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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가장 ’핫’한 디자이너 박승건 “공효진은 나의 뮤즈”

등록 2018-03-21 19:58수정 2018-03-22 11:17

[ESC] 김성일이 만난 완소 피플

영국 고급 백화점 입점 '푸시버튼'
20~30대 ’패피’ 열광하는 브랜드
가수·모델·디자이너···박승건 이력 특이
"옛것에서 영감 받아 새롭게 시대 해석"

최근 패션업계가 주목하는 디자이너 박승건.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최근 패션업계가 주목하는 디자이너 박승건.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해외 명품 편집숍 ‘네타포르테’, 영국 런던에 위치한 최고급 백화점 ‘셀프리지’ 등에 입점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는 한국 패션 브랜드 ‘푸시버튼’. 화려한 성공 뒤에는 10여년간 푸시버튼을 이끌어온 디자이너 박승건(43)이 있다. 공효진, 선미 등 최근 가장 ‘핫’한 연예인과 20대 젊은이가 가장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 푸시버튼. 지난 21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열린 ‘2018 에프더블유(F/W) 헤라 서울 패션위크’에 참가한 푸시버튼의 디자이너 박승건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쇼룸에서 만났다.

김성일(이하 김) 푸시버튼이 몇년도에 생겼지?

박승건(이하 박) 언제 시작했는지 정확히 생각이 나지 않아.(공식적으론 2009년 서울 이태원동에 첫 쇼룸을 열었다) ‘서울 패션위크’에 처음 참가한 순간만 기억나요. 2010년 가을과 2011 에스에스(S/S) 컬렉션이 처음이었어.

초창기의 푸시버튼 하면, 이태원 해밀턴호텔 건너편, 가구 골목에 있던 푸시버튼 쇼룸이 기억나요.

박승건이 직접 고르고 박승건이 그리는 이미지를 파는 숍이 콘셉트였지요. 직접 제작한 옷과 외국에서 가져온 옷을 리폼한 ‘푸시버튼 리와인드’ 라인을 판매했지.

그 당시 푸시버튼 쇼룸은 패션 브랜드의 쇼룸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소품을 늘어놓고 파는 편집숍 같은 느낌이 강했어.

스스로 의도한 바이기도 해. 패션 디자이너라는 틀에 갇히는 것이 고루하다는 생각을 했거든. 그 당시 해외에서 구입한 빈티지 옷을 새롭게 디자인해서 판매하는 브랜드는 푸시버튼이 유일했어. 옷과 어울리는 액세서리와 신발, 각종 소품까지 가져다 놓고 팔았지. 그 시절의 푸시버튼이 더 좋다고 말하는 이도 많아.

푸시버튼 쇼룸에 가면 한국 어디에서 볼 수 없는 각종 장신구와 옷들이 그득했어. 방문할 때마다 설레고 새로운 나라로 여행을 간다는 생각이 들었어.

‘안 팔리는 옷을 만들자’는 것이 목표였어. 젊은 시절의 치기라고도 볼 수 있지만 푸시버튼만의 독특하고 기상천외한 스타일은 거기서 왔지.

데뷔 이력이 신선해요. 가수로 데뷔했다면서요?

19살에 우연한 기회에 발탁됐어요. 압구정동에서 친구들과 노래 부르고 놀다가 한 연예소속사 직원의 눈에 띈 거지.

김성일 스타일리스트가 박승건 디자이너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김성일 스타일리스트가 박승건 디자이너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가수는 왜 그만뒀어?

1집만 내고 말았어.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분위기도 싫었고, 옷을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도 싫었어. 생각했던 것과 연예계 생활이 다르더라고. ‘개그’라는 패션 브랜드의 모델로 발탁되면서 모델로 전향했어.

모델 일을 계속하지 않고 브랜드를 낸 이유가 뭐예요?

성격 자체가 뭔가에 빠지면 확 빠져 버리는 스타일이야. 모델로 일하다 보니 패션에 점점 관심을 가지게 됐어. 내 브랜드를 내야겠다고 결심했지. 푸시버튼 쇼룸을 처음 열 때도 엄청나게 빚을 내서 시작했어요. 주변에서 모두 ‘미쳤다’고 했지. 해외 명품 디자이너 브랜드가 판을 치던 때였으니까. 개인 디자이너 브랜드가 성공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어.

2010년부터 현재까지 7년째 서울 패션위크에 참여하고 있어. 패션쇼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친하게 지내던 스타일리스트의 권유가 시초였어요. 쇼룸 안에서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정식 패션쇼를 통해서 나의 디자인을 선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청담동이나 압구정동이 아닌 이태원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이는 나뿐이어서 이상하게 보는 이도 많았고.

바로 서울패션위크 무대에 설 수 있었어? 신인 디자이너로서 쉽지 않았을 텐데요.

2009년 처음 지원했을 때는 왜인지 모르지만 떨어졌어요. 무척 낙담했지. ‘다시는 서울에서 쇼를 하지 않겠다’는 마음마저 먹었어. 런던, 파리 등 외국에서 할 수 있는 쇼를 알아보다 그다음 해인 2010년, 주최 측에서 연락이 왔어요. 쇼에 서 줬으면 좋겠다고. 푸시버튼 쇼룸을 운영했던 경력을 인정받아서 2010년에 처음으로 참가하게 되었지.

쇼도 쇼지만 그것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운데, 푸시버튼은 어떻게 성장했어요?

스타일리스트, 잡지 기자들이 이태원 가구 거리로 빈티지 가구 협찬 받으러 왔다가 우리 쇼룸을 본 거야. 호기심을 가지고 들어오게 되면서 입소문이 났어요. 1층에 위치해 있어 접근이 쉽고 쇼윈도와 매장 디스플레이를 독특하게 해 놓았거든. ‘이태원에 특이한 곳이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매체와 연예인 협찬이 많아졌어.

푸시버튼의 옷에는 세련되면서도 고전적인 멋이 있어. 영감을 주로 어디서 받아요?

세월의 때가 쌓인 빈티지 옷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 디자인이라는 건 돌고 도는 거고, 태양 아래 새로운 디자인은 없다고 생각해. 옛것에 동시대성을 더해 푸시버튼만의 시각으로 해석하는 거지.

박승건은 이제 디자이너 같아.

주변의 모든 사람이 그 얘기를 해, ‘이제야 디자이너 다 된 것 같다’고. 처음 이태원에 매장을 낼 때의 박승건과 지금의 박승건은 다르지 않은데. 초심을 잃지 않고 박승건만의 푸시버튼 감성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외국에서 박승건의 푸시버튼 옷을 사 가는 이도 늘어났다면서요? 예전 이태원 매장이 부티크 개념이라면 지금의 푸시버튼은 대량 생산을 해야 하는 ‘매스(MASS) 브랜드’(대중 브랜드)가 된 셈이네?

한 사람에게만 팔아도 되는 부티크 매장일 때는 생산성에 대해 고려하지 않아도 됐어. 밤을 새워서 손바느질을 해서 한두 점만 만들어도 되니까. 다양한 소비자에게 판매해야 하는 지금은 공장 생산이 가능한지,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돼요.

박승건이 푸시버튼의 옷들을 들어 보여주고 있다.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박승건이 푸시버튼의 옷들을 들어 보여주고 있다.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디자이너의 역할과 판매자의 역할 사이에서 고민이 많을 것 같아.

쇼에서 선보이는 옷은 어디까지나 ‘쇼 피스’(show piece)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일상생활에선 입기 어려운 옷인 경우가 많아.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 쇼 피스와 실제 판매하는 옷 사이의 간극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중요해. 푸시버튼의 정체성을 살리면서도 대중적인 옷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디자이너의 고뇌지.

박승건의 뮤즈는 누구야?

내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뮤즈는 역시 마돈나야. 마돈나를 빼고 푸시버튼의 옷을 상상하기 힘들어. 의식하지 않아도 마돈나 스타일이 푸시버튼에 깊이 새겨져 있거든. ‘한국의 마돈나’ 김완선도 뺄 수 없어.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그녀가 출연하는 티브이(TV) 프로그램을 보려고 밤을 지새우기도 했어. 생애 첫 팬 사인회도 다녀왔을 정도니까.

디자이너와 뮤즈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하기도 하잖아. 마돈나와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처럼. 현실적으로 박승건에게 영향을 주는 뮤즈는 누가 있을까요?

가까이 두고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이를 뮤즈라고 한다면 배우 공효진이 나의 진짜 뮤즈야. 늘 옆에 있고 소통이 되는 뮤즈가 있다는 것도 행운이야. 디자이너로서 슬럼프에 빠질 때 인간적으로 위로해 주고 계속해서 격려를 해주는 이거든. 인복이자 인덕인 것 같아.(웃음)

마지막 질문. 환갑 때 뭐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 1등 디자이너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어. 디자이너가 늙는다고 브랜드까지 늙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60대가 되어도, 70대가 되어도, 20대부터 40대의 여성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 푸시버튼은 언제나 ‘현재’에서 젊은이와 소통하는, 동시대적인 브랜드였으면 좋겠어.

<박승건 프로필>

1975년 출생.
1995년 <드림> 앨범으로 가요계 데뷔.
2009년 푸시버튼 이태원 매장 설립.
2010년 ‘푸시버튼’ 이름으로 ‘서울 패션위크’ 첫 참가.
2013년 <씨제이이앤엠>(CJE&M) 인기 패션 프로그램 ‘겟 잇 스타일’ 시즌1 출연. 패션 디자이너로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림.
2017년 영국 런던 셀프리지 백화점과 팝업 스토어 진행.
2018년 ‘2018 에프더블유(F/W) 헤라 서울 패션위크' 컬렉션 참가.

정리 백문영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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