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이모티콘.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흔한 생필품이 될수록 잘 사용하는 법을 아는 게 중요하다. 이모티콘을 남발하거나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한다면 센스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모티콘 사용설명서를 정리해봤다. 이른바 ‘이모티콘 잘 쓰고 잘 사는 법’이다.
센 이미지를 중화할 때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윤재원씨는 평소 자신의 센 이미지가 고민이다. 오랫동안 외국 생활을 한 데서 오는 괜한 선입견과, 큰 키와 화려한 화장은 상대방이 보기에 ‘저 사람 세 보인다’는 이미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윤씨는 “원래 성격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상대방에서 ‘나 귀여운 사람이다’라는 걸 은연중 알리는 데 이모티콘을 활용해요”라고 말했다.
윤씨는 자신의 귀여움을 알리는 이모티콘으로 일본의 만화 캐릭터인 ‘에비츄’를 선택했다. 에비츄는 햄스터를 소재로 해서 만든 캐릭터다.
윤씨처럼 자신이 즐겨 사용하는 이모티콘의 이미지는 자신이 드러내고자 하는 이미지와 겹친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최승원 덕성여대 교수(심리학)는 “이모티콘은 현실에서 자신의 표정을 보여주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귀여운 모습의 이모티콘을 잘 쓰는 사람은 자신의 귀여운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심리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이모티콘이 문자나 말은 아니지만 남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 하는 심리라는 것이다. “개그적 요소가 강한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재밌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최 교수는 말했다.
행동을 이끌어낼 때
이모티콘은 상대방의 행동을 이끌어낼 때도 요긴하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네가 이 행동을 했을 때 보상을 주겠다’는 보상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365엠씨(mc) 비만클리닉의 양민희 홍보실장은 “상대방에게 업무 지시를 할 때 이모티콘을 적절하게 쓰면 받아들이는 쪽이 훨씬 편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귀여운 이미지가 매력적인 옴팡이 이모티콘을 즐겨 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무언가 업무 관련 부탁을 하고 나서 ‘하트 뿅뿅’ 모양의 이모티콘을 보내주면, ‘네가 이 일을 잘한다면 내가 사랑해주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양씨는 “나 스스로도 상대방에게 작은 친절을 베푼다는 느낌을 줘서 자주 사용한다. 말로 하는 것보다 이모티콘이 주는 소통 효과가 클 때가 있다”고 했다.
실제 심리학에선 큰 보상 한번보다 작은 보상을 여러번 나눠서 하는 것이 동기 부여에 유리하다는 결과가 많다. 큰 보상은 오히려 다음 일을 하게 되는 동기를 꺾게 만든다는 것이다. 수고했다며 따로 불러 밥을 사는 거보다 종종 이모티콘으로 격려를 해주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한번 사면 사용하는 데 공짜나 다름없는 이모티콘을 굳이 아낄 필요가 없는 이유다.
썸 탈 때도 유용해
혹시 지금 누구와 ‘썸’(some. 연애 초기 단계로 호감을 주고받는 상황)을 타고 있다면 이모티콘 활용에 주목해보자. 딱딱한 문자로 대화하는 것보다 적절한 이모티콘을 활용한 대화는 상대방과의 정서적 교감을 올린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이모티콘을 자주 보낸다면, 어느 정도 호감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2015년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호감이 가는 이성에게 이모티콘을 보낸다는 의견이 절반에 가까운 45.7%나 됐다. 그리고 전체 응답자의 36.6%가 이모티콘을 많이 보내는 이성에게 호감이 간다고 답했다.
단, 주의할 것이 있다. 여성의 경우 28.8%만이 이모티콘을 많이 보내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고 했으나, 남성은 44.4%가 호감을 느낀다고 했다. 즉, 남성의 호감을 사기 위해선 이모티콘이 꽤 유용하지만, 여성의 경우는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모티콘이 성관계와 관계가 있다는 조사도 있다. 2016년 영국의 데이트 서비스 업체인 매치닷컴이 미혼 남녀 5600명을 조사했더니, 이모티콘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의 54%가 “올해 성관계를 했다”고 답했고,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31%가 성관계를 했다고 밝혔다. 특히 키스하는 모습의 이모티콘을 잘 사용하는 사람들의 성관계가 활발했다고 한다.
자신의 처지를 유머러스하게
르메르디앙 서울 호텔 마케팅팀의 나도연 팀장은 최근 ‘방정맞은 고양이 댄서의 열정’이라는 이모티콘을 즐겨 사용한다. 나 팀장이 오래전부터 훌라댄스를 취미로 하고 있어 춤추는 이모티콘의 매력을 느끼기도 했지만, 선택의 가장 큰 이유는 너무 흔하지 않고 냉소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직장인이다 보니 직장상사 또는 비즈니스적 관계로 대화를 할 경우가 많은데 자칫 잘못하면 예의 없게 보일 수 있어서다.
문자는 감정 전달을 하기가 어렵지만 생생한 표정이 담겨 있는 이모티콘은 감정 전달이 용이하다. 나 팀장은 자신의 처지를 표현할 때 이모티콘을 자주 쓴다. 예를 들면, 본인의 사정이 여의치 않은데 업무가 밀린다면 당장 처리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혀야 한다. 이럴 때 “제가 지금 일이 많아 당장 처리하기가 어렵습니다”라고 ‘궁서체’로 말한다면 업무를 지시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달가울 리 없다. 그럴 때 힘들어 지친 모양 따위의 유머러스한 이모티콘을 쓰면 상황 전달이 훨씬 부드럽게 잘된다. “어떤 대화든 자연스럽고 유쾌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이모티콘의 장점”이라고 나 팀장은 말했다.
대화의 적절한 끝맺음으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이모티콘의 용도는 대화를 끝맺을 때다. 특히 상사와 대화가 많은 직장인들의 경우 ‘네’라고 답하고 대화를 끝내는데, 간혹 냉정하게 보일 때가 있다. 물결(~)무늬나 ‘넹’ 등으로 순화해서 쓰는 게 보통이다. 그럴 땐 이모티콘 하나를 넣어주면 자연스러운 대화의 마무리가 된다.
<한국방송> 기상캐스터 오수진씨도 대화의 클로징으로 이모티콘을 주로 사용한다. 날씨 방송이 끝나면 여기저기서 방송을 보고 톡을 보내는데 그 대화를 전부 이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럴 때 적절하게 대화를 마무리하는 용도로 이모티콘이 제격이다.
그가 즐겨 쓰는 이모티콘은 ‘오버액션 토끼’다. 최근 인기있는 이모티콘이기도 하지만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데다가 다채로운 표정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실제에선 ‘안녕히 계세요’라는 말을 쓰겠지만, 이모티콘은 간단한 그림으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 좋다. ‘안녕히 가세요’부터 ‘감사합니다’, ‘대화를 이만 마무리하겠습니다’ 등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고 오씨는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그래픽 홍종길 기자 jonggeel@hani.co.kr, 카카오톡갈무리
이모티콘
감정을 뜻하는 이모션(Emotion)과 아이콘(Icon)의 합성어. 그림문자나 그림말로 번역됨. 일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선 모바일 스티커 등으로도 불림.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때 인면조가 화제가 된 뒤 한 웹툰 작가가 만든 인면조 이모티콘이 연관 검색어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