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드라마 <미스티>(제이티비시)로 복귀한 배우 김남주 사진 더퀸AMC 제공
그가 돌아왔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 출연 뒤 자그마치 6년의 세월이 흘렀다. 배우 김남주, 드라마 <미스티>(제이티비시)에서 주인공 고혜란 역을 맡아 열연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뉴스 앵커가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격정 멜로와 미스터리가 버무려진 드라마 속 고혜란이라는 캐릭터는 시청자의 환호를 받았다. 특히 고혜란이 유리천장에 맞서는 몇몇 장면에 20~30대 여성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드라마가 막을 내린 지 한달이 넘었다. 인터뷰 장소에 검은색 정장을 멋지게 차려입고 나타난 배우 김남주에게서 고혜란이 자꾸만 아른거린다.
김성일(이하 김) 2001년인가, 한 광고 콘셉트 회의에 갔어. 모델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김남주래. 처음에 든 생각이 뭐였냐면 ‘너무 무서운데…’였어.(웃음) 스타일리시하고, 당당하고, 강한 여자라는 이미지가 강했거든.
김남주(이하 주) 그때도 그랬어? 요즘은 김남주랑 고혜란 사이에서 헤매면서 사는 중이야.
김 17년을 알고 지냈잖아. 이제 나는 여자, 배우, 엄마로서의 김남주를 알겠더라고. 그런데 여전히 김남주에 대한 오해도 많더라.
주 차가운 이미지 때문에 오해는 늘 많지. 그래서 평소에 많이 노력하는 편이야. 먼저 다가가려고 하고. 오빠가 이야기한 것처럼 나를 무서워서 피한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난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 근데 <미스티> 하고서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오해를 할 수 있겠다고 이해가 되더라.
김 실제 외모랑 직선적이고 현대적인 이미지가 너무 잘 맞아서 그런 거 아닐까?
주 이미지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게 있는 거 같아. 그래서 더 겸손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나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은 오해하지만, 적어도 내 지인들은 나를 나쁘게 이야기하지 않는 거 같으니까 다행이지 뭐. 어릴 때는 외모나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이 거리감 느끼는 게 그렇게 속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카리스마 있어 보인다는 이야기도 해주더라. 스스로도 카리스마를 갖추려고 노력도 하게 되고.
김 이번에 <미스티>에서 보여준 새로운 여성상이 또 그렇잖아.
주 이제 사람들이 나를 어려워하기보다는 요즘 여성을 대표하는 멋있는 캐릭터로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 실제로는 그냥 여자, 아줌마, 푼수인데.
김 여행지에서 나한테 송충이 던지면서 장난치는 사람이지. 그런데 이번에는 고혜란과 김남주 사이에서 헤매고 있다는 게 궁금해져. 무슨 뜻이야?
주 <미스티>가 김남주에게 어떤 의미냐는 질문들이 많았어. 그 질문을 계속 생각해봤거든. 이제야 ‘배우 김남주에게 어떤 의미일까?’를 고민하게 되더라고. 나는 먼 미래까지 계획하지 않아. 그냥 눈앞에 보이는 것에 최선을 다할 뿐이지. 대신 내가 출연할 작품을 선택할 때 고민이 진짜 많아. 잘 못할 거 같아 자신이 없고. 선택하기까지 정말 어렵지. 그런데 그 뒤에는 작품에 몰입해. 또 연기를 안 할 때는 엄마 김남주, 아내 김남주로 살아가지. 그것도 그대로 좋아. 엄마일 때 느끼는 행복감이 있어. ‘배우’라는 것도 직업일 뿐이었어. 연기자·배우로서 연기관이라는 게 특별히 있었던 사람이 아니거든, 내가. 그런데 <미스티> 뒤에는 그 생각이 좀 바뀐 거 같아. ‘아, 연기자 김남주가 내 안에 있나 보다….’ 정말 처음으로 생각하게 된 작품이야.
김 김남주를 지켜보면 뭘 해도 잘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주 욕심이 많아서 그런 거 아닐까?
김 그런 면에서 감동하게 되는 게 배우와 아내이자 엄마 역할을 너무 완벽하게 한다는 거지.
주 나는 그중 어느 것 하나 잘해내지 못한 느낌만 드는데?
김 나는 다 잘한다고 생각해. 네 아이들 보면 누가 봐도 사랑스럽거든. 말도 행동도. 요즘에 재벌 갑질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그런 게 가정교육의 영향이 큰 거 같더라고.
주 나는 직업이 세 개야. 엄마, 배우, 아내. 신체적으로도 힘들지. 아이들이 저녁에 잠들고 나면 남편(배우 김승우)이랑 놀아야 하거든. 그거는 건너뛰면 안 돼.(웃음) 내 일을 잘해내면서도 좋은 엄마도 되고 싶었어. 어렸을 때는 내 꿈이 현모양처였거든? 내가 미쳤었나봐. 그게 얼마나 힘든 건데.(웃음) 직업인으로도, 엄마로도 어느 것 하나 100점짜리가 못 되는 게 아쉬워. 그래도 80점은 되도록 죽도록 노력을 했지.
김 남편 김승우랑 같이 저녁 먹고 그럴 때 보면 아직도 사랑스러워하는 게 보여. 그런데 언제나 그럴 수는 없지 않아?
주 승우씨가 노력을 많이 해. 양보하고, 보듬어주려고 하고. 남편이랑 놀 때가 제일 재밌어. 가끔 ‘진짜 나랑 노는 게 재미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웃음) 서로 잘 맞는 부분이 많기도 하고. 우리 둘 다 사람을 불러모아서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해. 배우자가 집에 사람 들이는 거 싫어할 수도 있잖아. 근데 우리는 서로 더 부르자고 해.
김 맞아. 그리고 집에 놀러 가면 무슨 친정집 온 듯이 다 퍼주고.
주 그것도 코드가 참 잘 맞지.
김 이렇게 인간적으로 엮이니까 네 주변에는 오랫동안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더라.
주 인간적인 부분이 일에도 더 작용하게 되더라고. 소속사 부대표는 나랑 19년을 일했어. 내가 화장실 가고 싶어 하는 표정도 알아.(웃음)
김 인간 김남주는 그런 식인데, 새로운 여성 직업인·전문가의 모습을 드라마에서 보여주니까 좋아하는 사람이 정말 많더라. 고혜란을 롤모델로 여기는 사람들도 생기고.
주 <미스티> 통해서 10~30대 젊은 여성 팬이 많이 생겼어. 오빠가 말한 것처럼 상사한테 할 말 하고, 타협 없고 그런 모습들을 좋아해주더라고. 그런데 나는 정작 이 역 맡기 전에 자신이 없었어.
김 네게 딱 맞는 역할인데?
주 남편이 ‘너 아니면 할 사람이 없을 거 같아’라고 이야기해줘서 뛰어들었지. 왜 자신이 없냐면, 나는 본래 배우로서 가진 게 많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는 걸 내가 잘 알거든. 스스로를 정말 쥐어짜듯이 노력하거든. 그게 얼마나 힘든 줄 아니까, 자신이 없어지는 거야. 나를 극한으로 밀어붙여야 하는데, 망설여져. 그래도 선택하고 나서는 완전히 작품에 뛰어들지. 내가 원래 메신저에 이모티콘 사는 것도 좋아하거든? 근데 <미스티> 찍는 동안엔 그거 사러도 안 들어갔어. 감정이 분산되고 흔들릴까봐. 아마 고혜란은 아이들보다 더 앞서 생각했던 첫 캐릭터인 거 같아. 그래서 정말 힘들고 아팠어.
김 고통 뒤에 기쁨이 찾아오니까…, 팬들이 늘어나는 게 느껴져서 정말 좋을 거 같다.
주 46살, 차곡차곡 내 인생을 쌓아오고 있는데 이 나이에도 새로운 팬을 만들 수 있고, 또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는 것에 희열을 느끼지. 요즘엔 중국이나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같은 곳에 해외 팬들도 많아졌어. 젊은 여성 팬들은 ‘언니같이 되고 싶다’는 말을 하더라고.
김 좋아하는 여성상이 참 많이 바뀌기도 했지.
6년 만에 드라마 <미스티>(제이티비시)로 복귀한 배우 김남주 사진 더퀸AMC 제공
주 고혜란에게서 볼 수 있는 어떤 강인함, 당당함을 많이들 좋아해주시는 거 같아. 정말 운이 좋은 거지. 예전에는 센 이미지가 싫었어. 한 대 맞으면 두 대 때릴 거 같은 이미지 말이야. 나도 청순하고 싶었지.(웃음)
김 강인함만 있다고 좋아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
주 맞아. 세기만 해서는 안 됐지. 고혜란의 성공기가 아니라 격정 멜로를 내건 드라마였으니까. 그래서 그 캐릭터에는 아픔이 충분히 녹아들어 있었다고 봐.
김 언제까지 연기하고 싶어?
주 당장 내일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아. 그래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하나 있어. 뛰어들기로 마음먹은 작품이 있으면 철저하게 고민하고 최선을 다하고 싶어.
김 김남주의 최선은 정말 최선이 맞지.
주 닮고 싶은 선배님들도 정말 많아. 이미숙, 김희애, 김성령 선배부터 나문희, 윤여정 선배님 정말 존경해. 후배들이 다 그렇게 되고 싶어 하잖아. 마음먹는다고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니까 노력을 해봐야겠지?
프로필
1992년 모델 활동 시작
1994년 에스비에스(SBS) 공채 탤런트로 데뷔
1996~1998년 에스비에스 드라마 <도시남녀>, <모델>, <내 마음을 뺏어봐> 등 출연
2001년 문화방송(MBC) 드라마 <그 여자네 집> 출연, 엠비시 연기대상 인기상·최우수연기상 수상
2007년 영화 <그놈 목소리> 출연
2009년 엠비시 드라마 <내조의 여왕>으로 드라마 복귀, 백상예술대상 티브이(TV)부문 여자최우수연기상 수상
2010년 엠비시 드라마 <역전의 여왕> 출연, 엠비시 연기대상 대상 수상
2012년 한국방송(KBS)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출연. 케이비에스 연기대상 대상 및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드라마부문 대상 수상
2018년 제이티비시(JTBC) 드라마 <미스티>로 6년 만에 복귀
김성일 스타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