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커버스토리
디자이너로 변신한 김미경 인터뷰
디자이너로 변신한 김미경 인터뷰
<언니의 독설> 등 베스트셀러를 통해 다정한 ‘쓴소리’를 해왔던 스타 강사 김미경씨가 이번에는 디자이너로 변신해 패션쇼를 열었다. 자신의 어머니가 50년간 운영해온 ‘리리’양장점과 본인 이름을 본떠 만든 비영리 패션 브랜드 ‘엠케이앤릴리’(MK&LILY)를 선보인 자리에 그가 평소 지원해온 비혼 엄마들이 모델로 참여했다. 이날 수익금은 비혼 엄마 지원 사단법인 ‘그루맘’에 기부됐다. 지난달 24일 서울 연남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패션쇼가 끝났다. 디자이너로 기분이 어땠나?
“정말 많은 디자이너에게 경의를 표한다. 패션쇼 직전까지 두려웠다. ‘저런 걸 옷이라고 만들었느냐’고 할까 봐. 그런데 막상 끝나고 나니 작은 소망들이 실체 없이 뒤섞여 있다가 진짜가 된 느낌이다.”
―패션쇼에 어머니 홍순희씨가 30년 전 제작한 옷도 등장했는데.
“엄마가 우리 집 네 딸들에게 해줬던 추억이 담긴 옷들이다. 내가 큰애 낳고 강의 갈 때 입고 가라고 해주신 옷, 언니가 행사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때 화려하게 보이라고 해준 옷, 동생이 신혼여행 갈 때 입으라고 해준 원피스, 엄마는 우리 집 딸들의 크고 작은 이벤트마다 옷을 해줬다. 모델들이 그 옷을 입고 나가는 모습을 보며 눈물 참느라 혼났다. 평생 자식들, 남편 뒷바라지에 시댁, 친정 다 거두느라 말 그대로 뼈 빠지게 일해서 지금 엄마가 많이 아프다. 엄마 꿈이 패션쇼 한번 해보는 거였는데 마음이 아프다.”
―기억나는 어머니의 모습이 있다면.
“옛날에 ‘내가 서울 갔으면 앙드레 김보다 더 유명했을 거’라고 엄마가 입버릇처럼 말했을 때는 속으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패션쇼에 올린 당신의 옷이 30년이 지났는데 촌스럽지 않다. 엄마는 충청도 증평 동네 사람들을 다 줄자로 재서 오직 그 사람만을 위한 패턴을 만들었다. 엄마는 실력 있는 디자이너였다. 꿈을 펼칠 수 있는 시절을 못 만난 ‘엄마 인재’들이 세상에 너무 많다.”
―그간 비혼 엄마를 돕기 위한 패션쇼는 있었지만 이들이 직접 패션쇼에 오른 건 처음이다.
“사람이 사는 게 생계도 중요하지만 생명도 중요하다. 자존감은 생명을 이어 가는 힘이다. 한국 사회 특성상 아직은 기댈 곳이 많지 않은 비혼 엄마들에게 자존감은 훨씬 더 중요하고, 소중히 키워줘야 하는 힘이다. 이번 패션쇼는 자존감을 키워주는 과정이었다. 70여일 동안 다 같이 열심히 운동하고, 식이조절하고, 매주 모델 워킹 수업에 참여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어제 쇼핑몰을 처음 오픈했다. 딱 한 달만 한시적으로 판매한다. 옷이 많이 팔려서 ‘그루맘’에 기부금을 팍팍 내고 싶다. 오는 6월부터는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캐나다, 미국 11개 도시를 돌며 토크쇼 투어에 나선다. 계속 도전하고 싶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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