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17 돈 버는 가계부>와 <아내 CEO 가정을 경영하라>를 쓴 주부 최미영(50)씨의 올해 목표는 의복비와 경조사비를 줄이는 것이다. “지난해 지출 결산을 해보니 너무 많이 썼더라고요.” 그는 절약한 돈으로 연말에 통장을 하나 더 만들 생각이다. 26년째 가계부를 쓰고 있는 그의 목돈 마련 비결은 ‘지출 규모가 가장 큰 항목에서 5%를 줄이는 방법’이다.

“지하방에서 남편 월급 20만원으로 아이 셋 키우려니 막막했어요. 소득은 고정돼 있으니 지출부터 줄여야 했어요.” 그렇게 쓰기 시작한 가계부가 지금은 든든한 재테크 수단이 되었다. 현재 그는 수십억원의 자산가 반열에 올랐다. 그는 “비결은 강제저축과 가계부다. 가계부를 쓰기 시작한 뒤부터 월 소득의 50~80%를 저축했다”고 했다.

실패 없이 꾸준히 가계부를 쓸 수 있는 비결을 묻자, 그는 ‘인생 목표’부터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생애주기에 따른 ‘목돈’ 목표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그 역시 가계부를 쓰기로 결심했을 당시 1년, 10년, 20년… 등 나이에 맞춰 구체적인 자산 목표부터 세웠다.

가계부 쓰기가 어렵다면, 최씨처럼 2개를 쓰는 것도 방법이다. ‘원뿌리 가계부’와 ‘곁뿌리 가계부’가 그것. ‘원뿌리 가계부’는 한달에 한번 월급날 적는데, 적금·보험 등을 포함한 강제저축액과 공과금·교육비·관리비·통신비 등 한달의 고정지출액을 기록한다. 한달간 생활비(변동지출)로 쓸 수 있는 금액이 한눈에 파악돼 요긴하다. ‘곁뿌리 가계부’는 일반 가계부라고 보면 된다. 원뿌리 가계부에 적고 남은 잔액을 바탕으로 운용한다. “소득이 명확하게 파악된 상태에서 지출을 하기 때문에 절대 허투루 돈을 쓸 수 없다”고 했다.

종종 가전제품과 가구 구입, 병원 치료, 경조사 등 예상치 못한 경우에 목돈을 지출해야 할 때가 생긴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이 항목 예산을 이미 ‘원뿌리 가계부’에 예비비로 적어 두고 다른 통장에 따로 떼어 적립한다”며 “생활비로 쓸 절대적 예산 자체가 줄기 때문에 절약이 어렵지 않다”고 했다. “가구 5만원, 병원 5만원, 경조사 10만원, 가전제품 5만원 등 항목을 나눠 사전에 저축하는 셈이에요. 저도 100만원짜리 냉장고 구입을 계획했다면 매달 10만원씩 적립해 10개월 뒤에 구입합니다.” 가족 여행이 예정돼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가계부를 쓰기로 결심했다면, 고정지출과 변동지출부터 나눠라. 그다음 고정지출부터 먼저 따로 떼어둔다. 단, 3개월만 써보라. 그 기간만 실천해도 소비패턴 분석을 통한 재정 다이어트가 가능해지고, 가계부에 매료된다. 재정 다이어트의 방법은 간단하다. “3개월 동안 매월 식비로 20만원씩 지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면, 나머지 9개월 동안 매달 5%인 1만원씩 줄이세요. 한달에 푼돈 1만원 줄이기 쉽잖아요? 이것만 실천해도 1년이면 12만원의 목돈이 생깁니다. 대단하죠? 이런 재테크 외에 가계부의 장점은 또 있어요. 순간의 충동적인 지출보다 목돈을 불려갈 때 느끼는 희열이 더 크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이죠.”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