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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2030 트렌드세터, 왜 ‘궁궐’ 앞에 모이나

등록 2018-05-17 09:46수정 2018-05-17 09:55

커버스토리
최근 패션 경향, 강남에서 강북이 대세
벨앤누보 등 유명 브랜드 광화문 광장 인근에 입성
20∼30대 힙스터들이 주고객
벨앤누보 김종실 대표.
벨앤누보 김종실 대표.

최근 패션의 흐름이 유명 패션업체가 밀집한 강남에서 강북으로 이동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도산공원 일대 등에서 숍을 운영하던 디자이너들이 하나둘 광화문으로 이주하는 중이다.

국내 유명 빈티지 ‘커스텀 브랜드’(고객 주문에 따라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인 ‘벨앤누보(Bell & Nouveau)’, 텍스타일 디자인 ‘모노컬렉션’, 남성복 편집매장 ‘므스크샵(Msk Shop)’, 패션양말 브랜드 ‘니탄(cnyttan)’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강남에 터를 잡고 있던 개인 패션 브랜드의 디자이너가 강북에 있는 광화문 일대를 주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벨앤누보 김종실(39) 대표는 좀 더 발 빠르게 움직인 경우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던 본점을 2013년 1월, 광화문 효자로로 옮겼다. 당시 임차한 건물이 한 대기업에 매각되면서 월세가 폭증해 감당하기 부담스러웠던 차였다. 그때 우연히 방문하게 된 광화문 광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는 “경복궁 동잠길에 잠깐 놀러왔다가 이곳 특유의 분위기에 반해 부동산을 알아봤는데 가로수길의 절반가격이었다”며 “마침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빠르게 돌아가는 패션 트렌드에 지친 패피(패션 피플)들이 여유로운 동네를 찾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효자로에 위치한 ’벨앤누보’. 벨앤누보 제공
서울 종로구 효자로에 위치한 ’벨앤누보’. 벨앤누보 제공

2008년 강남구 신사동에 남성복 편집매장을 냈다가, 10년 만에 광화문 인근으로 자리를 옮긴 므스크샵 민수기(34) 대표도 '가 보고 싶은 곳'의 방향이 최근 광화문 일대로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패션 피플’의 이른바 ‘노는 동네’가 점차 강남에서 ‘이태원 경리단→이태원 해방촌→서촌’ 등 강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디자이너들도 자연스럽게 이런 흐름에 편승하게 됐다고 한다. “가로수길 매장이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을 주로 상대했다면 광화문 일대는 에스엔에스(SNS) 등을 통해 다양한 소비계층을 끌어들이는 저력 있는 곳”이라고 그는 말한다.

서울 강남 가로수길에서 최근 광화문 광장 인근으로 자리를 옮긴 므스크샵 민수기 대표. 므스크샵 제공
서울 강남 가로수길에서 최근 광화문 광장 인근으로 자리를 옮긴 므스크샵 민수기 대표. 므스크샵 제공

광화문 근처, 종로구 창성동에서 우연히 만난 김미소(25)씨도 1980년대 빈티지 정장을 입고 세련된 가방을 멘 이였다. ‘패피’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꾸밈이었다. 프리랜서 그래픽디자이너인 그는 강남구 논현동에 거주하지만 옷은 광화문 일대에서 산다고 했다. 김씨는 “기성품을 사기보다는 개인 디자이너 브랜드나 독립 패션편집매장에서 옷을 구입하는 게 좋다. 나만의 스타일이 살아나고 경제적이다”라며 “최근 광화문 일대에 그런 매장이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3~5년 전부터 광화문 인근인 서촌은 힙스터(유행을 좇지 않고 자신만의 문화를 추구하는 이들)와 트렌드세터(감각이 뛰어나 유행을 이끄는 사람)가 자주 찾는 곳이 됐다. 이들의 옷차림은 광화문 일대 패션 붐에 영향을 줬다고 한다.

광화문 일대에서 쇼핑을 즐기는 김미소 씨.
광화문 일대에서 쇼핑을 즐기는 김미소 씨.

최근 파리, 뉴욕, 런던 등에서 패션을 공부한 유학파가 이 지역에 새로운 고객층으로 등장한 것도 한 요소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런던의 뒷골목 같은 낡은 거리 등을 선호하는 이들은 직사각형으로 ‘재미없게’ 구획된 강남보다는 구불구불 골목이 살아 있는 광화문 일대 거리를 좋아한다.

광화문 토박이 부동산중개업자 주영준(41·가명)씨는 “예로부터 부촌인 광화문 일대는 해외로 유학 가는 이들이 많았다”며 “이들이 최근 돌아와 새로운 고객층으로 등장하고 있다. 광화문에서 패션 업체를 운영하는 게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광화문 북서쪽에 있는 ‘청운효자-부암-평창-구기’가 고향인 25~35살 유학파들의 귀향과도 맞물려 있다. 이들은 자신의 동네에서 소비하는 문화적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김종실 대표는 “유학파 출신 전문직 여성의 경우 명품을 고집하거나 유행에 따르기보다는 커스텀 제품이나 개인 디자이너들의 패션브랜드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2030 힙스터들을 사로 잡은 빈티지 패션, 악세사리
2030 힙스터들을 사로 잡은 빈티지 패션, 악세사리

광화문에서 일어나고 있는 패션 붐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도시전문가인 상명대 시각디자인학과 이원제 교수는 "광화문은 궁이라는 역사적 독창성이 여전히 살아 있는 곳"이라며 "관광지이기 때문에 외국인이 끊임없이 유입되는 한편 북촌(안국, 가회동 등), 서촌(통인, 옥인, 효자동 등)에 이어 최근에는 남촌(을지로, 후암동 등)까지 차례로 ‘뜨면서’ 문화 소비층의 중심지가 됐다"고 말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엔 문화가 꽃핀다.

글·사진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광화문 광장

서울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 앞 세종대로 한가운데 길게 조성한 광장. 광화문에서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길이 550m·너비 34m 규모. 시민 휴식처, 집회 장소로 이용됨. 조선 건국 뒤 경복궁을 지으며 앞에 조성한 관가, 육조거리(육조대로)가 시초임. 2021년까지 광장 확장 공사가 이뤄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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