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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홍준표 “영감탱이”, 파파고도 구글도 번역 절레절레!

등록 2018-04-05 09:29수정 2018-04-05 11:22

[ESC] 커버스토리

인공지능시대 외국어 하기
어렵지 않아…다양한 번역 앱 출시
파파고·구글 번역·웨이고 등
긴 문장보단 짧은 말이 효과적
여행지 슬로베니아를 걷고 있는 한국 여행객들. 최근 다양한 통역 앱이 출시돼 낯선 곳으로 여행이 두렵지 않은 이들이 많다. 박승화 기자
여행지 슬로베니아를 걷고 있는 한국 여행객들. 최근 다양한 통역 앱이 출시돼 낯선 곳으로 여행이 두렵지 않은 이들이 많다. 박승화 기자

지난해 가을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였다. 베네치아 산마르코광장에 우뚝 솟은 91m의 종루에 올라 조망을 하는데 동판에 새겨진 글이 궁금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이름은 눈에 들어왔지만 이탈리아말이라서 내용을 짐작할 수 없었다. 주변 관광객들에게 무슨 말인지 영어로 물어보니 이들도 이탈리아어를 모르기는 나와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뜨거운 사이의 젊은 이탈리아 커플이 눈에 띄어 “여기에 뭐라고 쓰인 거냐”고 물어보았다. 두 사람이 잠시 수군대더니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얘들은 모국어를 읽을 줄 모르는 게 아니라, 내 영어를 못 알아듣는구나.” 만국 여행자의 공용어, 보디랭귀지를 이해했다. 그래도 궁금한 걸 어쩌나. 말로만 듣던 구글 번역 앱을 구동해보기로 했다. 글자를 한자 한자 입력할 필요도 없었다. 번역하려는 내용을 사진으로 찍은 다음 구글 번역 앱을 구동하고 앱에서 사진을 불러와 문장을 터치하니 자동으로 사진 속 문장을 인식했다. 처음엔 영어로,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니 실시간 무료번역 완성. 갈릴레이가 1609년 8월21일 이곳에서 베네치아공화국 지도자들에게 세계 최초로 망원경을 시연했다는 걸 기록한 내용이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문자를 인식해 번역해주는 구글 번역 워드렌즈 서비스. 구글코리아 제공
스마트폰 카메라로 문자를 인식해 번역해주는 구글 번역 워드렌즈 서비스. 구글코리아 제공
번역 앱을 경험한 뒤엔 영어가 통하지 않는 여행지에서 궁금한 것마다 사진을 찍어서 번역을 해보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한 달 동안 남미를 여행하고 왔다는 친구에게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하나도 모르면서 영어가 안 통한다는 지역을 어떻게 한 달이나 돌아다녔느냐”고 물었더니, “언어는 걱정할 거 하나도 없어. 보디랭귀지와 표정이 웬만큼 해결해주고, 구체적인 행선지나 궁금한 내용은 스마트폰에 입력한 뒤 스페인어로 바꿔서 보여주면 해결돼”라고 방법을 알려줬다.

인공지능 번역과 스마트폰은 모든 여행자를 현지어를 구사하는 능력자로 만들며 여행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패기의 젊은이들만이 아니라 외국어가 두렵고 수줍은 성격의 사람들도 배낭을 꾸리게 만들고 있다. 파파고, 구글 번역, 웨이고, 폴리글로캠 등의 스마트폰 번역 앱을 가동하면 암호와 같던 외국 식당의 메뉴판도 깔끔하게 번역해준다. 여행지에서 패스트푸드점을 기웃대던 소심한 여행자도 식도락 여행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유용성이 높은 번역 앱은 네이버 파파고와 구글인데, 자동번역기별 특징을 알고 쓰면 더 유용하다. 구글 번역 앱을 실행하면 103개 언어 쌍을 번역할 수 있다. 영어, 불어, 독어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구자라트어, 줄루어, 아제르바이잔어 등 사용 중인 세계 거의 모든 언어를 간단하게 무료로 번역할 수 있다. 물론 번역 품질은 언어에 따라 다르다. 네이버 파파고도 주요 언어와 함께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러시아어 등 13개 언어 쌍을 번역해준다. 번역기의 실력 차이는 얼마나 많은 사용자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지와 특정한 맥락과 문화에서 해당 언어의 관용적 쓰임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에 좌우된다. 전세계를 상대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구글이 다양한 언어 쌍에 대해 품질 높은 번역을 제공하지만, 네이버 파파고는 한국어 처리능력과 맥락 이해에서 강점을 보인다. 구글 번역은 외국어를 영어로 번역할 때, 파파고는 한국어로 번역할 때 더 유용하다.

번역기를 잘 사용하려면, 어떤 문장과 단어가 번역에서 실패하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복잡하고 긴 문장 대신 단문이 기계번역 결과가 좋은 만큼, 짧은 문장으로 번역하는 게 좋다. 엉뚱한 번역은 대부분 고유명사 처리 실패에서 비롯한다. 사람 이름이나 지명, 상품명 등 사전에 등록돼 있지 않은 고유명사를 기계가 알아내려고 애쓰다가 문장 전체가 꼬이는 경우다.

아래의 문장들을 구글 번역과 파파고로 돌려보면 자동번역이 어느 단어에 걸려 넘어지는지를 알 수 있다.

그룹 지오디(god)의 노래 ‘어머님께’의 한 소절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를 넣고 돌려보았다.

구글은 “She said she did not like jacobs”, 파파고는 “My mother said she hates jajangmyeon”이라고 번역했다.

번역의 관건은 한국에서만 먹는 ‘자장면’에서 발생했다. 파파고는 제대로 고유명사 처리를 했지만 구글은 자장면이 뭔지를 알 수 없었다. 존칭어 ‘어머님’의 의미 파악에도 실패했다.

인공지능 번역기는 막말을 어떻게 번역할까. 최근 자신의 표현이 막말이 아니라 ‘서민적 용어’일 뿐이라고 강변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을 두 번역기에서 돌려봤다.

“경상도에서는 장인어른을 친근하게 표시하는 속어로 ‘영감쟁이’, ‘영감탱이’라고 하기도 한다”는 홍준표 대표의 2017년 5월 발언이다.

스마트폰에서 텍스트를 복사하면 바로 번역 해주는 파파고 미니모드 서비스. 네이버 제공
스마트폰에서 텍스트를 복사하면 바로 번역 해주는 파파고 미니모드 서비스. 네이버 제공

구글은 “In Gyeongsang province, slang is a slang word that displays an adult’s familiarity”로, 파파고는 “In Gyeongsang-do, it is a term used to describe the father-in-law and the elder as friendly, so it is also called ‘English governor’ and ‘ English governor’”로 번역했다.

구글은 “경상도에서는 속어가 성인들 간 친숙함을 표현하는 속어 단어”라고 장인어른 등 주요 단어들을 생략하고 과감한 의역을 했다. 파파고는 정확하게 번역을 했으나 ‘영감탱이’를 이해할 수 없어 ‘영국인 감독관’으로 표현했다.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서민용 용어’는 번역기계 역시 실패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지금 특정 고유명사와 막말 번역에 실패한다고 해서 인공지능 번역을 무시하면 안 된다. 인공지능 기계번역과 사람 어학 실력의 차이는 결국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어학 실력을 갖춘 사람이라도 5년, 10년 뒤까지 현재 실력을 유지하려면 부단히 학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연 감퇴다. 인공지능 번역은 반대다. 1, 3, 5년 시간이 지날수록 완벽에 가까운 수준으로 진화한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 언어 장벽 사라진 세상을 여행할 계획을 서둘러야 한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외국어 다른 나라의 말. 국적이나 민족이 다른 사람끼리 소통할 때 필요한 수단. 한국에서는 입시나 스펙을 위한 도구로 변질돼 여러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영어는 한국에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입지가 공고해 영어 제국주의로 인한 모국어 오염, 희소언어의 소멸 가능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최근에는 언어의 본래 목적인 의사소통 기능을 회복한 외국어 배우기, 고전 텍스트를 해석하기 위한 외국어 배우기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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