서 만드는 법

[ESC] 죽 전문점 부럽지 않은 만두죽 대령이요! 3.

[ESC] 죽 전문점 부럽지 않은 만두죽 대령이요!

‘미친놈’ 소리 들으며 3대가 키우는 정원, 세계적 명소로 4.

‘미친놈’ 소리 들으며 3대가 키우는 정원, 세계적 명소로

[ESC] 몸으로 체스 두는 시간, 주짓수 5.

[ESC] 몸으로 체스 두는 시간, 주짓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