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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토르와 연애만! 결혼은 캡틴 아메리카와!

등록 2018-05-09 20:16수정 2018-05-09 20:22

[ESC] 너 어디까지 해봤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상영 중
로맨스 상대로 남자 주인공들 캐릭터 분석
토르, 캡틴 아메리카, 블랙 팬서 경쟁
개봉 후 여배우 인터뷰가 화제 되기도
영화 <어벤져스>의 등장 인물 캡틴 아메리카.   월트 디즈니 픽처스 제공
영화 <어벤져스>의 등장 인물 캡틴 아메리카. 월트 디즈니 픽처스 제공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사소한 디테일이 등장합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스포일러일 수 있습니다.

토르와는 연애만 하고 결혼은 캡틴 아메리카와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꿈꾸기에 늦은 나이는 없지만, 친구는 아직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보지 못했다. 이 영화에서 토르는 나이를 밝힌다. 약 1500살. 연애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지만, 장담하건대 1500살 남자의 성과 사랑은 상상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제인(내털리 포트먼)과의 이별을 위로하는 팬들에게 차인 게 아니라 찼다고 덧붙이는 토르를 보면 ‘멀티 버스’에서 1500년을 산 남자에게도 상상력은 낭비 같지만 말이다.

물론 모든 연애가 금자탑을 쌓는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지금이 중요하고 매력적인 몸과 외모를 가졌는데 귀엽기까지 한 남자를 만났다면, 모든 결정은 내일로 미뤄도 된다. 한국 유수의 모텔에서는 ‘대실’이라는 요금제를 시행 중이다.

캡틴 아메리카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일견 이해할 수 있다. 정의로운 인간은 믿음직하고, 믿음은 시간조차 신호등만큼 간단하게 이해시킨다.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는 (옆집 여자) 에이전트 13과 단지 키스 한번 하기까지 4년(영화 <시빌 워> 국무장관의 대사로 추정)이 걸렸다. 실제로 정의로운 남자와 한집에 사는 사람을 딱 한번 만난 적이 있는데 그는 남편을 ‘대장님’이라고 불렀다.

개인적으로는 친구에게 블랙 팬서를 권했다. 아이언맨보다 부자일 뿐만 아니라 불우한 신보다는 건실한 왕이 낫고, 자신의 방패 하나로 정의를 말하는 사람보다는 다른 사람의 방패도 만들어주면서 정의를 말하는 사람이 좀 더 이롭지 않은가 하는 실없는 소리였다. 그가 맞장구를 치며 “블랙 팬서네, 블랙 팬서야” 했다.

이후 그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이하 엠시유.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공유 세계관이자 미디어 프랜차이즈) 기반의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을 하는 모습을 우연히 볼 기회가 있었는데, 블랙 팬서는 성장시키지 않고 있었다. 스파이더맨을 키우는 중이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톰 홀랜드가 정말 귀엽지 않았냐고 그가 말했다. 그는 엠시유 캐릭터들과 유사 연애를 하고 있었다. 사실 그의 선언처럼 연애 상대, 결혼 상대 어느 쪽도 아니고, 어떤 현실적인 맥락에서 벗어난, 차라리 ‘인형놀이’에 가까워 보였다. 하지만 이것은 인형놀이 이야기가 아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개봉 후 여러 커뮤니티에서 자주 언급된 감상 중 하나가 “블랙 위도 역을 맡은 스칼릿 조핸슨이 너무 늙었다”는 것이다. 전적인 비하가 아닌 건 안다. 근 10년 동안 보아온 같은 캐릭터의 같은 배우였고 그의 스러진 젊음을 안타까워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영화 <어벤져스> 등장 인물 토르.   월트 디즈니 픽처스 제공
영화 <어벤져스> 등장 인물 토르. 월트 디즈니 픽처스 제공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아이언맨)와 스칼릿 조핸슨이 나란히 앉아 있고, 로버트에게는 토니 스타크라는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는지를 묻고, 스칼릿에게는 블랙 위도의 몸매를 유지하는 특별한 식단이 있는지 묻는 논란의 기자회견 영상이 있다. 스칼릿이 옆자리의 로버트를 보면서 말한다. “왜 당신과 달리 저는 어떤 토끼풀을 먹는지 같은 질문을 받는 거죠?” 당시 스칼릿은 블랙 위도 슈트 안에 속옷을 입는지에 관한 질문을 수차례 받았다며 황당해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개봉 후 영국판 <코즈모폴리턴>은 이 논란의 인터뷰들을 비트는 영상 인터뷰를 진행한다. 헐크 역을 맡은 마크 러펄로와 스칼릿 조핸슨에게 각각 고정적인 성 관념과 반대되는 질문을 던진다. 이를테면 마크 러펄로에게 “레드카펫에서 어떤 옷을 입을 거예요?”라고 묻는 식이다. 두 사람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듬뿍 볼 수 있는 인터뷰인데, 아마도 이 인터뷰가 있기 전까지 스칼릿이 모터사이클 광이라거나 엠시유에 등장하는 블랙 위도의 액션 중 상당 부분을 직접 했다는 사실을 안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을 테다.

이 인터뷰에서 스칼릿은 캡틴 아메리카의 다음 작품을 위해 훈련 중이고, 이제 나이가 들어 침대에서 일어나면 발이 아프다고 말한다. 이에 마크는 좀 더 나이가 들면 침대에서 잠만 자도 아프다는 농담을 덧붙인다. 실제로 나이가 더 많은 쪽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쪽도 마크 러펄로다.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다.

오히려 친구와 이런 이야기는 나누지 않는다. 가상의 캐릭터 중 누구와 연애하고 누구와 결혼하겠느냐는 이야기가 얼마나 시답잖고 유치한지 이미 서로 잘 안다. 시답잖고 유치한 이야기에 우정이 담겨 있다. 상식은 친구가 가르쳐주는 게 아니다.

엠시유는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싸우면 누가 이기는가 하는, 남자아이들의 로봇놀이에서부터 비롯한 고전적인 화두를 완성도 높은 서사와 기술로, 성숙한 동시대 의식으로 표현하는 세계다. 하지만 로봇놀이가 인형놀이보다는 좀 더 수준 높은 세계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나는 운이 좋아서 마음껏 로봇놀이를 할 수 있었다.

정우영(<지큐 코리아>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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