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재그로 갈래 머리를 한 중국 관광객. 박미향 기자
올해, 몇해 전 세상 밖으로 나온 집밥의 바람이 다시 부는군요. 2014년 이태원동의 ‘빠르크’ 등은 국, 밥, 몇가지 반찬을 트레이에 올린 집밥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집밥이란 게 사실 맛을 보면 ‘정말 맛있다’거나 ‘미식의 최고 수준’이라든가 하는 평을 얻긴 좀 어렵죠. 이른바 식당 창업자들이 숭배하다시피 하는 몇가지 철칙들, ‘첫맛이 달아야 한다’ ‘강하고 자극적이어야 결국 다시 찾는다’ ‘먹스타그램 시대에 맞게 그릇 등 꾸밈이 예뻐야 한다’ 등은 집밥에선 보기 힘듭니다. 그래서 그런지 빠르크 이후 집밥은 한동안 외식업계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비슷한 콘셉트의 ‘쌀가게 바이 홍신애’는 문을 닫았죠.
하지만 올해는 좀 다르군요. 지난달 29일 찾은 인사동의 ‘행복한상’은 점심에 손님이 가득했어요. <행복이 가득한 집> 등을 펴내는 ‘디자인하우스’가 연 식당으로 그야말로 엄마 손맛이었죠. 어딘가 밍밍한데 속이 편하고 내 몸을 지켜줄 거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심심하고 부른 밥을 먹고 나와도 여전히 쌀쌀하고 서글픈 날씨에 허전한 마음 안고 디자인하우가 운영하는 식당 옆 숍을 들어갔죠. ‘귀신 포크’ 등을 파는 ‘엣지’ 있는 곳이었답니다. 둘러보다 한 소녀를 발견하고 함박웃음 지으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소녀는 지그재그 모양으로 머리카락을 갈래 내 묶었더이다. 집밥의 행보도 그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 집밥뿐이겠습니까! 우리 인생도 지그재그, 갈지(之)자 형태로 방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뚜벅뚜벅 곧은 직선을 따라 사는 이를 보면 자괴감마저 들죠. 감정의 바닥, 아니 지하실까지 내려가 빡빡 상처를 내곤 합니다. 하지만 이번호에 준비한 지그재그편을 보면 오히려 그런 방랑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는군요.
자, 어느덧 ESC의 알파벳 시리즈가 제트(Z)로 끝을 맺습니다. 곧 갓 잡은 생선보다 더 팔딱거리는 신선한 시리즈를 준비하겠습니다.
박미향 팀장 mh@hani.co.kr