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ESC] “패티 김, 멋있잖아요. 여자, 자신감이 중요해요”

등록 2018-04-19 09:31수정 2018-04-19 14:07

[ESC] 김성일이 만난 완소 피플

국내 1호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경민
이영애 고소영 김혜수 등
당대 최고 배우 거의 그의 손 거쳐
한때 색조 브랜드 론칭
“하고 싶은 일 찾아 보람·나눔 하면 인생 성공”
한국 메이크업 아티스트 세계를 30여년 간 이끈 이경민씨.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한국 메이크업 아티스트 세계를 30여년 간 이끈 이경민씨.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국내 1호 메이크업 아티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계의 대모’라 불리는 이경민(55)씨는 ‘원장’이라는 말보다 ‘소녀’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수줍은 풍모와 달리 그는 맹렬한 사업가다.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이경민 포레’ 본점을 비롯해 명동과 강남역, 홍대입구 등 서울의 번화가는 물론 부산, 대구, 울산 등 전국에서 뷰티 살롱을 운영하고 있다. 1985년, 우연히 발을 들이게 된 메이크업의 세계에 푹 빠져 33년 동안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한길을 걷고 있는 이 원장을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이 만났다. 정리 백문영 칼럼니스트, 사진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김성일(이하 김) 처음 우리가 만난 때는 1997년인 거 같아요.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가수 엄정화의 메이크업을 보면서 이경민이라는 아티스트를 무척 만나고 싶었죠. 정말 다른 가수와 달랐거든요.

이경민(이하 이) 1990년대만 해도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별로 없었던 시기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랐어요. 잡지 화보 진행은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이 한다니까 무턱대고 뛰어들었죠.(웃음)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다죠. 어떤 계기로 메이크업을 시작하게 된 거죠?

어렸을 때부터 사람의 얼굴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았어요. 인형 얼굴에 화장했을 정도였지요. 청소년 시절에는 친구들의 얼굴을 ‘실험 상대’로 삼았죠. 대학교 3학년 때 광고 촬영장에 메이크업 ‘알바’를 하러 갔던 일이 계기였어요. 내 손을 거친 얼굴이 예뻐지는 것에 희열이 느꼈지요. 메이크업을 정식으로 공부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됐어요.

패션에도 관심이 많죠?

1990년대 국내 패션 브랜드의 카탈로그 작업을 하면서 관심이 생겼어요. 패션과 메이크업은 공통점이 참 많더라고요. 패션 트렌드를 읽으면서 메이크업을 연구하곤 했지요.

고소영, 이영애, 김혜수와 같은 당대 최고의 톱 여배우 메이크업은 물론이고, 당시(1990년대) 최고를 달리던 배우 신애라를 광고 모델로 추천하기도 했다면서요.

브랜드와 브랜드 이미지에 어울리는 배우를 추천해 이어주는 ‘매치메이커’의 역할을 하게 되더라고요.

늘 어린아이 같아 보여요. 철이 안 들어서 그런가?(웃음) 창의적인 직업을 가진 이에게 철이 든다는 것은 난감한 일이겠죠.

공연이나 콘서트, 연주회처럼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을 찾아다녀요. 싸이, 빅뱅처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가수부터 엘턴 존, 마이클 잭슨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죠.

가족과의 돈독한 관계가 지금의 이경민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편이 외조를 잘해줬어요. 고마운 것이 많아요. 우리 때만 해도 여자가 직장을 갖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죠. 다행히 직업을 이해해주는 좋은 시부모님을 만나 가정일에 얽매이지 않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헤어 디자이너가 판치던 1995년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미용실도 운영했잖아요.

시간에 쫓기는 연예인들이 한 장소에서 메이크업도 하고 머리 손질도 받고 싶어 했어요. 그 전부터 신애라, 유호정, 강문영 등의 헤어 작업도 했어요. 스타일화 그리는 걸 좋아했는데 머리 스타일도 그리곤 했죠. 제가 손재주가 좀 있나 봐요.(웃음)

첫번째 메이크업 스튜디오는 언제?

1988년 충무로의 9㎡(3평) 쪽방을 얻어 열었죠. 최진실, 드라마 <토지> 주인공 최수지, 도지원과 모델들이 다녀갔죠. 제 얘기가 신문에 소개되면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여성 신직종’이라 알려졌지요. 바쁘게 달려오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웃음)

늘 성공만 했던 것은 아니지요?

2004년에 코스메틱 사업을 시작했어요. 미국의 에스티 로더, 일본의 슈에무라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전문 메이크업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죠. 지나치게 높았던 제품 생산 원가 때문에 혼자서는 브랜드를 지켜나갈 만한 능력이 부족해서 결국 5년 전 신세계그룹에 ‘비디비치 바이 이경민’ 브랜드를 보냈지요.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죠.

한국 메이크업 아티스트 세계를 30여년 간 이끈 이경민씨.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한국 메이크업 아티스트 세계를 30여년 간 이끈 이경민씨.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이경민씨가 지난날 자신의 얘기를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씨에게 하고 있다.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이경민씨가 지난날 자신의 얘기를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씨에게 하고 있다.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그가 만든 색조 브랜드 ‘비디비치 바이 이경민’은 백화점에 입점할 정도로 성공작이었다. 당시 한국 뷰티 시장은 세계적으로 성장세였다. 특히 제품 용기가 특이했다. 한 손에 쏙 들어가는 작은 용기에는 4가지 색조 키트가 함께 들어갔다. 순서대로 바르면 “동양 여자들의 로망인 작은 얼굴”이 됐다. 직원 5명으로 시작해 유명 홍콩 화장품 편집매장에 들어갈 정도로 주목받았던 회사는 그를 지치게 했다.

이경민 메이크업의 특징이 얼굴이 작게 보인다는 거잖아요.

외국인에 비해 한국인이 큰 건 아닙니다. 다만 서양인은 눈, 코, 입이 크고 입체적이라서 작아 보이는 거죠. 동양인들은 볼륨감이 적은 것뿐이에요. 요즘은 ‘셀카 시대’죠. 사진이 작아 보이는 게 낫죠. 그래서 인기가 많았나 봐요.(웃음)

메이크업 인생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2003년, 프랑스에서 ‘미스 유럽’ 행사가 있었어요. 유럽 최고 규모의 미인대회지요. 패션 화보를 통해 내 작업을 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함께 일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코스메틱의 고장’에서도 인정받은 거 같아서 감동적이었지요.

이경민의 메이크업 노하우가 궁금한 독자가 많아요. 피부를 잘 관리하는 법을 알려줘요.

미세먼지 때문에 다들 고민이 많죠. 메이크업은 하는 것보다 지워내는 과정이 중요해요. 많이 바르지 않는 것도 중요하고. 피지 분비가 많은 환절기에는 과하게 스킨케어 제품을 바르면 모공 사이에 미세먼지가 딱 달라붙게 되어 있어요.

혼자서도 메이크업을 잘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자기 얼굴을 잘 파악하고 알아야 예뻐질 수 있어요. 유행하는 화장법을 무작정 따라 하려 하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법을 찾는 것이 좋지요. 눈썹이 예쁜 사람은 눈썹을 살리고, 눈이 아름다운 사람은 눈을 돋보이게 만드는 원 포인트 메이크업이 최곱니다.

생소한 분야를 개척한 거잖아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는?

남들과 같은 것을 하지 말고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노력하고 연구하면 좋겠어요. 진정한 전문가가 진정한 브랜드를 만들죠. 100년 가는 브랜드를 후배들이 만들었으면 해요.

이제 50대 중반인데,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젊은이만 아름답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그 나이에 맞는 아름다움이 있어요. 주름 있고 탄력은 떨어져도 시간이 품은 아름다움, 여유로움이 있죠. 20~30대가 갖지 못한 미(美)인 거예요. 100살 시대잖아요. 할머니들이 얼마나 고운 줄 아세요. ‘패티 김’ 선생님 멋있잖아요. 자신의 나이를 받아들이고 자신감을 가지면 좋겠어요.

이경민처럼 어려운 분야에 도전하는 여성들이 많아요. 그런 이들에게 조언을?

진정 하고 싶은 것, 사랑하는 것, 행복해지는 일 하면 돼요. 그 일을 통해 보람 찾고 나눌 수 있다면 최고의 직업입니다. 성공의 지름길이기도 하고요.

이경민 프로필

1964년 출생

1985년 광고 촬영장 ‘알바’로 일하다 메이크업의 세계 입문

1988년 결혼, 충무로의 ‘쪽방’ 메이크업 스튜디오 오픈

2002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이경민 포레’ 본점 오픈

2003년 프랑스에서 열린 ‘미스 유럽’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초청

2005년 ‘비디비치 바이 이경민’ 메이크업 브랜드 론칭

2015년 메이크업 아티스트 데뷔 30주년을 기념한 ‘포워드 30’ 전시 개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초보자들을 위한 초간략 핵심 무협 용어사전 1.

초보자들을 위한 초간략 핵심 무협 용어사전

[ESC] 사랑·섹스…‘초딩’이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2.

[ESC] 사랑·섹스…‘초딩’이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야들야들 가을 주꾸미…소박하게 나폴리식 볶음으로 [ESC] 3.

야들야들 가을 주꾸미…소박하게 나폴리식 볶음으로 [ESC]

[ESC] 오늘도 냠냠냠: 42화 인천 용현동 원조통계란영양빵 4.

[ESC] 오늘도 냠냠냠: 42화 인천 용현동 원조통계란영양빵

[ESC] 나를 환하게 만든 색을 찾아라 5.

[ESC] 나를 환하게 만든 색을 찾아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