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을 이용해 가정에서 손쉽게 운동을 할 수 있어 1인가구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사진 다노 제공
‘대안 헬스 코치’ 개념의 홈트(홈 트레이닝. 집에서 하는 운동) 앱이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달에 약 9만원 정도면 운동 전문코치에게 ‘1 대 1’ 온라인 지도를 받을 수도 있다. 피티(PT. 개인 헬스 지도)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이다.
이런 국내 모바일 헬스 케어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다. 일례로 홈트 앱 ‘눔코치’의 한 달 평균 유료 회원 수는 4000명이 넘는다. 과연 홈트 앱의 매력은 무엇일까.
홈트 앱 이용은 20~30대 젊은층 사이에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혼술, 혼밥을 즐기는 이들에게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 홈트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은 이일수록 홈트를 찾는다.
홈트 앱이 인기를 끈 배경에는 다이어트 트렌드의 변화도 있다고 한다. 홈트 앱 ‘마이다노’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다노의 이지수 대표는 “레몬 디톡스, 황제 다이어트처럼 한시적으로 극단적인 식단을 통한 체중 감량을 하거나 지방 흡입 등 위험하지만 확실한 다이어트 방식이 이전의 트렌드였다면 2~3년 전부터는 유튜브를 통해 홈 트레이닝 영상이 유행한다”며 “장기적으로 꾸준한 운동, 건강한 식단을 생활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더 좋다는 인식이 생겨났다”고 한다. ‘마이다노’의 경우 2015년 오픈 당시 유료 회원 3명으로 시작했으나, 2018년 4월에는 회원 수가 한 달 평균 3000명에 달했다. 누적 유료 회원 수만 약 3만명이다. 또 다른 홈트 앱 ‘눔코치’도 한 달 평균 유료 회원 수가 4000명이 넘는다.
하지만 실제로 홈트 앱이 인기만큼 운동 효과가 있을까. 한 홈트 앱 사용자의 하루를 따라가 봤다.
윤진아(29·사무직) 키 164㎝, 체중 60㎏(4주 뒤→56㎏)
7:00 기상 및 동네 산책으로 공복 유산소
8:30 아침식사(요구르트, 과일), 홈트 앱에 식단 공개
8:45 출근 중 홈트 앱에서 오늘 하루 미션 확인
9:30 출근 뒤 홈트 앱 코치의 조언에 따라 따뜻한 차 한 잔
12:30 동료와 점심식사(초밥, 밥을 적게 해달라고 요청), 홈트 앱에 식단 공개
15:00 홈트 앱 코치의 조언에 따라 틈새 스트레칭과 ‘책벅지’ 운동 15분
17:00 출출해서 홈트 앱 코치와 온라인 상담. 무첨가 두유 한 잔 먹으라는 피드백 받음
18:30 퇴근, 세 정거장 전에서 내려서 집까지 걸어가기
19:30 코치와 온라인 상담. 섭취 부족했던 채소를 먹으라는 피드백 받음
20:00 홈트 앱 코치가 추천한 ‘30분+골반교정’ 스트레칭
21:00 족욕 및 샤워. 하루 달성 목표 점검 뒤 취침
김가은(33·전업주부) 키 156㎝, 체중 52㎏(4주 뒤→49㎏)
7:00 기상 및 ‘눈바디’(눈으로 체형 점검하기) 한 뒤 사진 촬영
8:00 홈트 앱 코치가 추천한 하체 순환 스트레칭
9:00 남편 출근 뒤 아침식사(현미 시리얼, 두유), 홈트 앱에 식단 공개
12:00 아파트 계단 오르기 등 틈새 운동
12:30 점심식사(코치 조언에 따라 채소, 단백질 메뉴 추가)
15:00 하루 식단에 대해 코치와 온라인 상담
18:00 자녀 밥 먹인 뒤 저녁식사(식단 구성 제대로 했는지 사진 인증)
19:00 아이들과 놀아주며 생활 유산소 운동
21:00 집안일 및 아이들 재우고 나서 하체 맞춤 운동 30분
22:30 족욕 미션 인증 뒤 홈트 앱에 하루 피드백 작성
직장인 윤진아(29)씨는 한 달째 홈트 앱을 사용 중이다. 그의 하루는 홈트로 시작해 홈트로 끝난다. “집이나 직장 등 어디서든 스마트폰을 보며 운동할 수 있다는 게 편하다”며 “헬스장 가는 것보다 돈을 덜 쓰면서도 전문 코치로부터 개인 맞춤형 관리를 받을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아침 7시 기상하면 윤씨는 요구르트와 과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한다. 먹기 직전 그가 하는 일은 휴대폰으로 식단을 촬영하는 것. 홈트 앱에서 지정받은 자신의 코치에게 보고하기 위해서다. 홈트 앱 코치는 윤씨가 전송한 사진을 통해 그의 하루 식단을 분석한 뒤 영양적으로 보완해야 할 식단을 추천한다.
출근 전엔 자신의 체형을 사진 촬영해 홈트 앱에 전송도 한다. 이렇게 해두면 시각적인 체형 변화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회원님. 허리 살이 좀 빠진 것 같다”는 코치의 칭찬을 들으면 힘이 난다. 오전 8시30분, 출근 지하철 안에서 홈트 앱에 접속하니 ‘오늘 직장에서 하면 좋을 운동과 식단’이 ‘미션’으로 왔다. ‘사무실 6층까지 계단 이용하기. 물 세 잔 마시기.’
저녁 7시30분 퇴근, 윤씨의 홈트 앱 코치는 ‘1 대 1’ 온라인 상담에서 “오늘 회원님이 먹은 식단 사진을 살펴봤더니 탄수화물을 많이 먹었군요. 단백질과 섬유질을 챙기세요”라며 다음날 아침 식사로 삶은 계란과 비트사과 주스를 추천했다. 이어 윤씨가 “업무 과다로 오래 앉아 있어서 허리가 아픈 것 같다”고 하자, 코치는 관련 스트레칭 동작이 담긴 영상을 보내왔다. “내일은 지방 출장과 회식으로 건강한 식단을 제대로 챙기기 어려울 것 같다”는 고민을 전하자 그는 편의점에서 먹을 만한 건강 제품 몇 개를 추천했다. 회식 때 술과 안주를 덜 먹을 수 있는 생활 팁은 보너스다. 코치가 매일 하루 식단을 추천해주는 것을 윤씨는 홈트 앱의 또 다른 장점으로 꼽는다.
저녁 8시, 홈트 앱 코치가 보내온 골반 교정 스트레칭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보며 30분 운동한 뒤 ‘미션 완료’ 버튼을 눌렀다. 미션을 5일 연속 달성하자 홈트 앱과 연계된 다이어트 식품 쇼핑몰 할인 쿠폰이 보상으로 왔다. 홈트 앱을 이용한 지 4주째, 전보다 뱃살이 없어졌고 폭식도 줄었다. 체중 감소는 4㎏. 윤씨는 “미용 체중보다는, 어제보다 조금 더 건강한 사람이 되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두 아이의 엄마 정혜연(35)씨도 홈트 앱을 통해 5개월 만에 20㎏ 가까이 감량했다. 1일1식, 디톡스, 한약 다이어트 등 지방 흡입을 제외한 모든 다이어트 방법을 해봤지만 임신과 출산 이후 78㎏까지 불어난 체중을 줄이진 못했다. 아이들 때문에 집을 비우고 헬스장을 찾을 수도 없어서 운동은 꿈도 못 꾸는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한다. “남편이 출장을 떠나면서 두 아이를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고 돌보기 위해 방법을 찾던 중 홈트 앱을 알게 됐다”는 정씨는 아이들을 다 재운 후 밤마다 홈트 앱을 보며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나홀로 육아의 고독한 다이어트여서 심적으로 힘들었다. 그때마다 온라인 채팅방에서 코치와 상담해 의지가 많이 됐다”고 했다.
여럿이 운동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그룹 코치 서비스도 있다. 다이어트 코칭 앱 ‘눔코치’는 회원 5~7명으로 구성된 그룹을 지도하는 코치진이 따로 있다. 코치의 지도하에 식단과 운동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채팅방에서 나누며 각자의 체형 변화를 사진으로 찍어 공개한다.
온라인 상담을 통해 개인, 그룹 회원들로 하여금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홈트 앱에 특화된 코치의 전문성이 중요하다. 눔코치의 경우 소속된 코치진은 50여명 선, 코치 1명당 약 70여명의 회원을 담당한다.
홈트의 실효성을 인정받은 결과, 국내 의료계에서도 홈트의 바람이 불고 있다. 눔코치는 2년 전부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명지병원, 아주대학교병원과 연구 협력을 진행 중이다. 주로 가정의학과를 내방하는 비만 환자,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식이관리를 위한 홈트 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장용종, 고혈압, 임신성 당뇨 환자 등을 대상으로 한 식이관리 코칭 서비스도 시작됐다.
이렇듯 업계에서 인정받은 전문 코치진과 저렴한 비용,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장점을 가진 홈트 앱. 단점은 없을까. 눔코치의 김현 코치는 “근력 운동을 전혀 안 해본 분은 현장에서 전문가에게 기초적인 자세를 배우고 홈트를 시작하는 게 낫다”며 “영상만 보고 잘못된 자세로 근력 운동을 하면 신체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홈트 앱은 대면하는 코치가 없기 때문에 개인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년 365일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다이어트이기 때문에 복권 긁기처럼 ‘한 방’ 다이어트를 원하는 사람보다, 천천히 스스로 조금씩 바꿔 나가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하다는 것이다.
“어제보다 건강한 오늘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 사소한 생활 습관 변화만 있다면.” 홈트 전문가들이 입 모아 하는 얘기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홈트: 홈 트레이닝. 집에서 하는 운동. 미세먼지 등 날씨의 제약을 받지 않아 최근에 더 인기. 타인의 시선 신경 쓸 필요 없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장비나 도구 없이 할 수 있다. 유튜브나 에스엔에스(SNS), 책을 보며 따라 한다. ‘홈트족’을 위한 앱도 많으며, 틀어진 몸이나 통증을 잡아주는 홈트도 있다. 최근 가수 최강창민이 홈트를 해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기도 했다.
홈트 앱은 수백 가지다. 내용도 쓰임도 다 다르다. 활용 방법을 제대로 알면 효과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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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단 기록
다이닝노트, 데이마인-식단일기(식단기록용), 다노, 다이어트신 등.
○운동 방법
다신 트레이너: 부위별 운동 추천, 30일 챌린지 프로그램, 개인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 구성 가능 등.
런데이: 초보 러너를 위한 입문서, 러닝 시 옆에서 트레이너가 같이 뛰는 것처럼 각종 러닝 상식이 제공된다. 미션 완료 프로그램.
○체중 기록
체중 꼼짝마: 매일 지정된 시각에 ‘체중 기록하라’는 팝업 창이 뜬다.
○다이어트 코칭
눔코치, 마이다노, 짐데이 등.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