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을 대표하는 자동차 볼보는 중국 자본으로 되살아나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북유럽 가구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에 성능과 연비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새 엔진을 실은 덕분이다. 중형 스포츠실용차(SUV) ‘XC 60’은 주문이 밀려 지금 주문하면 1년 후에나 받을 수 있을 정도다. 1988년 수입차 시장 개방 직후 국내 판매 1위를 기록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모양새다. 과거의 고객들이 “이 차가 일곱 대를 쌓아도 찌그러지지 않는다는 볼보냐”며 안전한 차를 찾아 구입하던 중장년층이었다면, 현재의 고객은 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젊고 감각적인 이들이라는 점도 볼보한테는 고무적인 현상이다.
승승장구하는 볼보를 보면 10여년 전 그들이 내놓았던 작고 아름다운 차가 생각난다. 2006년 선보인 C30은 여느 차와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 해치백(트렁크 부분이 돌출되지 않고 지붕 끝단과 뒤 범퍼가 연결되는 차)이었다. 유럽에서 사랑받는 해치백은 적당한 크기에 날렵한 운동 성능을 지닌 실용성을 중시하는 차다. 실내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네모반듯한 형태를 띠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세계에서 3천만대 이상 팔린 폴크스바겐 골프(2013년 기준)는 해치백의 교과서라 할 수 있다.
P1800ES. 볼보 제공.
그러나 C30은 해치백의 미덕이었던 실용성을 과감히 배제하고 디자인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차체 좌우 폭을 좁히면서까지 외곽의 라인을 다듬었고, 차체 뒷부분의 각도를 눕혀 트렁크 공간을 희생하면서까지 뒤태를 강조했다. 아무리 소형차라도 맵시를 담당하는 2도어와 실용성을 강조하는 4도어를 동시에 생산하는 경우가 많지만, C30은 과감하게 2도어만 생산했다. 불편해도 디자인만 멋지면 납득할 수 있다는 멋쟁이들이 이 차에 열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뒷문을 생략하고 유리창을 열어 트렁크에 짐을 싣도록 만든 구조가 독특했다. 짐을 싣고 내리기는 불편하지만, 마치 등허리가 파인 드레스처럼 매력적인 뒷모습을 구현할 수 있었다. 1972년에 등장했던 볼보 ‘P 1800 ES’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었다. 과거의 유산을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한 C30은 비록 단명했지만, 새로운 시대의 볼보를 대표하는 차로 지금의 인기를 위한 거름이 됐다. 스웨덴판 온고지신의 상징인 셈이다.
신동헌 (자동차 칼럼니스트·<그 남자의 자동차>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