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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모델계 산증인 고은경 대표 “제2의 차승원, 한혜진 키워내겠다”

등록 2018-04-05 09:19수정 2018-04-05 10:48

[ESC] 김성일이 만난 완소 피플

모델→교수→에이전시 대표로 30여년 활약
200여명 모델 소속된 YG케이플러스 키워내
“끼와 재능 갖춘 후배 모델 점점 늘어 뿌듯…
모델테이너 활동무대 넓히는 일이 내 역할”
고은경 와이지(YG)케이플러스 대표(사진 왼쪽)와 2017년 슈퍼모델 선발대회 대상을 수상한 김수빈씨.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고은경 와이지(YG)케이플러스 대표(사진 왼쪽)와 2017년 슈퍼모델 선발대회 대상을 수상한 김수빈씨.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차승원, 강동원, 한혜진, 장윤주부터 남주혁, 이성경까지. 내로라하는 모델 뒤엔 항상 그가 있었다. 고은경 와이지(YG)케이플러스 대표. 1세대 패션모델로 활약했던 경험을 살려 20년 넘게 모델 교육과 스타 모델 배출에 앞장서왔다. 지난해 12월15일 열린 ‘2017 슈퍼모델 선발대회’ 대상 수상자인 김수빈(19)씨 역시 그가 운영하는 모델아카데미 출신이다. ‘싹’을 알아보는 고 대표의 혜안이 놀랍다. 패션계 산증인이자 대모로 우뚝 선 고은경 대표와 김수빈 모델을 김성일이 만났다.

김성일(이하 김) 수빈 모델은 매력적이야. 슈퍼모델 1등 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어. 신장이 어떻게 돼?

김수빈(이하 빈) 178㎝예요.

고은경(이하 고) 신장이 예전만큼 중요하지는 않아. 보통 여자 모델은 176~179㎝가 가장 각광받아. 남자 모델은 186~189㎝ 정도. ‘2018 에프더블유(F/W) 헤라 서울 패션위크’에서 수빈은 눈부시게 활약했지. 패션 브랜드인 프리마돈나, 에이벨(A.Bell), 카이(KYE), 와이시에이치(YCH) 무대에 오르며 존재감을 뽐냈어. 데뷔 1년차인데, 자랑스러워.

요즘 방송계에선 키 큰 모델들이 배우로 활약하는 경우 많더라.

예전에는 끼가 많은 모델이라도 키가 커 출연이 힘들었어. 상대 배역과 키가 안 맞는 거지. 그런데 차승원이 스타가 되면서 바뀌었어. 키 큰 남자 배우와 앙상블 할 수 있는 키 큰 여자 모델도 찾게 된 거야. 출연자보다 키가 엄청 컸던 이소라도 편견을 깨는 데 일조한 셈이고.

수빈씨는 어릴 적부터 모델을 꿈꿨어?

중학교 때 갑자기 키가 컸고, 그 이후부터 자연스럽게 모델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슈퍼모델 대회 대상 예상했어?

아니요. 대회는 모델 일을 시작하면서 욕심이 나긴 했어요. 슈퍼모델이라는 목표가 생겼고, 입상 여부를 떠나 참가만으로 의미 있겠다 싶었죠. 1등은 예상 전혀 못했는데, 영광이죠. 제 생애에 이런 감격스러운 일을 경험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요.

2017년 슈퍼모델 선발대회 대상 수상자 김수빈.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2017년 슈퍼모델 선발대회 대상 수상자 김수빈.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김수빈은 서류접수 지원자 3천여명 중에서 139명이 겨룬 예선, 27명이 뽑힌 본선 대회를 거쳐 대상을 거머쥐었다. 특별상인 ‘엘로엘상’까지 수상하며 2관왕을 차지했다. 대회를 한달 앞두고 바닥에 미끄러져 슬개골(무릎뼈) 골절 진단을 받았던 악재를 극복하고 이룬 쾌거였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대회 출전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

성격이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편이에요. 걱정을 많이 했는데, 부모님과 지인들이 격려와 응원을 많이 해줘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솔직히 수영복 심사는 부담되지 않았어?

과정이라고 생각해서인지 부담 같은 건 없었어요.

우리 때만 해도 수영복 입어야 한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미스코리아 대회 출전을 포기하거나, 모델 일을 접기도 했는데. 어른들이 ‘시집 못 간다’고 겁도 많이 줬고. 격세지감이 느껴져.

고 대표는 언제 패션모델로 데뷔했어?

1980년대 초반. 그때만 해도 모델이라는 직업이 일반인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때지. 1992년 슈퍼모델 1기 이소라가 나오면서 모델이라는 직업이 알려지기 시작했으니까. 아 참 박둘선, 홍진경, 오미란, 이선진, 송경아, 한예슬 모두 슈퍼모델 대회 출신인 거 알지?

<문화방송>(MBC)의 <나 혼자 산다> 등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한혜진도 슈퍼모델 출신 아니야?

한혜진은 본선에서 탈락했어. 근데, 워낙 느낌이 좋아서 점찍어놓고, 함께 일하자고 부모님에게 연락해 영입한 케이스야. 16살 때인가 데뷔했는데, 옷을 해석해내는 능력도 참 출중했어.

와이지(YG)케이플러스 고은경 대표.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와이지(YG)케이플러스 고은경 대표.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 고은경 “모델로 성공하려면 패션에 대한 안목과 표현력 갖춰야”

한혜진처럼 요즘엔 연기, 엠시(MC), 노래 실력까지 갖춘 모델테이너 활약이 두드러지는 것 같아. 모델테이너로 활동이 많아지면 그만큼 옷을 입는 마인드나 모델로서 감각은 떨어질 수밖에 없지?

그렇지. 헝그리 정신도 부족하고. 왜냐면 너무 빨리 (스타로) 크거든. 예전에는 4~5년 꾸준히 모델 활동 하며 패션을 알아가는 과정을 거쳤는데, 지금은 한번 뜨면 스타가 돼버리니까 디테일이 부족할 수밖에 없어. 오히려 데뷔 2년 안에 스타가 안 되면 불안해하고 조급해해. 자연스럽게 모델 활동 기간도 짧아지고. 1990년대 박영선, 민윤경, 이복영 등만 봐도 30살 중반까지 10년 넘게 맹활약했던 걸 고려하면, 안타까운 현실이지.

과거 모델 중에 패션에 대한 표현력이 뛰어났던 이를 꼽는다면?

김선영, 정재경, 민윤경, 박둘선은 옷을 입으면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금방 알지. 센스 있는 모델들이 대체로 오래 활동하는 편이야. 장윤주만 해도 키가 작은 핸디캡을 극복하고 톱모델로서 인정받았잖아.

지금은 방송 활동을 주로 하는 슈퍼모델 김새롬 있잖아. 그도 패션쇼와 화보 촬영이 가장 좋다고 하더라. 본의 아니게 방송 활동을 먼저 하게 돼 모델로서 경력은 많지 않은데, 지금은 그게 아쉽대. 작년 가을 김서룡 패션쇼에 섰는데, 엄청 좋아했어. 모델들은 무대에 섰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하나봐.

당연하지. 차승원이 20년 넘게 송지오 패션쇼에 서는 것 봐. 인연과 의리도 있겠지만 무대가 좋기 때문이지. 배정남도 이번 ‘2018 에프더블유 헤라 서울 패션위크’에서 8년 만에 송지오 쇼에 섰는데, 무척 신나 보였어.

■ 김수빈 “혜박 선배가 롤모델…세계적인 모델 되고 싶어”

수빈씨의 롤모델은 누구?

혜박 선배요.

혜박 하니까, 내가 스타일링 해서 찍었던 2008년 케라시스 샴푸 광고가 생각나네. 장윤주, 한혜진, 혜박을 반짝이 옷을 입혀서 패션쇼 무대에 세우는 콘셉트였어.

혜박? 멋진 친구지. 특히 그 당시 그 광고 찍을 때 최고였어. 혜박을 처음 본 게 파리에서 열린 샤넬 패션쇼였어. 아, 이래서 세계적인 모델이 됐구나 싶었지.

혜박은 모델로서 자부심도 대단했고, 옷에 대한 욕심도 많았어.

케라시스 광고 찍을 때 삼파전이 대단했겠네?

톱 모델 3명이 모이면, 톱 탤런트 3명이 모인 것보다 더 힘들어. 다들 옷 욕심이 대단해서. 3명을 각각 중앙에 두고 같은 촬영을 세번씩 해서 편집했으니, 그만큼 시간도 3배나 걸렸지. 그나저나 김수빈도 외국 무대에 서봐야지?

일단 고등학교부터 졸업해야지.

고은경 대표와 모델 김수빈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성일.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고은경 대표와 모델 김수빈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성일.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2008년 창립한 고 대표의 케이플러스가 2014년 와이지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았을 때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과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가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그로부터 4년, 고 대표는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드라마, 영화, 예능, 음반 등 영역을 넓히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쁜 나날이지만, 합병 이후 가수, 연기자, 래퍼 등을 꿈꾸는 전속 모델 200여명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져 행복하다”며 웃었다.

김수빈은 벌써부터 모델계의 전지현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더라.

워킹을 못하거나 옷 표현을 제대로 못하면 디자이너들은 모델을 칼처럼 잘라. 그런 점에서 수빈은 실력을 인정받은 셈이니까.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모델이었던 차승원, 오지호, 강동원 등은 지금 톱 배우 반열에 올랐잖아. 한혜진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끼를 발산하고 있고. 이들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후배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 그러면 모델에 대한 인식과 처우가 더욱 개선될 수 있겠지. 그 길에 내가 힘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어.

[ESC] 고은경 프로필

1982~1989년 모델 활동

1992~1994년 한국이벤트영상아카데미 모델스쿨 원장

1999~2000년 모델 에이전시 ‘비데오 꼬 셀렉트’(VIDEO CO SELECT) 원장

2000~2008년 모델 에이전시 디시엠(DCM) 대표

2001~2004년 동덕여자대학교 스포츠모델학과 겸임교수

2007년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패션모델과 전임교수

2008년 ㈜케이플러스미디어 대표

2013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2014년~현재 ㈜와이지케이플러스 대표

정리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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